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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바탕에 그린 섬, 청산도

섬이란 공간은 본질적으로 육지와 떨어져 있어 다른 지역과의 교류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섬에서는 육지와 사뭇 다른, 자체적인 문화가 탄생하고 보전되기 마련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해변의 조약돌처럼 쌓이고 해안선처럼 이어진 '섬'의 문화를 찾아 지난 4월, 청산도로 향했습니다.
 
 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면에 소속된 청산도는 '사시사철 푸르다'는 뜻에서 '청산(靑山)'이란 이름을 가졌으며, 예전부터 아름다운 풍광을 가진 서남해안의 요충지로 손꼽혔습니다. 그러나 왜구들의 잦은 침략과 임진왜란으로 인해 조선시대 일시적으로 무인도가 되기도 했지만 효종대에 이르러 유인도의 지위를 되찾았습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섬답게 청산도에는 남방식 고인돌부터 돌담 등 섬 고유의 풍습과 전통이 곳곳에 잘 남아있는데요. 자연을 정복하기보다는 자연과 공존하여 살아가려는 청산도 사람들의 철학은 지난 2007년,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과거와 현재의 조화를 통해 느리지만 행복한 삶을 추구, 자연환경과 고유음식, 전통문화를 지키는 지역 공동체를 만드는 슬로시티 운동의 일환)로 지정됨으로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재언 지음, 한국의 섬2-전남 완도군 편, 청산도 홈페이지(www.cheongsando.net), 슬로시티 운동본부(www.cittaslow.kr)
 
 청산도의 관문 도청항을 지나서 해안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길 양 옆의 유채꽃이 방문객을 반겨주었습니다. 섬 곳곳에 핀 수천, 수만 송이의 유채꽃은 멀리 보이는 푸른 바다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보는 것만으로도 깊은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청산도는 우리나라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로도 유명한데, 극중 송화와 유봉이 살던 초가를 지나 양 옆 유채꽃이 넘실거리는 흙길로 접어드니 영화 속 주인공들이 부른 '진도아리랑'이 귀에 들리는 듯 했습니다.  
 청산도에는 제주도의 올레길처럼 슬로시티 청산도를 취향에 맞게 여행할 수 있는 슬로길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날 저는 총 11개 구간의 슬로길 중 섬의 문화재가 집중된 3구간과 6구간을 선택했는데요. 서편제 촬영지를 지나 계속 걸어서 숲속으로 들어가니 해변으로 향하는 갈래길과 초분(草墳)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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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의 초분 ⓒ 이병현
 

 초분은 청산도를 비롯한 섬지역의 고유한 장례 풍습으로서, 시신이나 관을 짚과 풀로 엮은 이엉으로 덮어두었다가 3~5년 뒤 뼈를 씻어 땅에 묻는 무덤을 의미합니다. 초분은 많은 정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생전에 부모님께 못다한 효도를 의미했는데요. 복원된 초분에서는 으스스한 느낌보다는 섬사람의 순박하지만 예쁜 마음씨가 느껴졌습니다.
 모양부터 발에 닿을 때 나는 소리까지 아름다운 조약돌이 가득한 해변을 보고 나서, 유채꽃 내음을 맡으며 서편제 촬영지로 돌아왔습니다. 사실 주차장 옆에 만들어진 성벽을 보기 위해서였는데요. 사전 조사할 때 나오지 않았던 시설이라 어떤 연유로 세워졌는지 궁금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성은 예전 군사적 요충지인 청산도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청산진성을 2010년 복원한 것이었습니다. 비록 옛날 그대로의 성곽은 아니지만, 섬의 역사 한 부분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돋보였습니다. 순천의 낙안읍성이나 고창의 모양성 못지 않게 자연과의 '케미'를 자랑하는 성벽 위에 오르니 앞뒤로 보이는 마을과 바다가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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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진성에서 바라본 청산도 풍경 ⓒ 이병현
 

 청산진성을 답사한 다음 인근의 읍리 마을로 향했습니다. 미리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읍리에서 청산도의 대표적인 문화재를 볼 수 있다고 들었는데요. 좀처럼 보이지 않아 조급한 마음에 길에서 내려 한 할머니께 여쭤보았습니다. 활짝 웃으며 바로 앞에 있다는 할머니의 말씀을 듣고 조금 더 가니 길 한 켠에 울타리로 둘러싸인 돌무더기와 안내판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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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읍리 고인돌 ⓒ 이병현
 
