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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자 침선장 중요무형문화재 제89호 침선 기능보유자
조회 : 1,803,150,482  

 
중요무형문화재 제89호 침선 기능보유자 구혜자
 
1대 침선장 정정완 선생님에 이어 지난 2007년에 2대 중요무형문화재 제89호 침선장 기능보유자로 인정되셨습니다. 스승이자 시어머님이기도 했던 정 선생님은 선생님께 어떤 존재였는지 궁금합니다.

바느질과 같은 기술은 자꾸만 반복해야 하는 건데, 집안에 일이 많다 보니 남들이 열흘에 끝날 일(바느질 작업)이 저는 한 달에 걸쳐 끝나곤 했어요. 그런 부분들이 언제나 저를 초조하고 불안하게 만들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것들은 서두른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느껴져요. 또, 제가 젊을 적에 몸이 약한 편이어서 체력적으로 좀 버거워하면 어머님은 ‘우리 아가는 다 좋은데 몸이 너무 약해’ 라고 말씀을 하시곤 하셨고, 그런 말씀이 때론 섭섭하기도 했지만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자극제이자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시어머님은 제게 언제나 고마운 분이셨죠. 시어머님은 남자같이 무서운 분이시기도 했지만 인자할 때는 한없이 인자한 분이셨어요. 침선장으로서 시어머님은 본인이 답습하신 대로 바느질을 하셨기 때문에 배우는 저로서는 수용하는 데에 있어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시어머님에게서 배운 것을 계속 반복 작업해서 모아 오랜 시간에 걸쳐 수치화한 것이 바로 ‘한복 만들기-구혜자의 침선노트’에요. 침선작업을 학생들에게 전하기 쉽고 학생들이 수용하기 쉽게 하고자 이것을 만들게 되었고요.

시어머님은 오랜 세월동안 바느질을 하셨기 때문에 본인의 손끝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곧 수치이자 숫자일 정도로 정교하셔서 지금도 시어머님의 제자 분들과 모여 그 분의 그러한 순발력이나 정교함은 우리가 못 따라간다고 얘기를 하기도 해요.

외래복식과 달리 한복은 선의 흐름이 보여지기 때문에 더욱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한복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서양복식과 우리나라 옷을 비교할 때 그쪽은 입체재단이고 우리는 평면재단이라고 흔하게 얘기를 하잖아요. 서양복식과는 달리 우리 전통의상인 한복의 경우 선이 거의 다 직선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따라서 품이 너그러운 편이라 얼마든지 몸의 움직임에 있어서는 자유스러움이 있죠. 또한 사람이 옷을 입고 움직이는 데 따라 자연스레 선이 나타나니까 그 선에 유연함이 있고 그게 우리 옷의 특징이자 매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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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서는 어떤 종류의 옷을 가장 즐겨 만드시나요? 있다면 그것들을 즐겨 만드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남자 옷은 포 종류를 많이 만드는데 포는 남자 윗옷을 말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포를 좋아해요. 그 이유는 사대부의 남자들은 출입을 했기 때문에 윗옷의 종류가 다양하거든요.

그리고 시대가 지나면서 구성 또한 변해서 굉장히 다양한 종류가 있어요. 예를 들면 도포는 조선 중기부터 입었지만 조선 말기에 오면서 옷의 모양이 달라졌어요. 철릭 같은 것도 초기, 중기, 말기 시대마다 다 다르고. 그런 다양한 변화가 있기 때문에 제가 포를 좋아하고 또 짓기를 좋아하는 거에요.

여자 옷의 경우 제가 가장 매력을 느끼는 것은 속옷 종류에요. 겉옷의 모양은 어떤 속옷을 입느냐에 따라 모양이 형성돼요. 그래서 전통 의상 같은 경우 다양한 속옷 종류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네 가지를 입고, 대슘, 무지기, 누름치마 등을 입고 예복을 입을 때는 일곱 가지나 입어요. 근데 그게 모양이 다 다른데 옷이 풍성하게 보이게 하는 모양을 내는데 속옷이 뒷받침을 해주는 것이죠. 그래서 만들기를 좋아해요.

