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항생제 물레나물과 근심 잊게하는 원추리
15-06-2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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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마음은 사람의 마음과 가장 가깝다. 사람은 풀과 나무와 함께 있을 때 평화와 안정을 느낀다. 사람은 식물들한테서 완전한 아름다움, 아름다움의 극치를 본다. 식물은 인간의 영혼과 가장 가까운 친구이다. 치악산은 수많은 봉우리가 솟구쳐 올라 산의 덩치가 크고 아흔 아홉 골짜기가 있다고 할 만큼 수많은 골짜기가 부채살처럼 펼쳐져 있는데, 골짜기들마다 기암괴석과 화사한 반석이 널려 있고 크고 작은 폭포들이 널려 있어서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치악산은 본디 가을 단풍이 아름답다 하여 적악산(赤嶽山)이라고 부르다가 그 뒤에 한 선비가 뱀한테 잡아먹히게 된 꿩의 목숨을 구해주었더니 그 꿩들이 뱀한테 죽게 된 선비를 구해주어서 은혜를 갚았다는 설화 덕분에 치악산(雉嶽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치악산 동쪽 영월군 수주면 두산리쪽 응봉골짜기로 산을 올랐다. 원주쪽 치악산의 대표적인 등산로인 사다리병창길은 치가 떨리고 악에 받친다 하여 치악산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가팔라서 오르기가 몹시 힘들지만, 두산리골짜기는 매우 완만하고 산세도 부드러워 오르기가 쉽다. 찻길을 따라 오르는 데에도 길 옆에 약초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구릿대라고도 부르는 백지, 홍한련으로 부르는 물레나물, 여느 산에서는 보기 힘든 하수오, 잎과 뿌리를 씹으면 미끈미끈하여 마치 기름을 먹는 것 같은 기름나물, 잎이 손바닥만큼이나 크게 자란 질경이, 이 지방의 특산물인 옻나무, 노랗게 꽃을 피운 마타리와 원추리, 흰 꽃이 핀 으아리, 사위질빵, 붉나무, 보랏빛 꽃이 핀 영아자, 익모초, 갈퀴나물, 칡, 꼬리조팝나무, 패랭이꽃…. 어느 것이나 영험한 약초 아닌 것이 있으랴. | |
◎ 가장 뛰어난 식물항생제 물레나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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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나물이 꽃은 이미 져서 시들었고 열매가 여물어가고 있다. 한 달쯤 뒤면 푸른 열매가 누렇게 바뀌고 열매가 터져서 많은 씨앗들이 밖으로 흩어져 나올 것이다. 물레나물은 다섯 장의 노란 꽃잎이 길쭉하고 약간 비뚤어져 있어 얼핏 보면 실을 잣는 물레처럼 생겼으므로 물레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요즈음에는 물레를 보지 못한 사람이 많으므로 선풍기 날개나 바람개비처럼 생겼다고 해야 잘 알아들을 수 있지 않을까.
물레나물은 먹을 수 없는 풀이 아니지만 나물로 먹는 풀도 아니다. 그런데도 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물레나물은 나물이라기보다는 천연항생제로의 효능이 뛰어난 약초다. 물레나물은 물레나물과에 딸린 키 1m쯤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모가 나 있고 곧게 자라며 가지를 2~5개 벋는다. 잎은 마주 나고 버들잎모양이거나 피침꼴이며, 노랗고 초여름에 큼직한 노랑색 꽃이 가지 끝에 세 송이에서 열 송이쯤까지 차례로 핀다. 열매는 가을에 익는데, 짤막한 고추모양의 삭과로 그 속에 자잘한 씨앗들이 많이 들어 있다. 우리 나라 각지의 양지바른 산과 들에 흩어져 자란다. 한자로는 홍한련(紅旱蓮) 또는 대련교(大蓮翹)라고 쓴다. 이 밖에 대황심초(大黃心草), 방심초(房心草), 일지전(一枝箭), 대정혈(大精血) 등의 여러 이름이 있다. 물레나물과 닮은 식물로 고추나물이 있는데 거의 같은 성분이 들어 있고 약효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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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나물속에 딸린 식물은 우리 나라에 물레나물과 고추나물의 두가지가 있는데, 이 식물들에는 히페리찐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다. 이 식물들의 잎을 햇볕에 비추어 보면 검거나 밝은 빛깔의 점들이 보이는데 이 점에 히페리찐이 들어 있다. 