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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록(磊綠), 녹토(綠土), 단청을 입힐 때 밑바탕 칠인 가칠(假漆)을 할 때나 사찰 벽화를 그릴 때의 바탕색으로 많이 사용해왔다.
 

뇌록(磊綠)은 단청에서 옥색을 만들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초록색 암석이다. 경상도 장기현에서 나는 초록색 암석 가루로 안료로 사용할 때에는 먼저 잘게 빻아서 가루로 만든 다음 물에 넣고 저어서 앙금을 만들고, 이것을 말려서 아교에 개서 사용하였다. 보통 잿빛을 띤 녹색을 띤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뇌록 산출지인 경북 포항시 장기면 뇌성산 '뇌록산지'가 천연기념물로 인정 받을 전망이다. 문화재청(청장 변영섭)은 2013년 10월 10일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장기면 학계리 산7-2 뇌성산(磊城山) 일원 2천841㎡를 '포항 뇌성산 뇌록산지(浦項 磊城山 磊綠産地)'로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뇌성산은 해발 213m의 작은 산으로 고려시대부터 축성한 뇌성산성과 봉수지가 있어 봉화산으로도 불리며, 또는  뇌록, 인삼, 자지, 오송, 봉밀, 치달, 동철등의 일곱가지 보물이 있다 하여 칠보산으로도 불리우며 있는 곳이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지정 예고한 '포항 뇌성산 뇌록산지'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에 수렴된 이해관계자와 각계의 의견을 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경북 포항시 장기면 뇌성산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뇌록 산출지다. 안료용 광물 생산지가 문화재로 지정된 적은 없기에 특히 주목된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이신복 사무관은 “숭례문 복구에서 전통안료 연구 필요성이 제기되고, 그에 따라 뇌성산 일대 뇌록 산지를 주목하게 되고, 천연기념물 지정까지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뇌성산이 국내 유일한 뇌록 산출지로서, 한반도 지각 진화 이해에 유용한 단서를 제공하는 지질학적 가치와 조선시대 단청의 바탕칠에 사용한 전통안료 공급지로서의 역사문화적 가치가 커 천연기념물 지정을 추진했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나아가 향후 국내 문화재 보수를 위한 천연안료의 사용과 연구개발에 귀중한 학술자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한다.


녹색을 띠는 흙이라 해서 녹토(綠土)라고도 하는 뇌록은, 목조건물에 벌레가 생기거나 부식, 화재가 일어나는 것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녹색 안료이다. 뇌록은 녹색을 띠고 쉽게 분말로 제작할 수 있어 조선시대 건축물의 단청(丹靑)에 사용된 전통 천연안료이다. 단청을 입힐 때 밑바탕 칠인 가칠(假漆)을 할 때나 사찰 벽화를 그릴 때의 바탕색으로 많이 사용해왔다.
 

'뇌록'은 지질작용에 의해 생성된 일종의 광물자원인데, 뇌록층은 현무암 내의 균열을 따라 충진(充塡) 상태로 나타난다. 뇌록을 구성하는 주된 광물은 철분이 풍부한 운모류(雲母類) 광물의 일종인 셀라도나이트(celadonite) 이다. 현무암 내의 균열을 따라 충진(充塡)된 상태로 나타나며, 충진 두께는 대체로 1-3cm 이하이며 때로는 몇 mm 이하인 때도 있다. 소량의 녹니석/스멕타이트 혼합층 광물과 모네나이트 및 단백석을 함유한 것으로 분석됐다. 문화제청 관계자는 녹색을 띠는 이유는 이에 함유된 철의 성분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말 철이 초록빛을 낼 수 있을까?

 
녹색을 띠고 쉽게 분말로 제작할 수 있는 뇌록은, 조선시대 건축물의 단청(丹靑)에 사용돼 온 전통 천연안료이다. 전통 천연안료는 나라에서 큰 건물을 지을 때 기록하던 책자인 '인정전영건도감의궤(仁政殿營建都監儀軌)'와 '서궐영건도감의궤(西闕營建都監儀軌)' 같은 조선시대 궁궐 건축 관련 의궤류 기록물을 보면 1805년(순조 5)과 1830년(순조 30)에 “장기현에서 뇌록을 조달할 것을 명하는 경상감영에 보내는 공문”이 있어 경상도 장기현(지금의 장기면 일대)에서 뇌록을 생산한 기록이 분명히 보인다.
 

