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장 김근수
몸을 비추는 것이 모두 거울은 아니지만 몸을 비추면서도 제 속까지를 다 비추는 물은 더 없이 아름다운 거울이다.
유년시절, 물가에 앉아 놋그릇을 닦으시던 어머니의 손은 온통 황토 범벅이 돼 있었다. 나는 종종 어머니의 곁에서 내 몫으로 남겨진 조그만
놋그릇을 닦곤 했다. 벗겨진 녹이 차츰 풀려 물은 청동거울 같았다. 짚수세미에 황토를 묻혀 천천히 놋그릇을 닦는 일, 세상살이도 그렇게 녹을
벗겨 내듯 하라던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나는 돌멩이를 주워 물위에 던졌다. - 시현실 2000년 겨울호,
김충규 [놋그릇] 중에서
주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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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 김근수,
31x25x21cm
보(Bo, Ritual Vessel)
종묘제기는 변이나 두(豆)와 같이 중국 고대 국가에서 사용하던 제가들과 형태는 닮았고, 재료는 대나무, 나무, 자기, 놋쇠 등으로 29종
5,000여 개의 제기가 사용되었다. 이중 놋쇠로 만든 제기는 한 신실에 66종인데, 그 중 종묘에서만 사용하는 대표적인 제기가 보이다. 보의
형태는 네모져 땅을 상징하며, 둥근 형태의 궤와 한 짝을 이룬다. 보에는 쌀과 기장을 담는데, 뚜껑이 있으며 표면에는 직선형 뇌문을 빽빽하게
새기며, 네 귀에는 용머리를 부각하여 붙인다. 이 작품은 김근수 선생이 종묘제기를 복제하여 주물로 새겨서 만든 것이다.
- 궤, 김근수,
31x16x22cm
궤(Box)
종묘제례가 거행될 때 보궤는 제사상의 가장 중앙에 진설되는 제기이다. 궤는 네모진 보와 달리 전체적으로 둥근 형태이며, 제례 때에는
메기장과 피를 담는다. 뚜껑을 만들어 덮는데, 뚜껑에는 구름모양이 높게 솟아 있다. 궤의 몸통에는 여의두형 물결무늬를 촘촘하게 새기며 양쪽
손잡이에는 용머리를 길게 늘인 형태로 만든다. 굽에 해당되는 네 다리는 도깨비의 얼굴을 얕게 부조하는데, 전체적으로 김근수 선생의 치밀한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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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바리 7첩반상기,
김근수
옥바리 7첩반상기(Brass Tableware 1Set)
반상기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상차림이다. 그릇의 형태는 옥바리(오목반상기), 연엽식기, 합식기로 나뉜다. 옥바리는 위가 좁고 속이 오목한
형태로 주물기법으로 제작한 것이다. 반상기 위에는 밥그릇인 주발, 국그릇인 탕기, 그리고 장류를 담는 종지, 숭늉을 담는 대접을 놓는다. 대접은
항상 밑을 받치는 쟁반과 한 벌을 이룬다. 7첩 반상의 음식은 반찬 가짓수가 5첩 반상보다 늘어난 것이다. 종지는 초고추장을 더해 3개이고,
찜이 추가되며, 전이 더 놓이며, 회를 올려 놓은 것이다. 유기로 만든 반상기 중 안성의 것은 안성맞춤이라 조선시대부터 많은 이들이 갖고 싶어
찾던 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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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문향로, 김근수,
18x17x34cm
용문향로(Incense Burner with Dragon Design)
제사에서 향을 사르는 것은 돌아가신 이의 혼을 부르기도 하고, 제사 공간을 정화하는 기능도 하고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향을 사르는
향로는 향을 담는 향합과 한 쌍을 이루어 종묘제례 때 각 신실마다 향탁 위에 한 쌍으로 놓이게 된다. 특히 용문향로는 향로의 뚜껑에 구름 사이로
용의 몸통을 투각한 위로 용머리가 위로 불쑥 튀어나온 조형적인 모습으로 왕실 제기의 특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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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등, 김근수
유등
유등은 전기가 없던 시절에 어둠을 밝힐 수 있는 조명기구 중 하나이다. 유등은 세 가지 구조로 되어 있는데 가장 아래쪽에는 판 형태의 원형
접시를 놓고, 그 위로 기름종지를 매달 수 있도록 수직의 기둥을 세우며, 기둥에 기름을 넣는 작은 종지를 넣을 수 있는 구조이다. 건물의 규모에
따라 유등의 크기도 달라져 궁궐의 전각에는 크기가 큰 유등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간결하면서도 구조적인 형태가 잘 살아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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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기 일습,
김근수
제기 일습(Ritual Vessels)
제사는 조상신을 추모하는 효의 표상이다. 제기는 이러한 제사를 드리는데 사용하는 의식용 그릇이다. 사대부 집안의 제사에서는 신위를 올려놓는
영좌교의와 제기를 진설하는 제사상, 향로와 향합이 놓이는 향상과 술상이 놓인다. 제기는 촛대 1쌍과 함께 굽이 높은 제기를 사용한다. 조선시대에
행세하는 집안의 제기는 유기를 사용하였는데, 구삼벌이라 하여(촛대 1쌍, 향로 1, 향합 1)을 비롯하여, 제주발, 갱기, 수저, 젓가락, 제잔
및 잔탁, 탕그릇, 편틀, 적틀, 포틀, 약기, 제종지, 제접시, 모사기[모래그릇], 퇴주그릇, 주전자, 시접 등을 유기로 만들어 사용하였다.
