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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의림지

고요한 제천을 만나다
천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고요함 속에 아직 찬 기운이 가시지않은 초봄의 상쾌한 공기가 코끝에 스친다. 강원도와 인접한 충북제천이기에 봄이 찾아오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지만, 제천 특유의 한적함과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 생동하는 봄의 전령들이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산 나무에 드리운 새순이 망울을 터트리고, 얼마전만 해도 못 전체를 덮고 있던 살얼음은 자취를 감추었으며 여러 고개와 길에 막 틔운 봄꽃들이 여기저기 숨어있다.
제천은 월악산, 박달재, 청풍문화재단지 등 제천10경과 더불어 다양한 레포츠와 체험이 가능한 관광자원이 풍부해 ‘2016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되었다. 특히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현재의 역사와도 어우러지는 제1경 의림지와 제10경 배론 성지에서 제천의 봄을 만나기 위해 다음 걸음을 내딛는다.
01. 의림지 곁의 제방을 따라 걷다보면 수백 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킨 노송의 깊고도 진한 향이 여행에 특별함을 더한다.
의림지에서 농토처럼 마음을 해갈하다
의림지에 도착하자 탁 트인 시야가 눈을 상쾌하게 한다. 의림지는 용두산 남쪽 기슭에 자리한 까닭에 산을 배경으로 한 그 풍광이 아름답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멀리 보더라도 걸리는 것이 없는 시원한 풍경이 가슴 속 깊이 청량감을 전해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살얼음이 덮였었다는 의림지는 그 사이 얼음을 녹이고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의림지는 김제 벽골제와 밀양 수산제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오래된 저수지로 잘 알려져 있다. 제천이 고구려 땅이었을 때 냇물을 가로막은 커다란 제방이 있는 곳이라는 뜻의 ‘내토군’라고 불렸던 것을 보면 그 시기에 이미 저수지가 축조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신라 진흥왕 때 악성 우륵이 개울물을 막아 둑을 쌓았고 그로부터 700년 뒤에 이곳에 현감으로 온 박의림(朴義林)이 쌓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하지만 가장 오래된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 삼한시대에 축조되었다는 설이다. 제천의 북쪽 지역은 물 사정이 좋지 않은 까닭에 관개를 위해 농경용 수리시설로 만들어져 삼한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일대의 농사에 큰 도움을 주고 있으며 수리역사 연구에 큰 자료로 존재하고 있다. 게다가 의림지는 한적하고 그 풍경이 아름답기에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사랑받는 경승지가 되었다.
02.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대 수리시설인 의림지는 정자 및 누각등이 함께 어우러져 매우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는 경승지이다.
제림에서 아름다운 선율을 듣다
2006년 12월 의림지 일대가 ‘제천 의림지와 제림’이라는 명칭으로명승 제20호로 등록되었다. 의림지와 더불어 제방 위의 제림과 주변의 정자와 누각들이 지닌 역사적 가치와 함께 경관이 뛰어난 까닭이다.
제방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수백 년 동안 한 자리를 지 킨노송의 깊고도 진한 향이 여행 에 특별함을 더해준다. 제림 중에 오래 된 소나무뿐만 아니라 버드나무 숲도 의림지와 역사를 함께 해왔다고 한다. 현재에는 이곳에 전나무, 은행나무, 벚나무 등이 함께자라 여느 휴양림 못지않은 상쾌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제방에 잘 정비된 데크를 따라 걷다보면 의림지 의 곳곳을 돌아보는데 넉넉히 두 시 간 정도 소요된다. 걷는 곳곳 마다 같은 듯 새로운 풍경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이곳의 옛지형 그대로를 살린 커다란 바위 동굴은 지나는 사람들마다 흥미롭게 여긴다. 제방을 따라가다 아름다운 정자인 영호정을 만나 그곳을 오르면 저수지를 한눈에 담을 수 있고, 저수지 반대편 골짜기에 흐르는 계곡과 폭포도볼 수 있다. 우륵이 가야금을 안고 풍광 좋은 곳을 찾아 다니다가 만난 장소라고 생각하니, 이곳에서 만난 아름다운 경관들이 가야금의 어떤 선율로 탄생했을지 궁금해진다. 아마도 의림지가 전해주는 평화로운 선율과 닮았을 것이다.
자연은 시간이 흘러도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며 같은 자리에서라도 계절의 변화와 함께 자신을 새롭게 하며 존재한다. 그렇다 해도 그안에 분주함이나 조급함은 없다. 그저 시간이 주는 선물 속에 자신을 맡길 뿐이다. 오늘날 의림지와 제림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도 과거의 우륵처럼 평화로운 선율이 흐르고 있지 않을까.
03. 국내 첫 신학교인 성 요셉 신학당(현 배론 신학교).
배론 성지에서 인생을 돌아보다
의림지를 벗어나 서쪽으로 달리다 보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제10경인 배론 성지를 만날 수 있다. 배 밑바닥 같은 모양의 골짜기에 천혜의 요새처럼 안정적으로 조성된 배론 성지에도 알록달록한 꽃들이 봄기운에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한국 천주교 전파의 진원지로 큰 가치를 지닌 이곳은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많은 여행객들이 방문해 오래된 천주교 역사와 마주하고 대성당을 찾아 그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이곳은 천주교 박해시대에 교우촌처럼 존재했던 곳이기에 조선 후기 천주교도 황사영이 백서를 썼던 토굴과 최양업 신부의 묘가 있고 성 요셉 신학교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성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십자가의 길’, ‘ 순교자들의 집’‘, 약속의 땅으로 가는 길’등 다양한 길을 걸으며 삶과 죽음에 대해 사색할 수 있는 코스들이 있다.
자신이 경험하고 새롭게 알게 된 이념과 가치들을 위해 목숨까지 내어놓을 수 있 는 용기가 있다는 것은 사람 안에 내재한 본능과 능력을 뛰어넘는 일일 것이다. 안일함 속에 삶을가두지 않고 삶의 가치에 몰두해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았던 누군가가 존재했다는 것은 종교를 떠나 감사해야 할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요함이 가득한 배론 성지에서 만난 오래된시간과 오늘의 시간의 만남이 전해주는깊은 사색들이 생동하는 봄 여행을 깊고따스하게 만들어 준다.
 
출처 : 문화재청홈페이지 글. 김진희 사진. 김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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