동국여지승람 등의 문헌에는 창덕궁 인정전, 경희궁 내전, 창경궁 내전 등을 지을 때 경상도 장기면의 뇌록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포항 뇌성산은 국내 유일의 생산지로 알려져 왔다. 각 지역의 토산품을 기록한 동국여지승람에서 뇌록이 공물로 명시된 곳은 유일하게 경상도 장기현 뿐이다.

 
조선후기에 작성된 모든 건축 공사 관련 문헌도 뇌록을 경상도 뇌성산에서 조달했다는 흔적을 보여준다. 순조 5년(1805년) 인정전영건도감의궤((仁政殿營建都監儀軌 창덕궁 인정전을 다시 짓는 공사 기록)에는 갑자(甲子) 2월 경상감영(慶尙監營)에 보내는 공문에 뇌록 20두(斗)를 장기현에서 조달할 것을 명령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순조 30년 (1830년)에는 서궐영건도감의궤((西闕營建都監儀軌)경희궁에 내전을 다시 짓는 공사 기록)에도 경인(庚寅) 3월 경상감영에 뇌록 500두(斗)를 장기현에서 조달할 것을 명령한 내용과 순조 34년(1834년) 창경궁영건도감의궤(昌慶宮營建都監儀軌 창경궁 내전을 다시 짓는 공사 기록) 역시 신묘(辛卯) 7월 경상감영에 뇌록 700두(斗)를 보낼 것을 명령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가하면 경복궁 근정전은 정궁이면서도 고종이 황제로 선포되기 전에는 문과 문살에 뇌록을 칠하지 못하다가 황제로 선포한 다음에 비로소 뇌록으로 칠하였다고 하니, 경복궁을 복원할 때까지도 장기 뇌성산의 뇌록 채굴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당시의 한 두(斗)를 오늘날의 약 한 말의 양으로 가정한다면, 뇌성산이 품었던 뇌록은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였음을 짐작케 한다.
 

이를 증명하듯, 뇌성산 현장에는 이 지역에서 녹토를 채취했음을 엿보이는 채굴 흔적이 버럭(폐석더미)과 함께 지름 50m 안팎의 범위에서 크게 2개 지역으로 남아 있다. 또 다른 조선시대 뇌록 산지로는 황해도 풍천군과 평안도 가산군 등지가 기록됐지만 현재 남한에서 파악한 뇌록 산출지는 이곳이 유일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명성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잡초 속에 묻혀 옛 발굴 형태를 알아보기 어렵게 방치되어 있어, 지난 1996년 향토사학자인 금락두(73`전 장기중학교 교장) 씨가 이 뇌록지를 보존하기 위해 경상북도에 국가지정 문화재(사적)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당시 "중앙부처(문화재청)에 보고하겠다"는 답변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이후 꾸준한 문화재 지정 요청이 이어지고 10여 년이 흐른 2007년도에야 경상북도 문화재위원회가 열려 이 문제가 정식 논의되었지만, 당시 채굴과 시료 조사 등에 1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예산 확보의 어려움을 이유로 무산되고 말았다.

 
그 이후 잠시 잊혀져온 뇌록지 문제가 대두된 것은, 최근 문화재청 숭례문복구팀이 단청 안료 수집을 위해 현장답사를 다녀오면서 다시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부상된 것이다. 당시 문화재청에서는 뇌록지의 매장량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고 뇌록 정제기술을 과거만큼 복원하지 못해 일본 수입 안료를 쓰기로 최종 결정한 바 있다. 그 대신 뇌록지에 대한 추가 연구와 문화재 보존대책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당시 문화재청 수리기술과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화학안료를 사용한 탓에 현재 뇌록 기술의 맥이 끊긴 상태이다. 더구나 뇌록지에 대한 연구는 시료 채굴 한 번에만 3천만원 이상이 드는 등 지자체에서 담당하기에는 부담이 되는 큰 사업이다"고 말한 바 있다.

