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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의 유적지를 통해 알아보는 정약용 선생님의 다도애(愛)

생활에 쫓겨 사는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마음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템플스테이’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템플스테이의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도 심신의 안정과 몰입을 길러줄 수 있는 ‘다도체험’은 인스턴트 차에 익숙해져 은은한 차의 진정한 맛과 멋을 모르고 살던 현대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백련사 템플스테이 ‘다도체험’ 강진군

이러한 분위기와 맞물려 전라남도 강진에서는 ‘백련사 주지스님이 들려주는 다산의 차 이야기’ 프로그램을 몇 년 전부터 선보이며, 긴 유배지 생활 동안 정약용 선생님의 벗이 되어 주었던 다도를 통해 차를 마시는 즐거움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렇듯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정약용 선생님의 극진했던 다도 사랑을 강진의 ‘다산초당’과 ‘백련사’를 통해 풀어내려 합니다.
 
다산기념관에 전시된 모형 Ⓒ 문화포털 기자단 이진영

1. 실학자 정약용, 신유박해로 인해 강진으로 유배되다
문화와 예술이 크게 부흥했던 18세기 조선. 남다른 정책으로 조선을 바꾸려 했던 정조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총애를 받던 실학자 정약용은 왕의 죽음과 ‘신유박해’로 인해 나라의 큰 죄인이 되어 먼 강진으로 유배를 오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임금의 손발이 되어 수원화성을 짓고, 중요한 책을 펴내며 나라를 위해 수많은 공적을 쌓았던 그의 노력은 아무 소용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한참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마흔 살에 한양을 떠나 머나먼 길로 떠나야만 했습니다.
 
 ‘네 가지를 올바르게 하는 이가 거처하는 집’ 이라는 뜻의 사의재 Ⓒ 문화포털 기자단 이진영
 
 정약용이 머물렀던 사의재 내부 Ⓒ 강진군

2. 사의재, 절망에 빠졌던 정약용을 일으켜 세우다
열하루 겨울 길을 걸어 강진에 도착한 그를 맞이한 것은, 나라에서 금지하는 천주교를 믿은 죄인이라며 자신을 피하는 마을 사람들의 차가운 눈빛이었습니다. 다행히 깊은 절망감에 빠진 그에게 손을 내민 사람 단 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훗날 그가 ‘사의재’라는 이름을 지어준 주막집의 주인 할머니였습니다. 비록 헛간보다 나을 게 없는 방이었지만, 그는 그곳에서 4년간 머물며 6명의 제자를 훈육하였습니다.

 정약용 선생님이 10여 년을 생활한 다산초당 Ⓒ 강진군
3. 다산초당, 정약용에게 제2의 인생을 펼치게 해 주다
몇 년이 지난 후, 정약용의 학문에 반한 사람들이 주막을 떠나 새집에서 살 수 있도록 나서는데 그곳이 바로 차나무가 많은 만덕산에 위치한 ‘다산초당’입니다. 책이 천 권이나 있는 방, 공부하다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작은 연못과 차를 다려서 마실 수 있는 넓적한 바위까지 갖춘 집이었습니다. 그는 그런 곳에서 살게 된 것을 감사해 하며 차나무가 많은 산이라는 뜻의 ‘다산(茶山)’이라는 호를 짓고, 자신이 살게 된 집도 ‘다산초당’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그 후, 다산초당에서 생활의 안정을 얻은 정약용은 학문에 몰두해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500여 권의 저서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다산초당에서 다도를 즐기는 정약용의 모습 Ⓒ 강진군

이러한 다산초당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정약용 선생님의 보물이 있으니, 바로 ‘다산 4경’입니다. 그 중, 정약용 선생님의 다도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다산 제2경과 3경인 ‘약천’과 다조‘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다산 4경 중 ‘약천’ Ⓒ 문화포털 기자단 이진영

먼저, 가뭄에도 좀처럼 마르지 않는다는 샘 ‘약천’은, 처음엔 그저 물이 촉촉이 젖어있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산 선생께서 직접 이곳을 파니 돌 틈에서 맑은 물이 솟아 나왔다고 합니다. 후에 다산 선생은 ‘이 약천의 물을 마시면, 담을 삭이고 묵은 병이 낫는다.’라고 기록하였는데, 지금도 이곳에서는 맑은 물이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다산 4경 중 ‘다조’ Ⓒ 강진군

