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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초(짚신나물)이야기
20-05-12 09:19

옛날 과거를 보기 위해 서울로 가던 두 친구가 있었다.
두 사람은 과거 날짜를 놓칠까 염려하여 쉬지 않고 여러 날을 빨리 걸었다.
둘 다 심하게 지쳤지만 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런 중에 한 친구에게 병이 났다. 갑자기 어지럽고 온몸에 힘이 쭉 빠지며 코와 입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멈추지 않았다.

주변은 황막한 벌판이어서 약을 구할 수가 없었다.
“물, 물 좀 줘.”
“여긴 황량한 모래벌판이라서 물이 없네. 조금만 참게.”
바로 그때 하늘을 가르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두 사람의 머리 위로 두루미 한 마리가 날아왔다.
  

피를 흘리던 친구가 두루미를 향해 팔을 벌리며 소리쳤다.
“두루미야, 제발 나를 태워서 마을로 좀 데려다 줘.”
두루미가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입에 물고 있던 풀을 떨어뜨리고 가자 친구는 그 풀을 주워 아픈 친구에게 주었다.
“이 풀을 주고 가는군. 목이 마르다니 이것으로 목을 축이게.”
피를 흘리던 친구는 그 풀을 받아서 입에 넣고 씹어 먹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곧 코와 입에서 나오던 피가 멎었다.

두 친구는 얼싸안고 기뻐했다.
“선학(仙鶴)이 선초(仙草)를 보냈구나.”
두 친구는 간신히 과거 날짜에 서울에 도착하여 과거시험을 치렀다. 그리고 나란히 급제를 했다.

여러 해가 지난 뒤에 두 사람은 우연히 길가에서 마주쳤다. 두 사람은 주막집에 가서 늦도록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보게, 우리가 과거 보러 갈 때 고생했던 일 기억 나나?”
“그걸 누가 잊겠는가. 그때 자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죽었을 걸세.”
“아니야, 그때 자네를 구해 준 건 두루미였어.”
“그래, 그런데 그때 두루미가 준 풀이 무슨 풀이었을까?”
“몰라.” “나는 그 약초를 꼭 찾고 싶네. 그것이 많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지 않겠는가.”

두 사람은 그 풀의 생김새를 그림으로 그려 여러 사람에게 찾아오도록 부탁했다.
부탁을 받은 사람들은 몇 년을 산과 들을 헤맨 뒤에야 마침내 그 풀을 찾아왔다.
그 풀의 잎은 깃털 모양이고 여름철에 노란 꽃이 피었다. 의원에게 그 풀의 이름을 물었지만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약초를 준 두루미를 기념하기 위해 그 풀을 선학초라 이름 지었다.
그 뒤로 사람들은 피를 멎게 하는 약으로 선학초를 널리 쓰게 되었다.

선학초는 우리 나라의 들이나 길옆에 흔히 자라는 짚신나물이다. 짚신나물은 야산이나 길가. 들판 등에 흔히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선학초(仙鶴草), 용아초(龍牙草), 황화초(黃花草), 탈력초(脫力草) 등의 여러 이름이 있다.
이 가운데서 용아초라는 이름은 이른 봄철에 돋아나는 새싹이 마치 용의 이빨을 닮았다고 해서 생긴 것이다.
키는 15∼60센티미터쯤 자라고 전체에 흰털이 있으며 버들 잎 모양 또는 긴 타원 꼴의 쪽잎이 어긋나게 붙는다. 6∼7월에 생기 꽃대 위에 노란 색의 작은 꽃이 모여서 핀다.

짚신나물은 암 치료에 효과가 탁월하다. 북한에서 펴낸 <동의학 사전>에는 “이 식물을 위암·식도암·대장암·간암·자궁암·방광암 등에 쓴다.”고 적혀 있다.
짚신나물은 예부터 민간에서 지혈제로, 또 설사를 멈추게 하는 약으로 더러 써 왔다. 아메리카의 인디언들도 신장병·간장병·관절염 등에 치료약으로 썼고, 유럽에서도 위궤양·장염·설사·출혈 등에 효험이 있는 약으로 기록하였다.
에드워드 바크라는 영국인 의사는 짚신나물이 우울증이나 신경쇠약에 효과가 있다고 하였고, 미국에서 펴낸 한 책에는 오장을 편안하게 하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성악가들이 짚신나물을 달인 물로 입가심을 하여 성대를 보호한다고 하였다.