 
단청의 역할은 외면적으로는 건축물의 표면을 다양한 색상으로 칠하여 장엄하며 권위와 성격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온습도의 변화에 의해 목재의 노화와 부후를 방지하고 충해방지를 통해 목재건축물의 내구성 향상과 목재면의 결함을 은폐하면서 미화함에 그 목적을 둔다. 수평부재에 가칠의 기본적 색상으로 반드시 뇌록색을 칠한 이유를 짚어 볼 때, 뇌록은 오묘한 색상뿐 아니라 그 기능 면에서도 탁월한 것이었다.
 

나라가 직접 명을 내려 채굴했던 뇌성산의 뇌록은 난연(難燃), 불연(不燃)을 위한 재료로서 화재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며 중금속이 함유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칠이 벗겨지는 박리(剝離)나 박락(剝落)으로 인해 다시 칠해야 하는 재도장 주기를 길게 해준 것이다. 또한 일광에 의한 변퇴색이 거의 없으므로 풍파 다녀가는 긴 세월에도 오랫동안 편하고 자연스러운 색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조선시대 말기까지 명맥을 유지하던 천연안료인 뇌록은 일제시대부터 크롬산화물 등의 유해 화학안료를 사용한 페인트가 단청에 칠해지기 시작함으로써 자취를 감추고 만다.
 

뇌록색을 내기 위해 밝은 녹색인 시아닌그린 또는 쑥색 계통의 피그모솔그린 두 가지를 주색 안료로 사용하기 위해서 국내산 또는 외국산 다른 안료와 함께 조색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천연 뇌록의 빛은 뽀얗고 은은한 옥색이 도는 초록빛이다. 그렇만 화학안료로 조색한 뇌록색은 초록기가 센 탓에 무거운 감이 든다. 그러니 당연히 단청이 주는 깊은 멋이나 향취가 없어져 버렸다. 화학 안료들은 기능면에서도 천연 뇌록이 지니는 장점들을 절대 따라가지 못한다.
 

뇌록을 이곳 주민들은 '매새'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 정확한 뜻은 알기 어려우나, 매세는 돌과 돌 사이에 흙(매: 매흙의 준말)이 끼인 것 같은 광물(새: 광석 속에 금분이 끼어 있는 잔 알갱이)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하고 추정해 본다. 이 곳 뇌록의 빛깔은 어린 쑥이 올라올 때의 빛깔보다 조금 더 진한, 즉 청색과 황색을 섞은 색으로 보여진다.


현재 뇌록터에는 두 군데의 채굴 터가 남아 있다. 우측 편은 넓고 깊게 패여서 물이 고인 조그만 소가 형성된 터가 있으며, 그 좌편 돌무더기를 넘어서 또 하나의 터가 있는데, 여기는 나중에 채굴하던 터로 여겨지며 채굴하던 방법도 산 쪽을 향한 방향이 아니라 반대편 쪽 산 밑으로 거의 수직에 가까울 정도로 엇비스듬한 굴이 보인다. 지금은 온통 잔돌로 채워져 있어 그 굴의 깊이를 가늠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포항 장기면 뇌록터에 대해서 전해져오는 이야기에는 채굴 시 파인 굴의 깊이가 수직갱으로 매우 깊어서 명주실꾸러미(북 속에 넣은 실 꾸러미) 서너 개를 풀어 넣어도 닿지 않았다고 한다. 그 깊이가 매우 깊었다는 것을 알려 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뇌록터에 고인 물을 학계리 7가구의 상수원으로 이용되고 있었으나, 수질이 음용수로서는 적합하지 못하다는 판정으로 중단한 상태이다. 그 이유는 뇌록은 구리성분이 녹아 흙에 스며들어 돌과 돌 사이에서 굳어진 것이기 때문에 독성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즉 구리가 녹아 생성된 화학작용의 부산물이기에 인체에 엄청 해로운 물질이라서 상수원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화재청이 철 때문에 뇌록석이 초록빛을 지닌다는 발표는 잘못인 것같다.