약천이 바로 보이는 다산초당 앞마당에 위치한 큼지막한 너럭바위제3경인 ‘다조’로, 다산이 오기 전부터 차를 달이는 부뚜막으로 사용되었던 큼직한 바위입니다. 다산은 이곳에서 약천의 물을 떠다가 주변에서 모은 솔방울로 숯불을 피워 찻물을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차를 좋아했던 다산 선생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마른 벽돌 쌓아 만든 작은 다조는/ 이화(離火)와 손풍(巽風)의 형상이라네./차 익을 제 산머슴은 졸고 있는데/ 하늘하늘 연기만 홀로 푸르다.’ -정약용, 다암시첩 제5수 중-
 
아름다운 백련사 오솔길 Ⓒ 강진군
 
 만덕산 야생차밭 Ⓒ 문화포털 기자단 이진영

4. 백련사 오솔길, 다담(茶談)을 통한 혜장 스님과의 우정
알싸한 차향이 퍼지는 차나무와 동백나무가 어우러지는 이 오솔길은, 다산 선생이 백련사의 명승 혜장선사를 만나기 위해 오가던 사색의 길로 경관이 아름답고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 둘레길처럼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코스입니다. 백련사에 가까워지면 정약용 선생님의 긴 유배생활을 달래 주었던 야생차밭 군락을 이루고 있는 멋진 광경도 보게 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은, 보고 싶은 친구를 만나러 가는 설렘과 기쁨이겠지요?
 
유서 깊은 백련사 Ⓒ 강진군

다산 정약용과 혜장선사의 오솔길 우정은, 강진으로 유배된 후 학문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교류할 사람을 찾던 정약용이 백련사에 갔다가 학식이 깊은 혜장선사를 만나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그 후, 혜장선사는 정약용에게 대나무 밑에서 자란 귀한 죽로차를 내려주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후에 정약용은 다산초당에 기거하게 되자 만덕산 고갯길을 넘는 오솔길을 드나들면서 본격적으로 혜장선사와 다담을 통한 우정을 나누게 되었는데요. 정약용은 혜장선사에게 경학(經學)을 가르치고, 혜장선사는 정약용에게 선(善)과 다도를 가르쳐 주면서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다도애(愛)는 깊어져 갔다고 합니다.

유난히 차를 즐겼던 다산의 차 사랑은 혜장에게 보낸 걸명소(乞茗疏)에서도 확인을 할 수 있습니다. ‘걸명소’란 혜장에게 차를 보내줄 것을 간절히 청하는 내용이 담긴 편지로, ‘나그네는 요즘 차를 탐식하는 사람이 되었으며 겸하여 약으로 삼고 있소.’로 시작하는 이 편지에서 차 끓이는 방법, 차의 빛깔과 향기, 물 끓는 모습, 차 맷돌에 차를 가는 방법, 좋은 다완, 용봉단의 고급 차 등 다산의 해박한 지식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렇게 혜장선사와의 우정을 통해 얻은 지식으로, 다산은 훗날 다성(茶聖)으로 불리는 초의선사에게 차의 중요성을 깨우쳐 주며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백련사에서 차(茶)를 즐기는 관람객의 모습 Ⓒ 강진군

유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 배를 타고 유람을 떠날 때도 다관을 지참하고, 돌아가신 날까지도 팔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언제나 찻잔을 두었던 다산 정약용 선생님.

강진의 ‘다산초당’과 ‘백련사’를 통해 둘러본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극진한 차(茶)사랑은 18년 동안의 고독한 강진 유배생활에서 말없이 따뜻한 위로를 건넨 벗이자, 희망이었습니다.


* 사의재 : 네 가지( 생각, 용모, 언어, 행동)를 올바르게 하는 이가 거처하는 집

*관람 정보
<다산초당>
-소재지 : 전라남도 강진군 도암면 다산초당길 68-35
-문의/안내 : 061-430-3912(다산 유적지 관리)
-휴관일 : 연중무휴
-문화재 지정번호 : 사적 제107호

<백련사>
-소재지 : 전라남도 강진군 도암면 백련사길 145
-홈페이지 : http://www.baekryunsa.net/
-전화번호 : 061-432-0837

<사의재>
-소재지 : 전라남도 강진군 강진읍 사의재길 27
-전화번호 : 061-433-3223(동문매반가)

* 참고 자료
[서적] 마주보는 인물이야기 ‘세상을 설계한 실학자 정약용’
[서적] 아름다운 자연과 체험이 함께 하는 강진여행
[강진군 블로그] 강진 백련사 템플스테이

‧ 작성자 : 문화포털 기자단 이진영(글) / 장수영(편집)
‧ 출처 : 문화포털(문화공감) www.cultur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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