얼핏 보기에 단순한 돌무더기 같지만, 이는 전부 소중한 문화유산이었습니다. 읍리 고인돌(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116호)과 읍리 하마비(전라남도 제108호)는 청산도의 오랜 역사를 증언하는 터줏대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청
동기 시대 지배자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고인돌은 우리나라의 서남부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는데요. 청산도에는 총 23기의 고인돌이 남아있으며 그중 16기가 읍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수십 년 전 도로공사로 인해 원래 모습을 유지한 고인돌은 3기 뿐이지만, 각각 다른 모습의 고인돌은 커다란 바위에 인공미가 적절하게 스며 있어 보는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지금도 들어오려면 완도에서 50분이나 배를 타야되는 이 섬에, 고인돌을 만든 사람들은 어떻게 정착하여 이 같은 흔적을 남겼을까요?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고인돌 한 켠에는 고인돌만 보다가는 놓치기 쉬운 문화재 하나가 놓여져 있었습니다. 편평한 돌판을 땅에 박아놓은 것처럼 생긴 이 문화재는 놀랍게도 '하마비'입니다. 
하마비(下馬碑)란 대개 궁궐, 사당 등 중요한 곳 앞에 세워져 말에서 내리도록 한 비석인데요. 읍리 하마비는 특이하게도 고려 말이나 조선 초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보살상 아래 '하마'라는 글자가 조각되어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야 일반 돌인지 보살인지 확일할 수 있을 정도로 투박한 보살 조각은 비록 미학적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오히려 그 덕분에 주변 환경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습니다. 
읍리에서 볼 수 있는 '꾸민 듯, 만 듯'한 두 종류의 문화재에는 자연과 더불어서가 아니라 하나되어 살아가려고 했던 옛 청산도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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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리 하마비(전라남도 문화재자료 108호) ⓒ 이병현

 
읍리에서 차를 타고 상서리에 도착하니 어느덧 해가 서산으로 뉘엇뉘엇 기울고 있었습니다. 슬로길 6구간에 해당하는 상서리는 마을 전체를 둘러싼 돌담으로 유명한데요. 매서운 섬바람으로부터 집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돌담은 마을의 역사처럼 켜켜이 쌓여 옛날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습니다. 상서리의 돌담은 2006년 등록문화재 279호로 지정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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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서마을 돌담장 ⓒ 이병현
 

전기가 별로 없어 저녁이 되자 어스푸름한 빛깔로 덮인 상서리는 참으로 평화로웠습니다. 간간이 들리는 염소 소리만이 고요한 분위기를 환기시켜줄 뿐이었습니다. 담쟁이넝쿨로 뒤덮여 성을 연상케 한 돌담, 그리고 돌을 벗삼아 길가에 핀 꽃과 돌담 사이 나무로 만든 창문 너머로 보이는 새카만 가축들의 그림자는 제게 익숙한 도시의 풍경과 전혀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낯설음 대신 정겨움을 느끼도록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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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 너머로 보이는 염소의 모습 ⓒ 이병현

 
마을을 한 바퀴 돌던 중 돌담에 붙어있는 종이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종이에 적힌 글귀는 상서마을 사람, 더 나아가 청산도 사람들의 삶의 자세를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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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현
 

투박하고 우직하게 쌓아올린 돌담처럼, 청산도 사람들은 오랜 옛날부터 간소하고 소박한 삶을 지향하며 자연을 극복하기보다는 자연의 보조에 자신들을 맞추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세는 먼 옛날 고인돌부터 오늘날의 돌담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속도만을 추구하며 나날이 물질 문명을 발전시키고 있지만 반대로 정신 문화는 도태되어 많은 불행을 겪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시사점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청산도의 진정한 문화재는 유형의 자료가 아니라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내재된 '느린 삶'이 아닐까요? 
부디 앞으로도 청산도만큼은, '느림'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7기 문화재청 대학생 기자단 이병현 기자(korea7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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