그렇다면 옷을 지으실 때는 어디서 많이 영감을 얻으시나요?
요즘 생활한복, 디자인 한복 등 많이 나와 있지만 우리 옷의 구성은 거의 정해져 있어요. 아래, 위 따로 떨어져 입는 것, 그러니까 남자는 바지와 저고리를 입고 그 위에 두루마기를 걸치고 여자는 치마와 저고리를 입잖아요. 길이가 길다든지, 폭이 좁다든지 등 시대에 따라 옷의 형태는 조금씩 변해오긴 했지만 그 외에는 그대로 이어져 왔다 볼 수 있죠.

결국 한복을 짓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옷의 구성과 형태만큼이나 색채의 조화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또 이러한 색의 조화는 주로 책이나 그림을 통해 영감을 얻기보다는 자연에서 색(色)를 얻어요. 예를 들어, 꽃을 본다든지 어떤 자연 풍경을 본다든지 해서 영감을 얻고 그러한 자연색을 색채의 기본으로 삼고 있어요. 일례로, 우리가 초록색 치마에 보라색 저고리를 입는다고 상상해봤을 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잖아요. 그런데 꽃은 초록색 줄기에 보라색 이파리가 있잖아요. 그런 자연색에 착안해서 옷을 만들 때 색의 농도만 다르게 해서 만드는 거죠. 다시 말해, 자연색에서 영감을 얻어 옷의 빛깔을 상상해보고 염색 같은 것도 그런 색채로 해보는거죠.

한복사진

가장 심혈을 기울였거나 혹은 애착이 갔던 작품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으신가요?
제가 손수 짓는 작품은 모두 애착이 가지만 특별히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1년에 한 번씩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작품전’에 내는 작품이에요. 전시를 준비하면서 작품을 만들 땐 소재가 되는 유물의 관찰에서부터 짓기 시작하죠. 지금까지의 작품들을 모두 소중하게 느끼고 있지만, 제가 얼마만큼 만족스럽게 옷을 완성하느냐에 따라 애착은 달라져요. 사실 항상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이내 바느질을 다시 시작하곤 한답니다.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복식강좌를 진행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많은 제자들을 가르치셨는데 어떤 계기로 온 제자들이 많나요?
대개가 50대 부인들이 많고요. 옷이 만들어지는 복식 구성에 대해 자세히 배우고 싶어하는 대학원 학생들도 있어요. 그리고 30대 미혼, 40대 주부 등 취미로 전통 옷을 배워보고자 하는 사람들, 그리고 복식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대부분 전통에
관심 있어 오시는 분들이라서 배움의 열정이 가득하세요.

배우고자 오시는 분들은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에 들어와서 복식, 매듭, 자수, 장신구를 다 직접 만드는 걸 배워요. 또 나이 좀 드신 분들은 본인이 손수 옷을 지어서 자녀들 결혼할 때 만들어주려 하시기도 하세요. 실제로 우리 시어머니도 우리 남편이랑 아
이들 결혼할 때 옷을 만들어주시기도 했어요. 다양한 분들을 만나 가르치는 게 참 재밌고 흐뭇해요.

빠름을 중요시하는 요즘 시대에 우리 전통의 바느질 기법이 많이 사라져 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미래세대에게 전통의 끈을 이어주는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꼭 우리나라만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서양에서도 현재 전통 서양 복식이 아닌 간이식 복식을 입고 살잖아요. 이처럼 옷은 세대를 이어가면서 간소화되어 그 형태는 변할 수 있지만 그것을 이어가려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전통이라는 것은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져 가는 것이고, 우리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것에 더욱 관심을 갖고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한 이러한 마음가짐이 다음 세대를 통해 계속 이어져 나간다고 생
각합니다.       - 취재·정리 이정민, 양진아, 한소영 (대학생 문화유산기자단 징검다리 5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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