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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당에 들렸다가 자연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다
15-09-12 20:19
서원과 서당의 차이는 무엇일까? 서원은 앞에는 학동들이 배움의 장소로 이용하고, 뒤로는 선현을 모신 제각이 있다. 그에 비해 서당은 배움의 장소만 있는 곳을 말한다. 진주시 수곡면 사곡리 518번지에는 ‘대각서당’이 있다. 하지만 현재 지정이 되어있는 명칭은 경남 문화재자료 제344호인 ‘대각서원’이다.

이 서원의 건물에는 조금 작은 현판인 ‘대각서원’과 그보다 큰 ‘대각서당’이라는 현판이 동시에 걸려있다. 선현을 모신 제각이 없어 서원으로서의 규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곡서원이란 명칭을 쓴 것은, 전에 이 서당이 서원이었기 때문이다. 6월 10일 진주와 거창을 답사하면서 들린 사곡서당. 답사를 하면서 참으로 낯 뜨거운 일을 당했다.


정교한 치목을 보이는 강당과 부속건물

이 서당은 강당을 중심으로 좌우에 동재와 서재, 그리고 앞으로는 문간채가 있다. 강당의 규모는 정면 5칸 측면 2칸의 규모로, 전후 툇집 형식이며, 정면의 기둥은 배흘림을 둔 두리기동이다. 홑처마에 팔작지붕 형식으로 꾸민 강당은 단면의 크기도 크고 훤칠하다. 이 서당은 원래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마을 입구에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 때 소실이 되었던 것을, 후손들이 후에 다시 자리를 옮겨 다시 지었다고 한다. 대각서원은 처음에는 각재 하항을 모시기 위한 ‘대각사’를 지었다가 그 뒤에 무송 손천우, 백암 김대명, 영무성 하응도, 모촌 이정, 조계 유종지, 송정 하수일 등 6분의 유학선현을 추가로 배향하여 일곱 분을 모시고 있다.



사람이 살고 있는 대각서당

전국의 문화재를 답사하다가 가장 답사가 어려운 곳이 바로 향교와 서원이다. 거의가 닫혀있기 때문에 뒤 돌아서기가 일쑤다. 대각서당을 찾아 간 날도 대문이 닫혀있다. 그런데 안에서 인기척이 나고, 사람이 나와 문을 열어준다. 이곳에는 서당 안 건물에 몇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강당과 동재, 서재에 모두 사람이 살고 있다.

강당에 사시는 분이 차 대접을 한다. 서원을 돌아보다가 이렇게 대접을 받아보기도 난생 처음이다. 알고 보니 이곳에는 동재와 서재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 분들이 대각서당과 연관이 있는 분들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이곳에 거처를 정하고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강당과 동재와 서재 모두가 사람의 온기가 배어있어 따듯한 느낌이다.



건물의 주초만 보고도 반하다

대각서당은 서원으로서 전체적인 배치가 무난하다. 또한 부재의 사용이나 적절한 비례의 적용, 그리고 동재의 여러 가지 기술적인 수법 등 조선후기 건축의 여러 기법들을 동시에 볼 수가 있다. 강당을 바라보면 좌측에 두 칸의 방을 두고, 두 칸의 대청과 또 한 칸의 방을 두고 있다. 잘 다듬은 네모난 돌로 쌓은 기단 위에 세운 강당은 주초만 보고도 반해버렸다. 팔각으로 조성을 한 주초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집 뒤로 돌아가니 뒤편은 사각의 마름보로 조성한 주초를 사용하고 있다. 전면과 후면의 주초를 다르게 논 것이다.

팔작지붕으로 지어진 동재는 지금까지 보아오던 서원의 부속건물과는 다른 파격적인 형태로 지어졌다. 두 칸의 방을 두고 한 칸은 누마루를 깐 정자의 형태이다. 비탈진 터를 그대로 이용해 장초석을 놓고 그 위에 한 칸의 난간을 두른 정자방을 꾸민 것이다. 이 정자방의 주초는 장초석인데 역시 팔각이다. 밑에는 둥근 돌을 놓고, 그 위에 팔각의 장초석을 놓아 기둥을 올렸다. 이 서당을 조성한 치목이나 기타 부재보다 팔각과 사각으로 된 주춧돌만 보고도 감탄할 만하다.
 



세상에 변소인 줄 알았다가

대각서당은 원래 서원이었던 것을 자리를 옮기면서 제실이 사라졌다고 한다. 각재 하항의 후손들이 제실을 뒤편에 짓기로 해, 서원의 본 모습을 갖추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하다가보니 볼일이 급하다. 문간채를 나와 보니 문간채에 허름한 건물이 한 칸 붙어있다. 당연히 화장실 일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사람의 기척이 난다.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사람이 나올 것 같지가 않다. 볼일이 급하다.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렸다. 그랬더니 이게 웬일인가.

“여기 화장실 아닌데요”
“그럼 화장실은 어디에 있나요?”
“저 밭에 있는 건물예요”


서당 대문 앞에 붙은 건물. 화장실인지 알았다(위) 화장실은 밭 저편에 있었다.

 
알고 보니 이 대문간에 붙은 임시건물은 목욕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화장실인지 알고 사람이 목욕을 하는데 문을 두드려댄 것이다. 안에 있는 여자 분이 얼마나 놀랐을까? 얼굴이 화끈거린다.

모처럼 차 대접까지 받고 서원이 서당이 된 사연까지 들을 수 있었던 진주 수곡면의 대각서당. 자연으로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 모처럼 피곤한 자리를 쉴 수가 있었다. 밭 한편에 마련된 화장실 안에서 혼자 키득거린다. 조금 전의 상황이 어이가 없어서이다. 그러고 보니 이 화장실도 참 자연을 닮았다는 생각이다.
출처 : http://rja49.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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