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학초

이름: 짚신나물(약명: 선학초, 용아초)    

학명: Agrimonia pilosa LEDEB.
과명: 장미과 여러해살이풀              

높이: 30-100cm
있는곳: 전국 산과 들, 풀섶              

열매 맺는 때: 9월
쓰임새: 식용·약용(풀 전체)

두루미가 준 선약
옛날 중국에서 과거를 보러 서울로 가던 두 수재의 이야기입니다.
때는 여름이었습니다.
두 수재는 행여 과거 보는 날을 놓칠까 두려워 쉬지도 않고 계속 걸었습니다. 그러나 젊고 건장한
수재들도 날이 갈수록 점점 지쳐 발걸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모래밭, 며칠을 가도 사람이 사는 마을이라고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길을 잘못 든 게 아닌가?"
"아니야, 분명 이 곳을 지나가야 해!"
목도 마르고 배도 몹시 고팠지만 먹을 것은 커녕 풀 한 포기 없는 사막이었습니다. 거기다 계속 모래
바람이 불어 잠시 쉴 곳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나 두 수재는 이를 악물고 계속 앞으로 갔습니다.
얼마쯤 가는데 한 수재가 갑자기 풀썩 주저앉는 것이 아닌가!
"여보게, 잠깐 쉬었다 가세."
그런데 그 수재의 안색이 좋지 않았습니다.
"왜 그러나?"
"나도 모르겠어! 갑자기 어지럽고 온몸에 힘이 다 빠져 나간 것 같어."
수재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앞쪽으로 떨궜습니다. 이어 모래 위에 시뻘건 피가 뚝뚝 떨어졌습니다.
"코피가 나잖아? 너무 피로해서 그런가 봐!"
손으로 막아 보았지만 코피는 멎지 않고 계속 흘렀습니다.
다른 수재는 놀라 급히 입은 옷을 찢어 친구의 콧구멍을 막아 주었습니댜. 그러자 이번에는 입으로
피가 흘러 나왔습니다. 수재는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이 일을 어떻게 하지?"
"물 물 물 좀 줘!"

"자네도 알다시피 이 곳에 물이 어디 있나? 조금만 더 참게나!"
"물이 없으면 축축한 돌멩이라도 입 안에 넣으면 좀 살것  같은데…."
"사방이 황량한 모래 벌판이라 아무것도 없다네. 조금만 더 참아 봐!"
바로 그 때였습니다.
어디서 하늘을 가르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두 수재의 머리 위로 두루미 한 마리가 날아왔습니다.
피를 흘리던 수재가 두루미를 보고 두 팔을 벌리고 소리쳤습니다.
"두루미야, 너의 날개를 잠깐만 빌려 줘! 빨리 이 곳을 벗어 나고 싶어!"
두루미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입에 문 들풀 한 포기를 떨어 뜨리고 날아갔습니다.
다른 수재는 그 풀을 주워 친구에게 주었습니다.
"날개 대신 이것을 주고 가는군. 이것으로 우선 목이라도 축여!"
피를 흘리던 수재는 급히 들풀을 받아 입에 넣고 와작와작 씹어 먹었습니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그 들풀을 씹어 먹은 지 얼마 안 되어 피가 멎었습니다.
두 수재는 얼싸안고 좋아했습니다.
"하하하, 선학이 선초를 보냈구나!"
두 명의 수재는 간신히 서울에 도착하여 과거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나란히 급제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몇 년 뒤 어느날, 두 사람은 우연히 길에서 만났습니다.
"야, 오랜만이군. 그래, 잘 있었나?"
"그럼, 자네 소식은 종종 듣고 있었네. 일이 워낙 바빠 만나기가 정말 어렵군."
"우리가 서울로 과거 보러 갈 때 일을 아직 잊지 않고 있겠지?"
"그걸 잊다니! 그 땐 정말 혼났어, 친구가 아니었으면 난 황천객이 되었을지도 몰라."

"그건 내 덕이 아니라 두루미의 도움이었어. 정말 고마운 두루미였어."
피를 흘려 고생했던 친구는 그 두루미를 생각하며 잠시 하늘 저 쪽을 바라봤습니다.
"그래, 정말 고마운 두루미였어!"
두 사람은 주막집에 앉아 그 동안 하지 못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술을
마셨습니다.
"자, 이제 일어나세!"
"그래, 그래!"
그 때 피를 흘리며 죽을 고생을 했던 친구가 다른 친구의 옷자락을 잡고 물었습니다.
"친구, 그때 내 생명을 구해 준 그 풀이 무슨 약초인지 알고 있나?"
친구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 그 약초를 찾고 싶네."
"의원에게 물어 보면 알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나 여러 의원에게 물어 보았지만 아무도 피를 멎게 하는 그 약초를 알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은 생각 끝에 그 약초의 생김새를 그림으로 그려 사람을 시켜 찾도록 하였습니다.
부탁을 받고 산과 들을 헤매던 사람은 몇 년 뒤 결국 그 약초를 찾아서 돌아왔습니다.
그 약초의 잎은 깃털처럼 생겼고, 가을에 흰 꽃이 피는 들풀로서 다른 약초보다 지혈이 잘 되었습니다.
의원에게 그 약초가 무슨 약초인지 물어 봐도 처음 보는 풀이라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약초를 보내준 두루미를 기념하기 위해 그 약초에 선학초란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짚신나물이라고도 부르는 이 선학초는 들이나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년생 초본 식물입니다. 잎은 깃털처럼 생겼고, 꽃은 여름에 노란 색으로 핍니다. 어린잎은 나물로도 먹고 다 자란 것은 약초로
사용합니다. 피를 멈추게 하거나 혈관을 수축한다든지 혈압을 높이는 데 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