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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신라의 화려한 역사를 품은 곳 완도 장도

누구의 고향이어도 좋을, 완도
서울에서 장장 6시간을 달려 만난 곳, 해남에서 더 남쪽에 위치한 완도이다. 완도는 육지와 다리로 연결된 연륙도이다. 통일신라의 화려한 역사를 간직한‘청해진’그리고 모진 세월을 견뎌내어 깨지고 부서져 동글동글해진‘갯돌’. 마음과 머리로 그려만 보았던 그것들을 이제 만날 차례이다. 일찍 서두른 탓인지 한적한 섬 완도의 모습은 느리고 여유로웠다. 완도에 도착하자마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보니 과연‘완도莞島’인가 싶다. 때마침 부는 바람이 여름의 열기를 식혀준다. 드디어 바람의 여행의 본격적인 출발이다.

02. 해진 내성문. 이 성문의 성벽은 돌을 판판하게 깔고 그 위에 흙을 고르며 다져가는 공법 판축기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03. 장도로 이어진 나무다리 위에서 전면을 바라보며 청해진의 주 출입구로 사용됐던 외성문과 그 바로 뒤쪽 둔덕에 내성문이 함께 조망된다.
청해진의 역사, 장도
장도에 가기위해 장좌리 마을에서 바다 쪽으로 이어진 그리 넓지 않은 폭의 나무다리를 건넜다.‘장도’는 썰물에 의해 물이 빠지면 걸어서도 쉽게 갈 수 있을 만큼 완도 본섬과 가까이에 있다. 완도라는 이름아래 속해 있는 부속 섬들은 무인도까지 합해 약 201개 정도 된다고 한다.‘장도’도 그 중에 속해있는 무인도이다.
장도는 북·서쪽은 강진만과 해남 이진梨津의 길목이며, 동쪽은 고금,약산도를 경유해 득량만과 고흥반도, 그리고 남쪽으로는 청산도를 지나 대양으로 중국과 일본으로 이어지는 그 옛날 해상교통의 요충지 였다. 때문에 장도를 청해진 유적지로 추정하고 있다. 장도에서 발견된 목책, 우물, 판축기법의 토성이 그 설에 힘을 더하고 있다.
청해진의 주인공 장보고 대사는 완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고 당나라로 건너가 무령군 군중소장을 맡았는데, 그곳에서 왜적에게 잡혀온 신라 포로들의 비참한 생활을 보고 828년(흥덕왕 3) 이곳을 중심으로 청해진을 설치해 해적을 소탕하고, 해상무역으로 통일신라를 해양상업제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그러니까 청해진은 장보고에 의해 기획되고 성공한 무역기지였던 것이다. 물론 청해진을 통한 장보고의 활약이 아주 오랫동안 이어진 것은 아니다. 어느덧 장보고도 왕위쟁탈에 휘말려 아쉬운 생을 마감해야 했으니까 말이다. 오랜 기간은 아니었어도 몇 십년간 통일신라의 위상을 드높였던, 바다를 제패한 장보고의 청해진이 이제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다.
장도에 들어서니 그 옛날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을 제일 먼저 보여주는 듯, 우물 하나가 반긴다. 우물을 둘러싼‘ㄷ’자 모형의 판축유구는 우물을 보호하고, 외성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아직도 마르지 않은우물에서고대로부터이어진역사속에오늘이있음이느껴진다. 우물을 지나자 외성문이 활짝 열어 여행자를 맞이한다.‘장도’에서의 출입을 유일하게 관할하는 곳이 이곳이다. 외성문을 통해 보이는 장도의 토성길의 모습이 마치 갤러리에 전시된 그림과도 같다. 외성문을 통과해 조금 가다보면‘내성문’이 나온다. 그때의 그 모습 그대로는 아니겠지만, 이곳에 세워져 있는 내성문을 지나는 패기 넘치는 장보고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하다. 마침 바닷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바람은 그 옛날 그 바람과 같은 바람일까.
내성문을 지나 조금 더 위로 올라가니 장도에게 가장 높은 지대에 놓여있는‘고대’가 나온다. 바람은 이곳에서 더욱 강해진다. 고대에서 바라보니 장도, 바다, 완도의 모습이 평화롭게 보인다. 시끌시끌한 해적을 소탕하며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던 장보고의 꿈이 이제 이루어진 것일까. 그리 넓지 않은 섬 장도, 다 돌아보니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청해진의 역사를 돌아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04. 청해진 당시의 목책. 장도가 청해진의 본영이었다는 실마리를 풀어준 유물이다. 05. 장좌리 마을에서 바다 쪽으로 이어진 나무다리를 건너면 장도에 닿을 수 있다.
자연이 빚은 명품 구계등
완도에서 만나는 바다는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지만, 정도리에 있는‘구계등’을 만나러 느려진 발걸음을 움직였다. 구계등은 바다로 내려가는 자갈해안이 아홉 개의 계단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청해진을 설치한 장보고가 발견한 곳이기도 하다. 구계등에 도착하기도 전에 파도소리에 부딪힌 갯돌들의 노랫소리가 청아하게 들린다. 비가 오는 날이나 파도가 거센 날이면 우레 같은 소리가 난다는데, 다행히 맑은날 만나서인지 구계등의 소리는 아름다웠다.
구계등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큰 갯돌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참외만한 크기부터 수박만한 크기까지 꽤 큰 돌들이 파도와 만났다 헤어졌다를 무한히 반복하고 있었다. 과연 이 갯돌들은 언제부터 이곳에 있었을까. 분명 갯돌들은 말만 하지 못할뿐, 수많은 이야기들을 담고있을 것이다. 구계등은 명승 제3호로 지정될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곳인데, 사실 지난해 태풍을 맞아 이 엄청난 갯돌들이 파도에 쓸려 사라지는 위기를 맞았었다고 한다. 그러나 다행히 6개월 정도의 시간동안 유실된 갯돌들이 다시 돌아오면서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고. 갯돌들이 만난 시련이 비단 지난해의 태풍만은 아닐터, 모진 세월을 견뎌내어 모난 곳 하나 없이 둥글기 만한 모습이 왠지 뭉클하다.
구계등 뒤편에는 참나무, 떡갈나무 등 40여 종의 상록수와 단풍림이 자생해 마을의 방풍림 역할을 하고 있다. 해안가 주변에는 소나무가 많은 것이 일반적이라 이곳의 다채로운 나무들은 좀 더 특별해 보인다. 방풍림, 구계등, 파란 바다가 어우러진 이곳의 풍경은 마치 자연이 주는 선물처럼 느껴진다. 한여름에 선사받은 이 아름다운 황홀경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출처 : 문화재청홈페이지  글. 김진희 사진. 엄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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