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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재미있는 말 ▷출사표
17-05-26 15:14

"그래, 그래. 알았어. 또순이 바꿔 줄게."

또순이 아빠는 한 손으로 수화기를 가린 채 방에서 열심히 유세문을 외우고 있던 또순이를 불렀어요.

"또순아, 여기 전화 좀 받아 봐라, 삼촌이다!"

또순이는 방 안에서 쪼르르 달려나와 수화기를 들었어요.

", 또순이구나. 너 출사표 던졌다면서?"

"? 누가 사표를 던져요?"

"아니, 사표가 아니라 출사표.... 그러니까...너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거 말야."

"아아.... 그거요? 그렇게 됐어요. 우리 반 친구들이 내가 출마하면 여학

생들 표를 많이 모아 줄 테니까 한번 나가 보라고 하도 떠밀어서...."

"그래, 남학생만 학생 회장 하란 법 있니. 아주 잘했다. 이왕 나간 거니

까 힘껏 뛰어서 좋은 결과 있길 바란다. 삼촌이 뒤에서 응원해 줄게. 그리

고 당선되면 맛있는 거 많이 사 주마."

"삼촌, 정말이죠? 야아, 신난다!"

또순이는 전화를 끊고 아빠를 돌아보았어요.

"아빠! 아빠가 삼촌한테 제가 학생 회장 선거에 나갔다는 얘기를 하셨어?"

", 그래. 내가 자랑삼아 했지."

"그런데 출사표라는 게 무슨 말이에요?"

또순이가 호기심어린 얼굴로 눈을 깜박거렸어요.

"원래 '출사표'란 옛날 촉나라의 재상(옛 중국의 벼슬 이름)인 재갈공명

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말이야."

"아빠, 제갈공명이라면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 아니에요? 유비를 도와 촉

나라를 세우고, 관우, 장비, 조자룡 등을 거느리고 신나게 싸움을 했죠?"

"그렇지, 우리 또순이가 잘 아는 구나. 출사표란 그 제갈공명이 위나라를

치러 가기 전에 싸움에 임하는 자신의 심정과 각오를 적어 황제에게 올린

글에서 비롯된 말이란다. 제갈공명은 촉의 황제 유비가 족은 뒤, 그 뒤를

이은 유선에게 두 번의 상소문을 올렸어. 앞의 상소문을 전출사표, 뒤의 것

을 후출사표라고 하지. 이 글은 매우 비장한 각오로 쓴 것인데, 거기에는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과 황제에 대한 충성 그리고 천하를 통일하여 백성을

구하려는 큰 꿈이 절절히 배어 있는 유명한 글이란다."

"아아, 싸움을 하러 가기 전에 임금께 올린 글이었군요."

"그렇지! 요즘은 보통 선거의 후보로 출마할 때 '출사표를 던졌다.'는 표

현을 많이 쓴단다. 그러니까 네가 학생 회장 선거에 나간 것도 출사표를 던진 셈이지."

"아아, 그렇구나! 이왕 출사표를 던졌으니 꼭 당선돼야지!"

또순이는 자기 방으로 건너가 아가 외우던 유세문을 다시 집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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