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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목장 천상원-맞춤의 미학, 무르익는 모순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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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목장 천상원
 
"사방탁자나 책장 같은 조선조 목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 기막히게 어정쩡한 작품성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이건 무르익는 모순덩어리라고 해야 하나? (…) 조선조 목기는 언제까지나 위로와 아래로가 중간에서 편안하게 겨루고 있지 않은가.
이루려는 의지와 사그라지려는 체념의 양념성이 어울려 있는 셈이다."
- 화가 이우환
주요작품
머릿장 
머릿장, 천상원, 55.5×35×58.5㎝
머릿장(Bedside Chest)
머릿장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물건을 쉽게 찾아 쓸 수 있도록 머리맡에 놓고 쓴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장의 일종이다. 주로 여성들이 안방에서 사용하던 자잘한 소품을 수장하기 편리하다. 나지막하고 앙증스럽게 어여쁘다고 하여 애기장이라고도 부른다. 천상원 소목장이 만든 머릿장은 쥐벽칸(문 양 측면에 마련한 칸)이나, 마름칸(문 아래쪽에 마련한 칸), 서랍칸 등 칸칸마다뇌문(번개무늬 또는 돌림무늬)을 이어 붙인 호장테상감으로 마감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 깔끔한 백통장석이 머릿장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배가시키고, 수납을 위해 중앙에는 여닫이문을, 그 아래쪽에는 서랍을 배치하고 있다
먹감 이층농 
먹감 이층농, 천상원, 68×38×110㎝
먹감 이층농(Tow-tier Chest)
장(欌)은 수납용 가구를 통칭하는 용어이지만, 원래는 아래위층이 분리되지 않은 것을 장이라 부르고, 분리되는 것은 농(籠)이라 부른다. 이층농은 아래위층의 천판(개판)이 분리되어 있으며, 옆널에는 손잡이가 붙어 있다. 이 먹감이층농은 나무결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먹감나무를 재료로 사용하여 먹감나무의 목리를 좌우대칭이 되도록 켜내는 기술이 뛰어나야 만들 수 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형태미, 자연스러운 나무결, 그것을 돋보이게 하는 백통장석으로 장식되어 있다.
이층장 
이층장, 천상원, 76.5×40×120㎝
이층장(Korea Sock Chest)
이층장은 천판으로 위아래가 분리되지 않는다. 소목장은 나무를 고르는데 탁월한 안목을 발휘해야 한다. 결이 좋고 튼튼한 나무를 보는 안목이 있어야 ‘명장’이 될 수 있다. 가구는 일평생 곁에 두고 살면서 보고 또 보고 만지고 또 만져야 하는 것인 만큼, 그 것을 만들 때에도 장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세한 구석까지 섬세한 손길로 깎고 다듬어야 한다. 이 이층장 또한 어느 곳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 소목장 천상원만의 솜씨가 발휘되었다고 할 수 있다.
경대 
경대. 천상원, 27.5×33.5×22.5㎝
경대(Frame)
경대는 빗접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화장용 가구이다. 빗접은 빗, 빗솔, 빗치게, 가르마꼬챙이, 뒤꽂이, 동곳 등을 수납하는데 비해, 경대는 빗접 위에 거울이 하나 더 달린 구조라 할 수 있다. 크기는 작지만 형태와 구조가 복잡하여 웬만한 솜씨로는 좋은 작품을 만들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경대의 구조도 오밀조밀하여 한국인의 미감이 잘 나타나 있는데, 작고 좁은 서랍에 조차 호장태상감을 붙인 데다가 경첩을 최소화하여 깔끔하면서도 튼실하게 만들어 낸 것은 장인의 빼어난 솜씨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하여 아무리 작은 소품이라도 그 작품을 보면 장인의 성품과 솜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소목장-맞춤의 미학, 무르익는 모순덩어리
  • 소목장은 나무로 전통생활가구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장인이다. 주로 궁궐, 사찰, 주택 등 큰 건축물을 짓는 장인은 대목장이라 한다. 소목장은 기후 자연환경 목재의 채취에 따라 살림공간과 가옥구조에 알맞게 생활가구를 제작한다. 소목가구들은 옷가지를 넣는 농과 옷걸이장, 책을 쌓아두는 책장, 선비들이 공부하는데 사용되는 문방구류, 의식주에 필요한 생활품 등이다.
  •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생활가구 기록은 고구려 고분벽화인 무용총(舞踊塚)과 안악고분(安岳古墳) 등에서 나타난다. 백제시대 때는 무녕왕릉에서 발굴된 두침과족좌 등이 있으며, 신라시대는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된 생활용품의 목각 등이 있다. 고려시대에는 [고려사] 식화지(食貨志) 중상서(中尙書) 조를 보면 소목장 나전장 등의 명장이 있어 이미 전업으로 국가기관에서도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에는 사대부 귀족들의 사랑방 꾸미기로 기품 있는 생활가구가 이들의 전횡물이 되면서 가구공예는 크게 발달했으나 이를 만드는 장인들은 천대하는 경향이 있었다.