짚신나물은 지혈·소염·항균·진통·항암·혈당강하·조혈작용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특히 항암작용이 강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북한에서 펴낸 <약초의 성분과 이용>을 보면 자궁경부암에서 떼 내어 배양한 암세포에 짚신나물 추출물을 투여했더니 암세포는 100퍼센트 억제되고 정상세포는 2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중국에서 임상실험한 것을 보면 짚신나물의 에탄올 추출물이 암세포만 억제하고 정상 세포의 경우,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짚신나물은 거의 부작용이나 독성이 없는 암 치료약이다. 다만 혈압을 높이는 작용이 있으므로 많은 양을 한꺼번에 먹어서는 안된다. 짚신나물 추출물은 암세포를 파괴하거나 굳어지게 하여 더 이상 증식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짚신나물은 영양분이 매우 풍부하다. 배추나 상추와 견주어 보면 단백질은 4배 이상, 지질은 5배 이상, 당질은 4배, 섬유질은 15배, 회분은 6배, 철분은 10배 이상 많다. 특히 비타민 C는 상추보다 13배 이상 많다. 이 밖에 선학초에는 아그리모닌, 아그트리몬라이트, 탄닌, 유기산, 사포닌, 비타민 K 등이 들어 있다.
특히 떫은 맛 성분인 탄닌이 많은데 뿌리에는 9퍼센트, 줄기에 6.5퍼센트, 잎에는 6.4퍼센트나 들어 있다.
여러 가지 영양물질이 골고루 들어 있으므로 산나물로 늘 먹어도 좋을 듯하다. 봄부터 초가을까지 새순을 따서 데쳐서 나물로 무치든지, 튀김을 만들거나 볶아서 먹으면 그런 대로 먹을 만하다. 여름철에 나물로 늘 먹으면 설사나 배탈이 나지 않는다.
짚신나물을 암 치료약으로 쓸 때는 말린 것을 감초·삼백초와 함께 달여 먹거나 그늘에서 말려 가루로 내어 하루에 30그램쯤을 세 번에 나누어 먹는다. 폐결핵으로 피를 토할 때나, 위궤양으로 인한 출혈, 치질로 항문에서 피가 날 때에는 짚신나물 말린 것 10∼20그램을 물로 달여 그 물을 마신다.

갑자기 많은 피가 날 때에는 35~40그램쯤 많은 양을 달여 마시도록 하고, 마시고 12시간이 지나도 출혈이 멎지 않으면 다시 한 번 더 복용하고, 출혈량이 줄어들면 10~20그램으로 줄여 복용한다.
짚신나물은 많은 양을 복용해도 부작용이 전혀 없고 소화기관에도 전혀 자극을 주지 않는다.

짚신나물은 약성이 다양하다. 기생충을 죽이는 작용도 있고, 요도염·습진·류머티스·구내염·아구창 등에도 효과가 있다. 뿌리와 줄기 전체를 모두 약으로 쓴다. 그늘에서 말려야 약성이 제대로 보존되고 햇볕에서 말리면 약효가 거의 없다. 말릴 때 곰팡이가 피거나 상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상하거나 곰팡이가 핀 것을 먹으면 그 독성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짚신나물은 정력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 몸이 허약하거나 양기가 부족한 사람은 짚신나물을 차로 달여 늘 먹거나 녹즙을 내어 먹으면 효력이 있다.
짚신나물은 우리 나라 어디에나 흔하다. 일본·중국·미국·유럽 등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흔한 풀이다.
비슷한 종류의 식물로 산짚신나물, 큰골짚신나물 등이 있는데 모양새가 비슷하고 약효도 거의 같다.
이 약초의 효능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항암작용이 강력한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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