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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중독엔 돼지고기라는데?
20-05-07 09:58


산업의 발달과 함께 산업재해 및 직업병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각종 금속

제품이나 화공약품 등을 다루는 업체에 근무하는 사람들 중 직업병을 호소하거나 직업

병으로 인해 회복될 수 없는 중태에 이르는 일도 적지아니 발생한다.

그래서 각종 금속제품이나 화공약품 등을 다루는 업체에서는 직원들의 건강관리를 위

해 수시로 건강진단을 실시하고. 직원 채용때에도 엄격한 건강진단을 실시한다. 중독

사고의 예방과 조기발견을 꾀하고 건강한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업병 환자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산업

의 발달과 함께 직업병과 관련된 제품을 다루는 업체 또한 날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

지도 모른다.

이러한 직업병 중의 하나로, 납으로 인한 중독현상을 들 수 있다. 납은 원래 선사시대

때부터 인간에게 알려져 있었고, 이집트에서는 이미 BC 7~5천년 전에 금,은과 같이

썼다고 한다. 푸른색을 띤 회색의 금속인 납은 금속 중에서 가장 무겁고 연하며, 전성

이 크고 내산성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납은 금속 그대로 쓰이기도 하나 합금이나 화합물로서도 많이 쓰인다. 다른 금속과는

합금으로 활자,총탄,축전지의 기판,완구,장식품,석기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고 한다.

그러나 납에는 원래 독이 있어 이것을 장기간 취급하면 몸안에, 특히 뼈에 축적되어

중독을 일으킨다. 용해성의 납을 마시거나 흡입함으로써 생기는 중독현상이다.

예전에는 인쇄기술자에게 납중독 현상이 많이 나타났었지만, 근래에는 예방적인 조치

를 취함으로써 많이 줄어들었다. 또 옛날에는 화장용 분으로 연백을 사용한 까닭에 오

랫동안 그것을 사용한 여자들에게서 납중독 현상을 볼 수 있었다. 납이 천천히 살갗에

흡수되어 독작용을 일으켰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연백을 화장용 분으로 쓰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 이외에는 이로 인

한 납중독을 볼 수 없다. 최근에는 축전지 공장과 같은 납을 많이 사용하는 공장에서

납중독 현상이 많이 나타나며, 간혹 식기나 장난감 등이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수도

있다.

납중독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세는 입맛이 떨어지고 위의 압박감,권태감,창백한 얼굴,

구토,설사,요통이 일어난다. 경련성 변비나 빈혈이 일어나기도 하며, 두통,근육통,

억력 상실 등의 증세도 나타난다. 말기 증세로는 운동마비가 일어나고, 팔을 펼 수 없

게 된다. 기타 고혈압이나 약시 등을 수반한다.

이와 같이 무서운 납중독을 사전에 예방하고, 혹은 치료하겠다는 생각에서였을까.

리나라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납을 만지는 사람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으면 안된다.

만일 돼지고기를 먹지 않으면 납중독으로 인해 병에 걸리거나 빨리 죽게 된다. 해독이

안되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납을 만지는 사람 중

에는 자의든 타의든간에 돼지고기를 자주 먹고 있는 사람이 많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납을 다루는 공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퇴근 후면 으례 공장

근처에 있는 식당이나 술집등으로 우루루 물려가 돼지고기를 찾는다. 그것도 밋밋한

돼지고기만 그냥 먹을 수 없으니까 보통은 소주를 시켜 함께 먹게 된다

공장의 직원들간의 회식때나 야유회 같은 때에도 돼지고기와 소주가 빠지는 법은 거의

없다. 하루의 피로를 풀고 몸속에 쌓인 납을 깨끗이 씻어내는 데에는 돼지고기와 소주

가 제일이라는 것이다. 지방질이 많아 미끈미끈한 돼지고기가 납을 감싸 몸밖으로 밀

어낼 것이라는 논리다.

어떤 사람은 돼지고기보다도 돼지의 지방질 즉, 돼지비계가 훨씬 더 효험이 있을 것으

로 생각하여 미끈한 비계만 골라 먹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납을 다루는 사람

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탄광촌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돼지고기가 몸속의 탄가루를 씻어낸다고 하여 탄광 속

에 들어갔다 나오면 의례 돼지고기를 찾고 있으며, 기타 수은이나 화공약품 등을 다루

는 사람들도 돼지고기를 즐겨 찾는다.

뿐만 아니라 나이가 많은 할머니들 중에는 미끌미끌한 돼지비계가 아이를 매끄럽게(?)

잘 나을 수 있게 한다며 출산을 앞둔 며느리, 혹은 딸 등에게 억지로 돼지고기를 먹이

는 경우도 있다.

외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처럼 '납중독에 돼지고기가 좋다'

생각은 아니지만, 대신 '납중독을 막기 위해서는 우유를 많이 마셔야 한다'는 생각이

납을 다루는 사람들에게 널리 퍼져 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이를 연구 조사한 결과 납중독과 우유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 즉 우

유가 납중독을 해소시키지는 못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또 우리나라의 전문의들도 돼지

고기가 납중독을 직접 해소 시키지는 못한다고 본다.,

그러면 이 같은 속설은 왜 생기게 된 것일까.

우선 앞에서 지적한 대로 돼지고기의 미끈한 특성이 납과 같은 이물질을 몸속에서 제

거시켜 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 육류 공급이 부족했던 우리의 실정에서 그래도 비교석 싼 값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것이 돼지고기였기 때문이라고도 풀이할 수 있다. 그리고 하루의 피로를 풀고

동료간이 화합을 다지기 위해 술 마실 구실을 찾다보니 영양가가 풍부하고 술안주로도

적합한 돼지고기를 직업과 연관 시켜 이러한 속설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

.

물론 이러한 속설이 납을 다루는 사람들에게 심리적인 위안감을 줄 수는 있다. 또 피

로에 쌓인 그들에게 훌륭한 영양공급원이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속

설을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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