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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도전장포새우젓 1.jpg
 
 
한국의 전통 문양, 꽃담에게 말을 걸다
15-07-07 19:14

 
대한민국의 꽃담은 ‘반 발걸음을 쌓지 않으면 천리에 이르지 못할 것이요, 적게 흐르는 물이 모이지 않으면 강하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순자처럼 살다가라 한다. 또, 한 움큼의 배춧속 같은 하얀 마음을 타인들 앞에 활짝 열 수 있게끔 한 울타리 공동체를 지향한다. 부디 소원하건대, 서로 엇갈리는 두 마음을 갖지 말라 하고, 이것 셋이면 살인도 면하게 한다는 ‘참을 인(忍)’자의 삶을 좌우명으로 제시한다. 4자는 ‘죽을 사(死)’가 아닌, ‘일 사(事)’, ‘사례할 사(謝)’, ‘섬길 사(仕)’로 해석하면서 긍정적 사고를 낳게 했으며, 달덩이처럼 큰 미소와 함께 찰진 눈웃음을 머물게 하는 힘을 가져다준다. 
 
악당을 물리치는 서양의 독수리5형제의 모숩과는 달리, 5부자가 오순도순 콩 한 조각도 나눠 먹으며 정에 죽고 의리에 사는 세상사를 실천하는 백의민족의 모습은 눈물겹다. 6월이라 유둣날에 3현 6각, 3정승 6판서의 이치처럼 3과, 3의 배수인 6의 결합으로 행복 바이러스가 퍼지기를 언제나 소원했다. 일곱 색깔의 고운 무지개를 맘속에 새겨놓고 견우직녀의 상봉과 그 애절한 사랑을 영원히 노래하라. 8월 한가위를 맞아 9988234, 곧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3일 앓다가 저승에 갈 수 있도록 정화수를 떠놓고 ‘달~아 달~아 밝은 ~ 달아!’의 항아님에게 무병장수를 기원한다. 음력 9월 9일, 중양절, 중구절에는 국화주가 좋을시고. 삼천리 방방곡곡마다 푸진 잔칫상을 베푸는 한편 아홉 번 구운 죽염을 한 모금 입 속에 털어 넣을 양이면 피폐해진 몸을 추스르는 명약이 따로 없다. 꽃담은 이처럼 ‘반걸음(0.5)’부터 ‘중양절(9)’에 이르기까지 백의민족의 모든 숫자를 망라하고 있는 등 숨어있는 조상들의 지혜와 여유의 산물이다.
 
한국화에서 자연 형태로 묘사된 산이나 바위나 정자를 유(有)라고 할 때, 나머지 비어 있는 공간은 무(無)이며 여백이 된다. 그 여백은 깊은 못에 고인 물처럼 깊고 담담하고 고요하며 달달하다. 아니, 달달하다 못해 담담하고 고요하다. 조선 후기 전기(田琦, 1825∼1854)의 ‘계산포무도(溪山苞茂圖)’는 간단한 붓질로 그려졌는데, 여백이나 선묘에 있어 이상적인 조형 질서에 도달하기 위한 계산된 의도 같은 느낌을 찾아볼 수 없다. 이정(李霆, 1554~1626)의 ‘산수도’, 김수철(金秀哲, ?~?)의 ‘송계한담도(松溪閑談圖)’ 등도 이 같은 맛이 새록새록 우러나오고 있다. 그림의 여백이 공간적 개념이라면 음악의 여백은 시간적 개념이다. 판소리에는 목소리가 스러져 단절되어 소리가 없다가 다시 살아나는 창법이 있는데, 그 소리 없는 묵음, 곧 휴지(休止)의 순간을 담아낸 시간적 여백이다. 멈춤의 시간은 앞의 소리가 끝난 즉시 뒤이어 다음 소리가 계속됨을 환기하는 과정과 다름없다. 소리 가운데서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쇤목, 짠목, 자지러진목 등으로, 이는 소리 없는 데서 소리 이상의 것을 표현하거나 듣는 한국적 여백미의 표출이다.
 