이러한 유기로 만든 제기는 일반 그릇과 달리 굽이 달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유기장 김근수의 제기는 전통적인 제기의 구성을 잘 알고 정성을 다해
제작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조선시대 때부터 많은 이들이 갖고 싶어 했던 ‘안성맞춤’
유기란 좁은 의미로는 놋쇠로 만든 그릇이라는 뜻이지만, 넓은 의미로는 동(銅)을 기본으로 하는 비철금속의 합금으로 만든 여러 가지 기물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식기의 경우 여름에는 백자, 겨울에는 유기를 즐겨 썼으며 그 밖의 갖가지 세간에도 유기제품을 사용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유기를 언제부터 사용하였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넓은 의미에서 동합금의 일종인 청동기 시대의 동검이나 동경 같은 물건으로 보아
청동기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사용이 확대된 시기는 삼국시대부터이다. 삼국시대에는 주로 불교와 관련되어 불상, 범종, 반자
등을 청동으로 만들어 사용하였다. 고려시대에 들어서면서 불교에서뿐만 아니라 제기, 수저, 밥그릇, 향로 등 생활의 전반에 걸쳐서 동제품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나, 상류층에서 주로 사용하였다. 유기가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에 접어들면서부터이다.
같은 유기라도 제작방법에 의해 구분 짓고 있다. 주조해서 만드는 곳은 ‘퉁점’이며 여기서 만든 주물 유기는 ‘붓배기’라 하며 안성이
유명하고, 단조해서 만드는 곳은 ‘놋점’이라 하며, 여기서 만드는 단조품은 ‘방짜’라 부르며 납청 일대가 유명하다. 특히 안성은 행세깨나 한다는
집에서는 갖고 싶어한다는 ‘안성맞춤’으로 이름 높았다. 안성의 유기가 다른 지방보다 유명한 것은 서울 반상가의 그릇을 주문 받아 제작하였기
때문이다. 안성맞춤 유기는 일반인이 사용하는 보통 그릇인 ‘장내기’에 비해 품질이 우수하였다.
유기회사에 입사, 장인 김기준에게 유기를 배우다
근대기에 안성에는 크고 작은 유기제작 공장이 많이 있었는데, 그 중에 가장 큰 것이 안성유기제조주식회사였다. 김근수
선생은 20세때 유기회사에 외무사원으로 입사하여 처음으로 유기와 관련을 맺어 공장에서 유기 만드는 기술을 숙련된 장인인 김기준 선생으로부터
배웠다. 이후 1960년대에 안성유기공업사로, 이후 풍화유기공업사로, 그리고 신시산업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꾸며 유기작업을 계속하였다. 1982년
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 유기장 기능보유자로 인정된 후 활발하게 유기 작품을 제작하였고 명예보유자로 인정되었다가 2009년 타계하였다. 선생의
사후 주물 유기 제작기술은 그의 아들 김수영 선생이 대를 이어 2008년 유기장 기능보유자로 인정되어 전수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김근수 선생의
대표적인 작품들은 종묘제기, 능제기 같은 제기류와 칠첩반상기, 주전자세트 같은 식기류, 대야나 화로 같은 일상기물, 불구 등 각종 기명들이
있다.
작업도구 및 제작과정
주조방법으로 유기를 제작하는 과정은 1) 번기 만들기와 쇳물 붓기를 하는 부질간 작업, 2) 표면을 깎고 본색을 내는 가질간 작업, 3)
표면에 장식을 더하는 장식간 작업으로 분업화되어 있다. 각 공정마다 필요한 여러 가지 다양한 도구가 사용된다.
부질이란 녹인 쇳물을 주형[틀]에 부어 원하는 기물을 만드는 과정이다. 부질간에는 풀무질로 바람을 넣어 쇠를녹이는 화덕이 있다. 쇳물을
준비하는 동안 쇳물이 들어가 기물이 될 번기의 형태를 만든다. 이 과정은 먼저 원본을 ‘향남틀’ 속에 넣고 ‘송탄가루’를 뿌린 다음 갯토를 채워
넣고 ‘달구개’로 다지고 ‘흙칼’로 표면을 고른다. 이렇게 주물사(鑄物沙)를 만들고, 주형 만들기를 한 다음 물칠을 하여 ‘무집’을 붙인다.
암틀과 수틀도 같은 방법으로 만든 다음 암틀의 번기 주변에 ‘숟가락’으로 도랑을 파듯 물줄을 내고 표면의 이물질은 ‘깃털’로 제거하고 다듬으며,
쇳물이 잘 스며들도록 그을음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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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남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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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질간 작업에서 사용하는 도구들
- 번기를 만드는 동안 미리 화덕에 불을 지펴 놓고 재료를 용해시켜 그을음질이 끝난 번기가 식지 않는 상태에서 쇳물을 주입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는다. 그 사이에 구리 72%와 주석 28%를 저울로 달아 ‘도가니’에 넣고 풀무질을 계속하여 900도 이상에서 끓인다. 도가니를
‘집게’로 들어올려 ‘부지래’로 불순물을 제거한 후 쇳물을 붓는다.
- 가질은 부질하여 만든 기물의 표면을 깎고 다듬어 유기가 가진 본래의 색을 내는 과정이다. 가질대의 회전축에 ‘머리목’을 끼우고 기물을
‘망치’로 쳐서 고정시킨 다음 ‘질나무’를 걸쳐 점점 안쪽으로 위치를 조정한다. ‘물멕이’로 ‘물통’의 물을 찍어 기물에 물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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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질과 장식간 작업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도구들
약력
- 1916년 7월 출생
- 1975년안성맞춤 유기공방 경영
- 1979년제4회 인간문화재 공예전 국무총리상 수상
- 1983년 6월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 유기장 기능보유자 인정
- 1990년전국공예품 경진대회 특선
- 1992년중요무형문화재기능보존회 회장
- 1983~2009년 중요무형문화재보유자 작품전 출품
- 1998년보성다향제 전통공예전
- 2009년 3월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