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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결을 곱게 하는 천문동
20-05-14 11:38


변산의 명물로 내세울 만한 약초는 천문동(天門冬)이다. 천문동이라는 이름은 하늘의 문을 열어주는 겨울약초라는 뜻이다. 잎과 줄기는 아스파라거스를 닮았고 뿌리에는 작은 고구마처럼 생긴 괴경이 여러 개 달린다. 이 천문동의 뿌리가 옛날부터 늙지 않고 병들지 않게 하는 약 곧, 신선이 되게 하는 것으로 이름난 약초이다.


조선 세종 임금 때 펴낸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는 ‘신선방(神仙方)’이라고 하여 사람을 신선이 되게 하는 약, 곧 질병 없이 오래 살게 하는 약이라고 많이 나온다. 옛사람들한테 신선이란 이상적인 사람이란 뜻이고 요즈음 말로 하면 ‘슈퍼맨’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 ‘천문동을 먹고 살과 골수를 튼튼하게 하고 늙지 않게 하는 방법’이라고 하여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천문동 12kg을 잘게 썰어 그늘에서 말린 다음 가루 내어 한 번에 12g씩 하루 5~6번 술에 타서 먹는다. 200일 동안 먹으면 몸이 오그라지던 것이 펴지고 여윈 것이 튼튼해지며 300일 동안 먹으면 몸이 거뜬해지고, 2년 동안 먹으면 달리는 말을 따라잡을 수 있게 된다.”
“천문동 1,200g과 숙지황 600g을 가루 내어 졸인 꿀로 반죽하여 달걀 노른자 만하게 알약을 만든다. 이것을 한 번에 3개씩 하루 3번 더운 술에 풀어서 먹는다. 산길이나 먼 길을 갈 때 곡식을 안먹어도 배고프지 않고 10일 동안 먹으면 몸이 거뜬해지고 눈이 밝아지며, 20일 동안 먹으면 모든 병이 낫고 얼굴빛이 꽃처럼 된다. 30일 동안 먹으면 흰머리가 검어지고 빠졌던 이빨이 다시 나오며, 40일 동안 먹으면 달리는 말을 따라 잡을 수 있고 100일 동안 먹으면 무병장수한다.”


전라북도 정읍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는 박 선생은 음양오행과 풍수지리, 도가사상에도 일가견이 있는 분이다. 박 선생은 스무 살 무렵에 신선이 되겠다고 몇 달 동안 산에 들어가 수련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만난 한 노인이 신선이 되려면 천문동을 열심히 먹으라고 하였다. 박 선생은 40년 동안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한약방을 아들한테 맡기고 산을 다니던 중에 천문동을 먹으면 신선이 될 수 있다고 한 말이 생각나서 천문동을 캐어 말려서 가루 내어 먹어 보았다. 그랬더니 맛도 좋고 먹으면 먹을수록 힘이 솟구치고 얼굴빛이 고와졌으며 희끗희끗하던 머리가 까맣게 되었고 험한 산을 온종일 뛰어다녀도 피곤한 줄을 모르게 되었다. 박 선생의 아내는 천문동을 복용하고 나서부터 주변에서 20년은 젊어졌다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게 되었으며, 27살 된 딸은 얼굴에 여드름과 주근깨 같은 것이 없어지고 살결이 어린아이처럼 되어 마치 10대 소녀처럼 되었다.


천문동 뿌리는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많아 잘 마르지 않고 가루로 만들기가 어렵다. 
가루로 만들려면 쪄서 말리기를 3~4번 반복한 다음에 가루를 내야 한다. 이렇게 만든 가루를 한 번에 4~5g씩 하루 3번 복용하면 온갖 질병이 물러가고, 기운이 나며 오래 살 수 있게 된다.
천문동은 우리 나라 남부지방과 섬 지방에 더러 자란다. 중국에서 수입한 것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약효가 거의 없다. 변산의 천문동이야말로 우리 민족을 신선 곧, 슈퍼맨으로 만들 수 있는 선약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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