 
꽃담의 문양과 상징 체제는 한국화처럼 여백을 충분히 살리는 한편 판소리의 묵음 같은 존재다. 경복궁 십장생굴뚝(보물 제810호) 속 십장생이 남녀노소, 사농공상의 분별이 없는 가운데 모든 사람들을 반긴다. 하지만 그 속의 꽃과 화초들은 이 땅에 피어난 게 아니다. 한국인의 마음에 활짝 함초롬히 핀 꽃, 바로 굴뚝에 조각해 놓은 영원의 꽃이다. 그래서 방실방실 피어 시들 줄을 모른다. 꽃으로 장식한 굴뚝은 꽃담이 되고, 각종 길상 문양은 치렁치렁 벽면에 매달려 5미6감을 세세토록 노래한다. 문양 하나하나가 그대로 꽃밭이고 꽃가마가 아니던가. 사방 연속무늬로 끝없이 이어진 꽃들은 화려하지만 천박하지 않다. 단청의 화려함은 세월에 씻겨 사라져갔지만 남아 있는 굴뚝은 한편 담백하고 한편 청아하며 한편 깔끔해 순박한 한국의 멋과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조선시대 궁궐의 굴뚝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인 십장생굴뚝에는 장수를 뜻하는 해, 바위, 거북 등의 십장생, 자손의 번성을 뜻하는 포도, 부귀를 뜻하는 박쥐, 악귀를 막는 나비, 불가사리 등 상서로운 짐승들이 등장한다. 꽃담에 앉아 달을 맞는 새 한 마리! 얼키설키 우리네 황토를 구워 만든 담벼락에 흙을 구워 꽃을 피우고 휘영청 보름달을 띄웠다.
 
경복궁 아미산 굴뚝(보물 제811호)엔 돌을 구워 그린 매화, 가지 끝 둥근 달엔 한 마리의 새가 둥지를 틀고 앉아 웃는다. 시나브로 가지에 매화가 이송이 피었다. 난초, 국화, 대나무, 나비, 연꽃과, 온갖 화초와 새들을 줄줄이 그려 놓는 등 구중궁궐이란 말이 실감날 터이다. 길상무늬에는 십장생이 있고, 국화에 나비가 앉은 것, 쌍학이 천도를 맞잡아 문 것, 바위 위에 석류나무가 솟아 가지마다에 탐스런 석류가 영근 것, 고목 등걸에 매화가지가 뻗어 거기 꽃이 피고 망울졌는데, 이때 한마리의 새가 날아든 것. 또 모란이 피어난 곳에 범나비 한 쌍이 머물고, 가지와 잎이 검고 꽃은 붉은 진달래가 봄 아닌, 사시를 두고 피어나 있는 것도 있다. 용이나 봉황, 박쥐 등 상서로운 동물은 물론 대나무, 매화, 포도와 같은 식물 무늬도 볼 수 있다. 동식물 외에 뇌문(雷紋)이나 만자문(卍字紋), 길상문자문의 보기 등도 아주 많다. 창덕궁 낙선재에서 석복헌으로 통하는 뒤뜰 샛담의 포도 무늬는 다산을 상징한다. 포도 무늬가 있는 담 뒷면을 매화 무늬로 바꿔 꾸미는 기발한 착상은 더욱 백미다. 뭐니뭐니해도 점선 무늬의 핵심은 일월성신(日月星晨) 무늬다. 기와로 무늬를 형성하면서 둥글게 다듬은 화강석으로 해, 달, 별을 표현해 자연을 숭상하는 마음을 드러냈으니 하늘과 우주에 별이 어쩌면 이처럼 또랑또랑, 총총 할 수 있는가. 낙산사 원장(강원도 유형문화재 제34호)과 창덕궁 주합루 서쪽 담, 창덕궁의 인정전 뒷담, 해인사 원당암 앞 담장, 수원 화성 동장대 합각의 둥근 무늬, 도동서원 담의 둥근 무늬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수원 화성의 동장대는 왕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들이 담 뒤에서 숨어서 몰래 지켜본 영롱무늬의 담이 둘러쳐져 있다. 전남 송광사 침계루 통풍구의 네 장의 꽃 이파리는 붉은 나무 기둥과 푸른창문과 노란 벽면이 주변의 초록 빛깔과 어우러지면서 수려한 풍광이 그만이지만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말과 ‘편안한 마음으로 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을 아는’ 세상살이를 일러준다. ‘쓸모’ 위에 정갈하게 버무려진 꽃담의 ‘꾸밈’은 문양의 독창성이다. 전통과 현대의 간극 속에 움츠러들었던 꽃담의 문양이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면 ‘찬란한 유산’이 될 수 있다. 여전히 하늘담은 꽃담에 하늘닮은 사람들의 긍정의 미학이 삼백예순다섯날 흐르고 있다.
 
                출처: 한국문화재재단 홈페이지 글˚이종근 (새전북신문 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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