히페리찐은 형광물질로 독성이 있으나 물이나 알코올에 풀리지 않으므로 사람이 먹어서 중독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히페리찐을 추출하여 고양이한테 주사하면 햇볕이 없는 데서는 아무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지만 햇볕을 쪼이면 곧 죽어버린다. 히페리찐은 식물성 항생제로 상처, 궤양, 유선염, 뾰루지, 곪는데, 축농증, 편도염, 중이염, 화상 등에 널리 쓸 수 있다. 물레나물은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여러 가지 염증성 질병에 탁월한 치료효과가 있다. 천연식물성 항생제라고 할 수 있는데, 그냥 달여서 먹는 것보다는 이마닌과 네오이마닌 성분을 추출해서 써야 한다. 물레나물에는 이마닌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이마닌은 마취작용과 살균작용, 수렴작용이 있고 새살을 돋아나게 하는 작용이 있다. 이마닌은 폭이 넓은 식물성 항생제라고 할 수 있는데 알코올이나 글리세린, 에테르, 중성인 물에는 풀리지 않고 알칼리성 수용액에는 잘 풀린다. 항생제를 써도 듣지 않는 급성 신장염과 방광염, 사구체신염 등에는 물레나물을 쓰는 것이 좋다. 물레나물의 잎과 꽃, 덜 익은 열매를 채취하여 말려서 가루를 만든 다음 이 가루 1kg에 물 8ℓ를 넣고 끓여서 거른다.
이 여과액을 다시 졸여서 물엿처럼 만들고 남은 찌꺼기에 0.5% 가성소다액 10ℓ를 붓고 다시 1시간 동안 끓여서 거르고, 다시 남은 찌꺼기에 0.5% 가성소다액 5ℓ를 붓고 30분 동안 끓여서 거른다. 이렇게 만든 두가지 액을 합친 다음 10% 염산을 약산성이 될 때까지 넣으면 이마닌 성분이 어두운 밤색의 앙금으로 가라앉는다. 이렇게 얻은 앙금을 증류수에 여러 번 씻은 다음 원심분리하여 수분을 없애고 40~60。의 어두운 곳에서 말린다. 그런 다음 맨 처음에 얻은 물레나물 엑기스에 이마닌 가루 1kg과 전분 약간을 넣고 10% 전분으로 반죽하여 한 알의 무게가 0.25g 되게 알약을 만든다.
이렇게 만든 알약을 한 번에 4알씩 하루 3~4번 밥먹는 중간에 물 한 사발과 함께 먹는다. 3~7일 사이에 자각증세가 뚜렷하게 없어지거나 가벼워지고 10일 안에 치유되어 다시 재발하지 않는다. 물레나물에 들어 있는 이마닌과 네오이마닌이 여러 가지 병원균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 급성 신장염으로 몹시 부었을 때에는 물레나물, 택사, 질경이씨를 생즙을 내거나 달여서 하루 20ml를 두 번에 나누어 먹는다. 만성 신장염으로 요단백이 줄어들지 않고 병이 반복하여 재발할 때는 쇠뜨기와 마디풀을 생즙을 내어 하루 20ml를 하루 두 번에 나누어 먹으면 효력이 있다. 물레나물을 달인 물은 대장염, 입안 염증, 인후염 같은 온갖 피부병에 효과가 뛰어나게 좋다. 외상이나 피부염, 종기에는 물레나물을 달인 물을 바르거나 몸을 씻고 몸 속에서 생긴 염증에는 달인 물을 조금씩 마신다. 만성 질병보다는 급성 질병에 효과가 빠르다. 급성 간염이나 신장염으로 몸이 부었을 때에는 물레나물, 택사, 질경이씨 각 10g을 달여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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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옻나무는 위장병과 자궁암에 명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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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은 옻나무로 이름난 산이다. 치악산에는 옻나무가 지천이다. 개옻나무는 우리 나라의 산과 들에 저절로 나서 자라지만 참옻나무로 부르는 옻나무는 사람이 심어 가꾸는 것이 대부분이고 저절로 나서 자라는 것은 흔치 않다. 치악산 주변에는 옻나무밭이 많다. 옻은 고대에서부터 도료로서 매우 쓸모가 많았다. 그래서 옻나무를 많이 심었고, 큰 나무로 자라기 전에 다 잘라서 썼다. 야생 초식동물들은 대개 옻순을 잘 먹는다. 노루나 사슴은 옻순을 가장 좋아하여 쫓아버려도 다시 와서 옻나무 곁에 산다. 염소를 방목해보아도 옻순을 제일 잘 먹는 것을 알 수 있다. | |
옻순을 먹고 자란 짐승들은 약효가 뛰어나다고 한다. 6월부터 10월까지 옻나무 껍질에 상처를 내면 특이한 냄새가 나는 잿빛 진이 나오는데 이것이 옻진이다. 피부가 약하고 체질이 민감한 사람이 옻에 닿으면 몸이 가렵고 살이 부르트고 통통 부어올라 고생하게 된다. 심하게 옻을 타는 사람은 옻냄새만 맡거나, 옻나무 근처에만 거거나, 칠기점 앞을 지나가기만 해도 옻이 오른다. 옻은 가장 훌륭한 방부제이며 살충제다. 그러므로 인체의 세포를 보존하여 상하지 않게 하면서 갖가지 질병을 다스린다. 옻독은 각종 암과 병으로 인한 독을 소멸하여 다시 살아나지 못하게 한다.