 
현지인들은 뇌록을 채굴하던 곳을 '매새구다이' 또는 '쉰구디이'라고 부르는데, 구다이, 구디이는 구덩이의 사투리이며, 쉰구디이의 유래는 이곳에서 채굴하던 인부들이 많이 매몰되어 죽었는데 소문을 듣고 주민들이 가보았더니 그 채굴하던 곳에 대나무로 만든 도시락인 '초배기'가 50여개 발견되었다고 하여, 쉰 명이 죽은 구덩이라는 뜻으로 그렇게 부르게 된것이라 한다.

 
현재 살고 있는 이곳 주민들 가운데는, 채굴에 종사하였다는 증인은 물론 전해지는 이야기도 남아 있지 않다. 뇌록 채굴 작업이 거의 수직에 가까운 갱도로 파내려가는 작업이다 보니 워낙 험하고 고된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명사고의 위험율이 높아 일반 백성들을 쓰기에는 무리가 있어 나라의 죄수들을 동원하였을 수도 있다고 추정하는 이도 있다.

 
해방 이후 이 뇌록터에 소를 먹이러 가서 뇌록을 주워 물에 녹여서 주먹만 하게 만들어 놓으면 상인들이 구입해 갔다고 하는 이야기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장기지방에서 생산되는 뇌록이 얼마만큼의 양이 생산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지만, 불과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이 뇌록을 사용하여 단청 가칠을 하는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현대의 새로운 장비와 기술로 장기면 뇌성산이 품은 뇌록이 되살아나서 화학 안료에 의존해 밝고 화려함만으로 재 치장되어오고 있는 유적들의 단청을 되살릴 열쇠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진상품관련근거
뇌록은 경상도(장기현) 평안도(가산군) 황해도(풍천도호부)에서 진상하였다는 기록이 여지도서, 신증동국여지승람 기록되어있다.

 
뇌성산 아래 해안 마을과 뇌록의 안료색 [장기면 뇌성산의 단청안료 유적지 조사의견서]
경상북도 포항시 소재 뇌성산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전통 단청재료의 하나인 뇌록이 생산되는 곳으로 이미 조선시대 여러 문헌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고건축의 단청은 중국의 단청과도 다른 고유한 색조를 띈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이 단청 칠을 할 때 가장 처음 소위 가칠을 하는 녹색 바탕칠의 재료가 뇌록입니다. 뇌록은 동국여지승람을 비롯하여 조선후기에 작성된 모든 건축공사 관련 문헌에서 유일하게 경상도 뇌성산에서만 생산된다고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에 1996년 1월 24, 25일 양일간 현지를 방문하여 뇌성산의 과거 뇌록 채취장소로 전하는 지역을 답사한 결과 뇌록을 채취하고 유적이 확실하게 남아 있음을 확인 하였으며, 아울러 현지에서 100g의 뇌록 조각을 수습할 수 있었습니다. 수습된 뇌록 조각을 가루로 만들어 전통 장인들이 하던 방식을 본받아 아교를 가미하여 칠을 해본 결과 현재 고건축에 사용하는 우리 조상들이 칠했던 가칠과 거의 흡사한 색채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에 뇌성산의 관련 문헌들과 현지 조사 및 뇌록 시편에 대한 채색 실험을 종합해 볼 때 현재 장기면 소재 뇌성산은 과거 우리나라 단청 칠의 가장 기본이 되는 안료가 생산되던 유일한 장소임을 확인하였습니다.
현재 뇌성산은 야산으로 방치되어 있고 뇌록을 채취하던 장소도 아무런 보호 시설 없는 상태이며, 군부대에서 훈련을 자주하고 있기 때문에 현장 일대를 문화재로 지정하여 국내 유일한 단청 관련 유적지에 대한 보호를 강구하여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1996. 2. 25. 경기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문화체육부 문화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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