  • 조선시대 목공예들은 주로 서울과 호남평야지대, 평양지방에서 발달했으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에는 경남 충무지방에서 소목장 기술이 발달되어 지금까지 ‘충무 민장롱’이라 하며 널리 이름이 나게 된다.
아버지 천철동에게 배워 일가를 이룸
  • 고 천상원 일가는 충무에서 여러 대를 이어 소목장으로 일해 자연스레 ‘장인 대가’를 이뤘다. 1975년에 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으로 지정된 천상원 선생은 집안 내림에 따라 이 길로 접어든다. 경남 통영시 문화동에 있는 수십 년째 살아온 누옥에서 천 선생은 소학교 시절 열 살 때 처음 소목일을 접한다. 아버지 천철동에게 어깨너머로 보면서 톱과 대패를 잡기 시작해 열네 살 되던 해 공방에 눌러 앉았다. 선친 밑에서 10여 년 간 소목장으로 성장해 가던 대에 태평양전쟁이 터져 징용을 피할 겸 목수일도 더 배울겸 경남 진해에 있던 군수용 목공장 공원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 곳 생활은 예술의지나 장인정신을 확장하는 장인의 길이 아니라 표준화된 군용 책상 따위나 만드는, 매너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는 기능공으로서 직장일 뿐이었다. 정교하면서도 우아한 조형성을 갖춘 조선목가구를 만들겠다는 장인의 뜻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그런 감옥 같은 공원생활도 ‘8․15 해방’과 함께 해방되었다. 그러나 곧이어 터진 한국전쟁과 휴전 뒤 불어 닥친 산업화 물결은 그에겐 진정한 해방이 아니었다. 주린 배를 채우기 어려운 시절, 고가의 목가구를 찾는 사람은 없었다. 전승기반이 무너져 가는 흐름이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전통공예전승을 위한 정부정책이 세워지고 전통공예에 대한 관심이 고개를 들면서 전국전승공예전에서 만들어지고, 1969년 부친이 큰 상을 받으면서 이 일에만 매달려 아버지가 작고한 1975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기능보유자로 지정되었다.
  • 천 선생이 장기를 보인 작품은 좌경 문갑 사방탁자 이층장 삼층장이었다. 그의 특기는 먹감나무 은행나무 개옻나무 등 무늬결이 아름다운 판재에 뇌문을 박은 다음 얇게 켜서 붙이는 것이다. 이렇게 뇌문 박은 통영 목가구 전통은 그의 제자 김금철이 배우기 시작하여 1977년 전수장학생, 1982년 소목장 전수교육조교로 지정되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제작도구
소목장은 가구 보는 안목이 빼어나야 하지만 손에 맞는 제작 공구를 고르고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일부 장인들은 자신의 손에 맞는 도구를 손수 만들어 쓴다. 소목장에게는 많은 제작도구가 필요하다. 구멍을 파거나 다듬는 데 사용하는 끌, 끌을 두드리는 골방망이, 삼끈, 구멍을 뚫을 때 쓰는 송곳, 찍어 깎을 때 쓰는 자귀, 낙동 할 때 쓰는 인두, 탕개질에 사용하는 삼끈, 삼끈을 감아두는 도래 등이 있다.
제작 도구들
제작 도구들
  • 톱: 나무를 자르거나 켜는 데 사용하며 용도와 형태에 따라 여러 명칭으로 부른다. 톱은 톱날에 의해 내림톱(켜는 날), 끈치톱(자르는 날), 일반톱으로 구분된다.
  • 대패: 목재의 면을 다듬어 매끄럽게 하는 대패에는 평대패턱대패(변탕), 홈대패, 배꼽대패, 내환대패, 왼한대패, 모접기대패. 홅치기, 박쥐모대패가 있다.
  • 나무방망이: 나무로 만들어 끌을 두드리는 방망이는 장도리메라고도 하며, 사개를 물릴 때에도 사용한다.
  • 그므개: 직선의 목재에 치수를 표시하거나 일정한 폭의 평행선을 긋는 데 사용한다.
  • 조임쇠: 나무를 붙이거나 톱질할 때 양쪽에서 한번에 여러 개를 물려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 칼: 칼은 대패질을 할 수 없는 부분을 파내거나 다듬을 때 사용한다. 호비칼, 삐딱칼, 조각도 등 다양하다.
  • 먹통: 먹통은 나무를 마름질하기 위해 먹선을 그을 때 사용한다.
약력
  • 1926년 9월출생
  • 1943년 9월통영칠기사 목공부 근무
  • 1975년중요무형문화재 소목장 기능보유자 인정
  • 1977~2000년보유자 작품전 출품
  • 2001년 3월 지병으로 별세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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