옻은 위장에서는 위를 따뜻하게 하고 염증을 없애며 소화를 잘 되게 하여 모든 위장병을 치료하고, 간에서는 어혈(瘀血)을 풀고 염증(炎症)을 다스리며, 심장에서는 청혈제(情血劑)가 되어 온갖 심장병을 다스리고, 폐에서는 살충제(殺蟲劑)가 되어 결핵균을 없애며, 콩팥에서는 이수약(利水藥)이 되어 온갖 신장질병을 다스린다. 옻은 오장육부의 여러 병을 다스릴 뿐 아니라 신경통, 관절염, 피부병 같은 데에도 훌륭한 약이 된다. 옻은 가장 좋은 약이기도 하지만 그 독도 무섭다. 옻에 약한 사람이 옻을 함부로 먹거나 손을 대면 심하게 옻이 올라 죽을 수도 있다. 옻독을 중화하기 위해서 닭이나 오리, 염소 등을 쓰는 것이다. 옻은 소음이나 태양체질인 사람, 곧 혈액형이 AB형이나 B형인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약이 될 수 있으나 태음체질 곧 혈액형이 A형인 사람한테는 별로 효과가 없고, 소양체질인 O형인 사람에게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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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나무로 만성 위염과 위암, 자궁암, 위하수, 간경화증 등을 고친 사례가 많다. 옻나무로 위장병과 암을 치료하는 방법을 적는다. 만성 위염, 위암, 자궁암:닭을 뜨거운 물에 튀겨 털을 뽑은 다음 내장을 꺼내어 버리고 배 안에 마늘 15g을 넣는다. 그런 다음 배 안에 옻진 1.5g을 고루 바르고 배 안에 들어 있는 마늘이 쏟아지지 않도록 실로 꿰맨다. 물을 닭이 잠길 정도로 붓고 천천히 6~8시간 동안 끓여 국물이 500ml쯤 되면 꺼내어 식힌다. 저녁에 국물을 단번에 다 먹고 더운 방에서 가벼운 이불을 덮고 30~40분 동안 땀을 낸다. 땀을 너무 많이 내면 안된다. 땀을 낸 다음 땀을 닦고 천천히 몸을 식힌 다음 닭고기를 반쯤 먹고 다음날 아침에 남은 고기를 마저 먹는다. 이때 목이 말라도 절대로 찬물을 먹지 말아야 하며, 찬 것을 만지거나 찬바람도 쏘이지 말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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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곰탕을 한 번 해 먹어서 효과가 없으면 10~15일 간격을 두고 2~3번 만들어 먹는다. 한 번씩 만들어 먹을 때마다 옻나무 진의 양을 1g씩 늘린다. 소양체질인 사람이나 혈액형이 O형인 사람은 옻이 심하게 오를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양을 3분의 1 이하로 먹거나 아니면 조금씩 늘려 가면서 먹는 것이 안전하다. 약으로 쓸 닭은 시골에서 놓아 먹인 재래종 닭이나 오골계를 써야 한다. 양계장에서 키운 닭은 백해무익이다. 위암, 위하수:털빛이 검은 닭이나 토끼의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고 옻나무 진 1g과 마늘 50g을 넣은 다음 닭이나 토끼를 단지에 넣고 푹 고아서 먹고 1시간 동안 땀을 푹 낸다. 약을 먹고 24시간 동안 찬바람을 쐬거나 찬물, 찬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한다. 보통 서너 마리 먹으면 위하수로 인한 증상이 없어진다. 위암이나 자궁암에는 수십마리를 먹어야 한다. 