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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와 백성에게 하사한 궁중의 장 음식의 기본 ‘궁중의 장맛’
15-03-22 14:41

신하와 백성에게 하사한 궁중의 장
궁에서 장은 왕족들의 일상음식에서 가장 많이 쓰이지만 잔치라든가 제사에서도 많이 쓰이며 가뭄·풍수해·화재 시에 백성들에게 구휼하기 위해, 신하가 상을 당했거나 공을 세우거나, 주변에 어려운 사람에게 하사를 하는 품목으로 우선순위에 들었다.
실록에 보면 세종·정조 때는 굶주린 백성에게 1명당 나누어진 식량은 성인은 쌀 4홉, 콩 3홉, 장 1홉을, 어린 사람에게는 그 반이 나누어졌다. 태종 때는 호군이나 노인에게 장1독을 하사했다. 세종·단종·세조·성종·명종 때에도 신하들의 식구들이 어려운 지경이 됐을 때 쌀과 함께 장을 내린 기록이 여러 차례 나타난다.
궁중의 장을 관리하던 관청은 쌀·밀가루·술·장·기름·꿀·채소·과일을 담당하는 내자시와 사도시(司?寺)이다. 장을 담그는 일이나 관리하는 일은 대전·중궁전·세자전마다 따로 살림을 하니 소속된 궁녀들이 맡아서 했을 것이다. 창덕궁 동궐도 장고를 자세히 살펴보면 옆에 자그마한 기와집과 염고가 보이는데 거처하며 장고관리를 전담하도록 한 증거로 볼 수 있다.
순종비 윤황후를 직접 모시던 지밀나인 김명길 상궁이 구한말의 궁궐 풍속을 구술한 책 『낙선재주변』에는 장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낙선재 뒤 위치한 장고에는 장고마마로 불리던 이완길 상궁이 있었는데 교실보다 큰 면적에 바닥을 높이고 주위에 벽돌담을 했으며 한편으로 출입문이 있고 큰 빗장을 두르고 자물쇠를 채워놓았다. 장독은 배가 부른 항아리가 아닌 아구리가 넓은 전이 붙고 1미터도 더되는 홀쭉한 말뚝 모양의 번들거리지 않는 회색빛 항아리였다. 장고마마는 장독대 옆 기와집에서 살며 생각시 2~3명을 데리고 아침 일찍 몸을 정하게 한 후 독을 반들거리게 닦으며 들여다보고, 비워있는 장을 어린 장으로 항상 가득 차게 하는 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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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의 유별한 고추장 사랑
궁에서는 크게 간장을 청장·중장·진장으로 나누어 쓰는데, 장은 다리지 않고 해마다 담가 한 해씩 어린 장을 묵은 장쪽으로 보태는 방법, 즉 덧장이 되도록 하는 법을 했다. 청장은 일년장으로 맑고 담백해 국간을 맞추거나 나물 무칠 때, 중장은 일반적인 음식에 두루 쓰이고, 검은 콩메주로 만든 진장은 계속 해를 묵혀 맛이 짙고 달며 조청같이 걸쭉한 농도인데 육포·조림·장김치·약식 등을 만들 때 쓴다.
궁에는 메주를 직접 띄우지 않고 성 넘어 자하문 근처 절에서 만들어 가져온다. 이 메주를 ‘절메주’라 불렀고, 검정콩을 가지고 봄에 콩을 삶아서 햇풀에 띄운 것이며 보통메주의 4배 정도로 컸다고 한다.
된장은 궁녀들이 개별적으로 해먹는 찬에서나 썼으며 왕족들의 찬에는 별로 쓰지 않은 듯하다. 고종과 순종 때는 일 년에 한두 번이나 절미토장조치로 찾을 정도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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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행을묘정리의궤(1795년)』에는 혜경궁 홍씨의 수라에 미나리나 파, 생선회를 찍어 먹는 용도로 장 종지에 고초장(苦椒醬)이 놓였다. 고추장을 가장 좋아했던 영조는 70대 중반에 입맛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며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난 후 송이·생전복·새끼 꿩·고추장 4가지가 별미라 했다. 고추장 없이는 밥을 못 먹을 지경이었고, 궁에서 담근 것보다는 조종부라는 신하의 집에서 담근 것만을 찾았다고 한다. 순창 조씨네 고추장이 지금은 순창 고추장 지역의 진상품처럼 알려져 있지만 18세기 숙종 때 나온 『소문사설(?聞事說)』에는 순창 고추장 만드는 법이 소개될 만큼 널리 알려졌다. 메주는 콩 삶은 것을 쌀가루와 섞어 띄운 후 고춧가루·엿기름·찹쌀로 죽을 만들어 단간장을 섞고, 전복·대하·홍합을 넣고 같이 담는 법이니 지금과는 다르다. 순종을 모셨던 마지막 상궁 한희순에게서 전수받은 상추쌈차림에서는 갖가지 장으로 만든 반찬들로 차린다. 채소에 밥을 넣고 싸먹기 위해 절미된장조치, 생선감정, 약고추장, 장똑똑이, 보리새우볶음, 참기름이 찬으로 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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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채소는 상추·쑥갓·가는 파이며, 한련화잎도 쌈재료였다고 한다. 절미된장조치는 쇠고기와 표고를 넣어 조린 쌈장이며, 병어감정은 생선살을 고추장에 끓인 것이다. 옛날엔 진상품 생선인 웅어를 썼다고 한다. 약고추장은 고추장에 쇠고기볶음과 꿀, 참기름을 넣고 윤이 나게 볶은 것이며, 장똑똑이는 채 썬 쇠고기를 간장에 조린 것이다. 쌈을 싸서 먹을 때는 잎을 뒤집어 손바닥에 놓고 밥을 얹은 후 마련한 찬을 조금씩 얹고 참기름 한 방울을 떨어뜨려 싸먹는다. 채소를 많이 먹으면 몸이 차지는 것을 걱정해 쌈을 다 먹고 난 후 몸을 따뜻하게 하는 계지차를 내놓는 것도 약식동원을 알 수 있는 궁중음식의 색다름이다.
 
출처 : 문화재청 홈페이지  글 한복려(중요무형문화재 조선왕조궁중음식 기능 보유자) 사진 궁중음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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