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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이상이 생겨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필요를 느끼게 되는 경우 일반의보다 전문의가 용하다?
20-04-27 13:45

경미한 질병에도 전문의를 찾아간다. 그래서 의대졸업생들은 거의 전부가

전문의를 지망한다. 그러나 막상 개업한 전문의는 자신의 전문분야와 무관한

간단한 진료에 몰두한다. 이러한 악순환은 지적 자원의 낭비이다.

 

몸에 이상이 생겨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필요를 느끼게 되는 경우 우리는

무의식중에 해당분야의 명의 또는 전문의를 우선 떠올리게 된다. 최근에는

대중매체나 서적을 통하여 일반국민에게 특정한 분야에서 유명한 의사를

소개하는 일이 이전에 비하여 상당히 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건강과

의료에 관한 믿을 만한(?) 정보가 많지 않은 우리의 현실적인 여건상,

일반국민들에게 의사 또는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 준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암암리에

일반국민들의 전문의 선호 현상을 부채질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전문의는 일반의보다 용한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전문의와

일반의의 차이점을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일반의는 의학의 특정한 분야를

전문으로 하지 않고 진료하는 의사를 말하며, 전문의는 의학의 특정한 분야에

대하여 수년간 전문적인 교육 및 훈련을 받은 의사를 말한다. 전문의는

일반의에 비하여 의료의 특정한 분야에 있어 지식과 기술수준이 높은 반면,

주로 취급하는 질병이나 진료의 범위는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의는

자신의 전공분야 또는 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야가 아닌 경우에는, 일반의에

비하여 반드시 우수한 진료를 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 흔히 경험하게 되는 질병으로 폭을 좁혀서 생각해 보기로

하자. 개원의의 진료내용을 분석한 한 연구보고에 의하면, 환자 중 약 80p

감기(급성상기도염, 급성기관지염, 급성모세기관지염, 급성편도선염 등), 소화

불량(위 십이지장 기능장애), 식중독 또는 설사(감염성 소화기질환), 신경통 등

비교적 경미하거나, 시간경과에 따라 저절로 낫는 병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질병들은 진단과 치료에 전문적인 기술이나 특수한 시설 또는 장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리고 진료내용이 표준화되어 있으므로 일반의와 전문의간에

차이가 없다. 이런 근거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느끼는 건강문제의

대부분은 전문의 수준의 진료를 요하지 않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전문의를 찾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의에게

진료를 받든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든, 진료비에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왕이면

다홍치마 격으로 전문의를 찾는 것은 아닐까? 일반의의 진료에 대하여 충분히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의료에 있어서는 의사에 대한 환자의 믿음이

치료 결과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의 선호현상을

일방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만일 승용차의

엔진오일교환과 같은 경미한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모두 1급 자동차 정비공장을

찾는다면 우리 주위에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동차 경정비업소(소위 밧데리

가게)가 살아 남을 수 없는 문제가 생기듯이, 의료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전체의사 중 전문의가 차지하는 비율은 매년 증가하여 1993

대한의학협회 회원신고 현황에 따르면 64p를 차지하고 있으며, 의대졸업생의

대부분이 전문의를 지망하고 있다. 한편 전문의 중 절반이 개원을 하고 있는데,

개원을 하고 있는 전문의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신의 전문분야와는

무관한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국민은 전문의를

선호하고 있으며, 의사지망생들은 거의 전부가 전문의를 지향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국가적인 측면에서 자원의 낭비라 아니할 수 없다. 의료보험

제도상 환자의뢰 체계를 실시하여 종합병원으로의 환자집중을 완화한다는

측면에서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는 하나, 국민들의 전문의 선호현상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학교육제도를

개선하여 1차 진료를 담당할 수 있는 유능한 의사를 양성하고(가정의제도),

개원의의 진료에 대하여 질적 수준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의료계의 자발적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경미한 질병에 거린 경우, 우리가 일반의(가정의를 포함하여)를 찾게 될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내가 가진 병이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하는 질병인지, 어느 분야의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한지를 알 수 있으며, 진료의 연속성이 유지되어 불필요한

검사를 배제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의사와 환자간에 인간적인 관계가

형성되어, 충분한 대화를 통하여 자신의 건강에 관련된 문제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3시간 대기, 3분 진료의 불편함, 막연한 전문의 환상, 의학박사 신화에서

벗어나 집이나 직장 가까이에 단골의사를 한 사람쯤 가져보실 의향은 없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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