반드시 시골에서 놓아서 먹인 닭이나 오골계를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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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심을 잊게 하는 원추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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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옆에 원추리가 분홍빛 큰 꽃을 피웠다. 산에 있는 원추리는 대개 노란 꽃이 피지만 더러 큼직한 분홍빛 꽃이 피는 것도 있다. 훤칠하게 크고 시원스럽게 생긴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세상의 시름을 잊을 만하다
원추리는 ‘근심풀이풀’, 곧 근심을 잊게 하는 풀로 널리 알려진 약초이다. 한자로는 훤초(萱草), 망우초(忘憂草), 금침채(金針菜), 의남초(宜男草), 황화채(黃花菜) 등으로 쓰며 어린 싹을 살짝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거나 큼직한 꽃을 차로 우려내어 마시면 마음이 황홀해져서 근심을 잊게 된다는 것이다. 근심 많은 사람들이여 이곳에 와서 원추리꽃을 보고 온갖 시름을 잊을지어다. | |
원추리를 우리말로는 근심풀이풀 또는 넘나물이라고 하며 이른 봄에 올라오는 어린 싹을 나물로 무쳐 먹는데, 약간 달면서도 부드러우며 담백한 맛이 난다. 활짝 꽃을 따서 차로 달여서 마시면 은은한 꽃향기가 일품이다. 이른 봄철에 더러 재래시장에 할머니들이 원추리 나물을 채취해서 노상에서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원추리나물은 봄나물을 대표하는 산나물의 하나이지만 요즈음에는 그다지 많이 먹지 않는 것 같다. 옛날, 한 형제가 한꺼번에 부모를 모두 여의었다.
형제는 슬픔에 잠겨 날마다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가 형은 슬픔을 잊기 위해 부모님 무덤가에 원추리를 심었다. 그러나 동생은 부모님을 잊지 않으려고 무덤가에 난초를 심었다. 그 뒤로 세월이 흘러 형은 슬픔을 잊고 열심히 일을 했지만 동생은 슬픔이 더욱 깊어져서 병이 되었다. 그런 어느날 동생의 꿈에 부모님이 나타나 말했다.
“사람은 슬픔을 잊을 줄도 알아야 하느니라. 너도 우리 무덤에 원추리를 심고 우리를 잊어 다오.” 이 말씀에 따라 동생도 부모님 무덤가에 원추리를 심고 슬픔을 잊었다고 한다. 이구화라는 사람이 쓴 「연수서(延壽書)」라는 책을 보면 “원추리의 어린 싹을 나물로 먹으면 홀연히 술에 취한 것 같이 마음이 황홀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풀을 망우초라고 한다”고 적혀 있다. 원추리는 백합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이다. 키는 80~90cm쯤 자란다. 뿌리부분에서 가늘고 긴 잎이 돋아나는데, 잎은 끝쪽으로 갈수록 가늘어져서 끝은 뾰족하다. 여름철에 잎 사이에서 긴 꽃줄기가 올라와서 백합을 닮은 노랗고 큼직한 꽃이 핀다. 꽃줄기 끝에서 날마다 예닐곱 송이의 꽃이 새로 피고, 이 꽃에는 꿀이 많아서 벌들이 많이 모여든다. 높은 산의 풀밭에는 더러 수많은 개체가 군락을 지어 자라기도 한다. 더러 붉은색 꽃이 피는 것도 있고 보랏빛이 섞인 붉은 색의 꽃이 피는 것 등이 있으며, 꽃이 유달리 큰 것도 있으며 꽃이 겹으로 피는 것도 있다. 가짓수가 꽤 많아서 왕원추리, 큰원추리, 애기원추리, 각시원추리, 골잎원추리 등이 있으나 어느 것이나 다 같이 쓸 수 있다. 원추리는 약초라기보다는 요즈음에는 원예식물로 많이 가꾸는 편이다.
