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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의 잔치 대왕대비전 진어찬안, 고기·생선으로 만든 탕·적·찜
15-03-26 18:24
궁중에서는 경사스러운 날에 잔치를 성대히 열었다. 왕·왕비·대비 등의 회갑·탄일·사순·오순·망오(41세)·망육(51세) 등 특별한 날과, 존호를 받거나 왕의 기로소(耆老所)에 입소, 왕세자 책봉, 가례, 외국 사신 영접 등의 경우에 열렸다. 왕조의 이념은 의례를 통해 백성들에게 훌륭한 정치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이기에 궁중연회는 장엄하고 화려하지만 권위와 절제, 위엄있게 진행됐으며, 상차림과 올린 음식들로 공경과 배려를 나타냈다.
궁중에서는 잔치를 열기 수개월 전부터 임시관청인 도감(都監)을 설치해 절차를 의논하고 물자를 구입하고 잔칫날의 의식 순서·무
용·노래·음식 등을 준비했다. 날짜가 다가오면 연습도 하는데 특히 음식은 연회의 일자에 맞추어 상차림의 크기·그릇수·내용을 정하고, 음식발기(잔치음식을 뽑고 필요한 식품의 분량 등을 기록해 둔 두루마리 책자) 또는 찬품단자(饌品單子)를 만들어 그것대로 준비했다. 잔치는 진찬(進饌)·진작(進爵)·진연(進宴)이라 하고, 하루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3~5일에 걸쳐 밤낮으로 여러 차례 열렸다.
 
궁중잔치 엿볼 수 있는 정해년(丁亥年, 1887년) 대왕대비전 진어찬안
궁중의 국가행사는 모든 일이 끝난 후 기록물로 의궤(儀軌)를 만들어 보관했다. 이러한 기록물은 조선시대 궁중연향을 시각적으로 살필 수 있는 자료로, 공간 구성과 참여 인력들의 역할, 의례용 물품의 형태·음식·복식·음악 등과 관련된 다채로운 정보를 그림으로도 나타냈다. 특히 궁중음식과 관련해 찬품(饌品)조가 있어 신분에 따라 상차림명이 있고 의례순서에 따라 올리는 음식들을 구체적으로 기록했다.
궁중잔치를 잘 알 수 있는 사례로, 고종 24년(1887년, 정해년) 1월 익종비 신정왕후 조대비의 팔순을 기념하기 위해 경복궁의 만경전에서 열린 잔치를 예로 들면, 27일 내진찬(內進饌)과 야진찬(夜進饌), 28일 대전회작(大殿會酌)과 야연(夜宴), 29일 왕세자회작(王世子會酌)과 야연(夜宴) 등 여섯 차례를 행했다.
연회음식에 관해서는 연회 일자별로 차리는 찬안(饌案)의 규모·종류·차리는 음식의 이름을 적은 찬품단자(饌品單子)를 만들었다. 14일 전부터 숙설소는 만세문 안에 1백 66칸을 설치해 필요한 식품 재료를 품의하고 잔칫날에 맞추어 미리미리 준비했으며, 연회음식의 조리는 규모에 따라 적당한 인원의 숙수(熟手)를 동원해 만들었다.
대왕대비전 진어찬안에는 47그릇이 오르고, 유기그릇과 갑번자기를 썼으며, 붉은색 칠을 한 다리가 높은 상 6개를 붙여서 음식을 30~40㎝로 괴였다. 음식의 종류로는 떡류·과자류·사탕·마른과일·생과일·음청류 등 33가지와 탕·전·적·포·회 등 고기·생선 음식이 11가지이며, 꿀·겨자·초장이 3가지였다. 고기음식은 금중탕·열구자탕·각색절육·편육·족병·삼색전유화·전복초·해삼전·각색화양적·전치적·잡증·각색갑회 등이 올랐다.
 
정해년 만경전 대왕대비전 진어찬안을 재현한 모습이다.
궁중 향연 장식한 주인공 ‘고기음식’
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면 응당 고기음식일 것이다. 고기는 늘 먹을 수 있는 재료는 아니기에 제사나 잔칫날은 조상님과 어른께 올리고 그때를 빌미로 맛있는 음식을 먹는 날이었다.
궁중에서는 잔치를 준비할 때 소를 많이 잡았고, 진상으로 들어오는 산돼지·닭·꿩·생선·마른 해산물 등을 이용했다. 궁중잔치는 수백 내지는 수천 명을 먹여야 하는 엄청난 일이기에 우선은 육류들은 삶아서 고기도 써야 하고 국물도 써야 했다. 한 가지 육류로 한 가지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연한 살코기를 빼고는 여러 종류의 고기·내장·뼈 등을 먼저 삶아서 용도에 따라 나누어 썼다. 살코기는 눌러 서 편육을 만들고, 아교질이 많은 족이나 머리부위는 오래 고아 족편을 만들었다. 삶은 고기들과 내장들은 채소들과 섞어 양념을 해서 다시 무르게 찜을 하거나 탕을 만들고, 신선한 내장은 회나 전으로 만들었다.
정해년에 행한 잔치에 나타난 고기·생선 음식으로는 열구자탕·완자탕·승기아탕·골탕·양탕·금중탕·각색절육·편육·족병·육만두·삼색전·전복초·계증·해삼증·생복증·수어증·연저증·각색 화양적·전치적·잡증·각색갑회 등이 있었다.
우리에게 조금은 생소한 잡탕은 우선 쇠고기·곤자소니·부아·양을 삶아 얇게 썰고, 무도 같이 삶아 도톰하게 썰어냈다. 그리고 건해삼을 불리고 표고도 불려 썰고, 등골과 미나리는 얇게 전을 지졌다. 쇠고기살은 다져서 양념해 완자를 만들었고, 달걀도 황백으로 지단을 부쳐 썰었다. 마지막으로 고기 삶은 국물에 간을 맞추고 준비한 국거리들을 넣고 다시 끓여 완성했다.
열구자탕은 현재 신선로로 많이 알려진 궁중 대표음식인데, 의궤에는 거의 열구자탕(悅口資湯)으로 쓰여 있다. 가운데는 불을 지필 수 있는 화구가 있고 둘레는 냄비 모양으로 생겨 있어, 궁중잔치가 겨울에 있는 때는 꼭 신선로를 올려 보온 효과도 얻고 따뜻한 국물을 지속적으로 먹게 했다. 국거리로 삶은 쇠고기나 양을 맨 아래 담고 그 위에 생선·간·천엽·지단·버섯·전복·해삼 등 각종 전거리를 골패 모양으로 썰어 색을 맞추어 돌려 담은 후, 고기완자·호두·은행·잣 등을 고명으로 올린 후 간을 맞춘 육수를 붓고 계속 끓이면서 먹었다.
 
출처 : 문화재청 홈페이지  글 한복려(중요무형문화재 조선왕조궁중음식 기능 보유자) 사진 궁중음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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