원추리 뿌리에는 맥문동을 닮은 길쭉하고 둥근 괴경이 여러 개씩 달리는데, 먹을 수 있어서 옛날에는 중요한 구황식물의 하나였다. 원추리 뿌리를 멧돼지가 즐겨 파서 먹는다. 녹말을 비롯하여 단백질 같은 영양이 많고 맛이 괜찮아서 선조들은 허약체질을 튼튼하게 하는 자양강장제로 흔히 먹었다. 녹말을 추출하여 쌀이나 보리 같은 곡식과 섞어서 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원추리 꽃술을 따 버리고 쌈을 싸서 먹기도 하고 밥을 지을 때 얹어서 먹기도 한다. 원추리 꽃을 밥을 지을 때 넣으면 밥이 노랗게 물이 들고 꽃향기가 배어서 특이한 향기가 나는 밥이 된다. 중국에서는 활짝 핀 꽃을 따서 펄펄 끓는 물에 데쳐서 말린 다음 갖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요즈음에는 원추리 꽃에서 향료를 추출하여 화장품이나 향수를 만들기도 한다.
원추리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없애며 우울증을 치료하는 약초로 알려져 있다. 옛날에는 흉격(胸膈)이라고 하여 사악한 기운이 영혼에 침입하여 생긴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데 매우 좋은 약이라고 하였다. 원추리나물은 변비를 없애는데에도 훌륭한 효과가 있다. 장기능이 나빠 변상태가 고르지 않거나 여행을 할 때나 긴장했을 때 생기는 긴장성 변비에 원추리나물을 먹으면 곧 변을 잘 볼 수 있게 된다. 우리 선조들은 원추리 어린 순을 따서 지푸라기로 무시래기 엮듯이 엮어서 처마 밑에 매달아 말려두었다가 음력 정월 대보름날에 국을 끓여 먹는 풍습이 있었다. 정월 보름날에 원추리나물을 먹으면 한 해 내내 걱정거리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원추리는 폐의 열을 내리고 진액을 늘리며 소변을 잘 나가게 하며 갖가지 균을 죽이는 작용이 있다. 폐결핵, 빈혈, 황달, 소변이 잘 안 나오는데, 변비, 위염, 장염, 인후염, 각혈, 자궁출혈 등에 쓸 수 있고, 해독작용이 있어서 독초를 먹고 중독된 것을 풀어준다. 중국 송나라 때의 의학자 소송(蘇頌)은 「도경본초(圖經本草)」에서 원추리가 사슴이 먹는 아홉가지 해독약초 가운데 하나라고 하여 사슴이 먹는 파, 곧 녹총( )이라고 하였다.
원추리는 습기를 몰아내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하며 열을 내리고 콩팥과 방광의 돌을 녹아 나오게 하며, 갈증을 멎게 하고 가슴이 답답한 것을 뚫어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우울증을 낫게 한다. 그러나 약성이 온화하여 즉효가 있는 것이 아니라 효과가 천천히 나타난다. 원추리 잎은 뿌리와 거의 같은 효과가 있으며 독이 없다. 가슴이 답답하여 미칠 것 같은 증상을 없애고 소화를 잘 되게 하며, 변비를 없애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한다. 소변이 붉고 탁하게 나오는 것과 황달, 부종을 낫게 한다. 신선한 것 20~40g을 물로 달여서 먹는다. 마른 것은 5~10g에 물 1.8ℓ를 붓고 절반이 되게 약한 불로 달여서 차 마시듯 마신다. 원추리 뿌리와 잎은 현대인들의 마음의 병과 화병,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는데 좋은 효과가 있는 약초이다.
그러나 원추리 뿌리에는 독이 약간 있으므로 너무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 너무 많이 먹으면 콩팥에 심각한 탈이 생길 수 있다. 말린 것을 기준으로 하루에 40g 이상을 먹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옛 의학책에는 원추리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시력이 나빠질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60℃ 이상으로 열을 가하면 독성이 완전히 파괴되거나 현저하게 줄어들므로 날로 먹지 말고 달여서 먹으면 안전하다. 부득이하게 날로 써야 할 때에는 황련즙이나 황백을 우려낸 즙에 하룻저녁 동안 담가두었다가 쓰면 독성이 줄어든다.
글 / 박중곤(소설가. 『전원생활』편집부장) 출처: 약초연구가 최진규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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