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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원집 “우리집 순대국의 비결은 다름 아닌 인정”
15-10-02 22:35




"여기가 그 유명한 용인 중앙시장인가요?"
"용인, 아니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손꼽히는 큰 시장이에요. 특히 순대타운이 유명하죠. 오늘 점심은 거기서 하시죠."

오늘은 이 지역에서 수십 년 토박이로 살았다는 한 주민과 함께 시장 투어에 나섰습니다. ‘용인 중앙시장을 소개하고 싶다’고 하니 흔쾌히 안내를 해 주겠다며 앞장서십니다.
이렇듯 지역 주민은 물론 경기 남부 도민들까지 자랑스레 여기는 용인 중앙시장, 어떤 곳일까요? 내친 김에 맛있는 식당도 한 곳 추천드릴까 해요. 





국제시장세대에겐 추억, 1994세대에겐 스낵타운으로 남은 시장 

이 시장은 용인 처인구 중앙에 위치했으며 60년 역사를 가진 전통시장입니다. 전후 한국의 경제발전과 모습을 함께 한 시장이며, 지금도 점차 변하고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 때는 시설현대화 사업도 이뤄졌고 최근엔 용인 경전철 개통으로 대중교통편도 좋아졌죠.  

하지만 바뀌지 않고 그대로 간직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오늘 취재를 돕는 이 사람은 현재 30대 중반의 남자, 그러나 90년대엔 이 시장 근처 학교를 다니며 학창시절을 보낸 시장의 산 증인이기도 한데요, 당시 자신이 아지트로 삼았던 ‘던전’을 보여준다는군요.

"그 땐 여기가 학생들 사이에서 스낵타운으로 유명했어요. 혹시나 했는데 역시 그대로 남아 있네요."





지하스넥코너라 명명된 지하상가로 던전 탐험을 하듯 들어가 보는 우리 두 사람, 지금은 빈 곳이 많지만 응답하라1994의 그 시대배경 때는 학생들로 북적댔다고 해요. 




한 식당의 아주머니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이 자리를 벌써 20여 년간 지켰다는 이 아주머니는 간혹 아이를 안고 찾아온 엄마를 보고서 ‘십년 전 교복을 입고 자주 찾아오던 그 때 그 학생 아니었느냐’고 물을 만큼 다녀간 이들의 얼굴을 다 기억한다고 합니다. 

"지금은 학생들도 눈이 높아져서 무슨 레스토랑 이런데 다니죠. 그래서 요즘은 그보다는 시장 이웃들, 혹은 옛날 생각나서 찾아오는 과거 단골손님들이 주 고객이에요."

충분히 명소로 보존해 갈만한 곳인데, 뭔가 다시 사람들의 발길을 돌릴 방책은 없을까요?





■ 경기도 ‘깔끔음식업소 100곳 만든다... 중앙시장에 30여 곳 시범 선정’

여기 뿐 만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좀 더 많이 몰려도 좋을 시장인데 조금 한산해 보입니다. 안내자는 “원래라면 5일장이 열리는 날이라 북적거려야 한다”고 하는데 말이죠. 침체된 전통시장 모습을 여기서도 확인하고 있는 걸까요.

그런데 마침, 이 곳 중앙시장에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고 합니다. 경기도에서 도내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깔끔 음식업소 100선’사업을 시작했는데요, 마침 이 시장이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고 합니다. 오산 오색시장, 의정부 제일시장과 함께 말이죠. 이 시장에서만 약 30여 업소가 수혜를 입게 됩니다. 




용인중앙시장 상인회를 찾아가 어떤 사업인지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정평훈 사무국장을 만나 인터뷰를 청해 봤습니다.

영세하고 노후한 음식점에다 환경개선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식자재를 보다 위생적으로 보관하고 싶은데 마땅한 시설이나 창고가 없어서 이를 못하는 가게도 많거든요. 마침 우리 시장에서 34개소가 시범대상으로 선정됐어요. 도에서 도와준다니 우리야 기대하는 바가 크죠. 시설도 좋아지고 위생에 대한 경각심도 고취되고 내외적으로 발전에 이바지할 겁니다.” 

6월부터 선정 음식점 100곳엔 총 1억2000만원의 도비가 투입됩니다. 내벽, 배수구, 환풍시설 등을 개수하거나 자외선살균기, 진열대 등 장비 구입을 지원하는 거죠. 업소 한 곳당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은 최대 100만원이며 전체 비용의 80퍼센트를 지원해 줍니다. 한 예로 어느 가게가 내벽 수리에 125만원이 필요하다면 도는 이 중 80퍼센트인 100만원을 지원하는 겁니다. 이 정도가 이번 지원 혜택에서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도 관계자는 “도마나 위생복 정도만 지원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니 전통시장 활성과 도민 먹거리 안전을 위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합니다.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규모를 더 확대할 거라네요. 





■ 평원집 “우리집 순대국의 비결은 다름 아닌 인정” 
 
정 사무국장에게 “이 곳을 대표할만한 가장 맛있는 식당 한 곳을 소개해 달라”고 청했습니다. 그 역시도 안내자와 마찬가지로 ‘순대 골목이 가장 명물’이라고 하는데요, 마침 순대골목에 입주한 식당 16곳 모두가 이번 사업의 수혜대상이라고 하네요. 시범대상의 거의 절반인 셈이니 얼마나 이 시장이 순대타운에 무게를 두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순대타운에서도 가장 전통의 명가인 곳을 추천해 드리죠.”





드디어 오늘 취재의 하이라이트인, 용인 중앙시장 순대골목을 대표하는 맛집 탐방입니다. 추천받은 집은 바로 평원집입니다. 

김복자 사장님이 가족들과 함께 운영하는 이 집은 올해로 문을 연지 29년이 됐습니다. 순대국과 족발, 전통순대 등 여러 메뉴를 갖추고 이미 오래전부터 맛도락가들의 입담에 오르내린 이 집의 자랑은 그래도 역시, 순대국밥이죠. 24시간 푹 고아 만든다는 진국은 먹어야 진가를 압니다. 





국밥 한 그릇에 6천원부터 시작하는 가격, 딱히 비싸지도 않습니다. 눈에 잘 띄는 곳에 원산지표시도 확실하게 걸어뒀습니다. 시장 국밥집 특유의 분위기를 갖고 있으면서도 내부는 청결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까칠하지만 정 많은 이모가 어느 분이에요?”
“나지!”

사장님과 늘 함께 계시는 이모님은 겉으로 봐선 까칠해 보이지만 실은 “이모 국밥에 순대 많이요”하면 정말 많이 주신답니다. 어디 우리도 그럼 순대 많이 들어간 순대국밥 한 그릇 먹어볼까요?





순대국밥과 또 하나의 이 집 자랑인 토종순대입니다. 먼저, 순대국밥부터. 전 원래 부산에서 오랜 시간 머물렀기에 그 지역 특유의 돼지국밥을 좋아하는데요, 아직 이 음식이 생소한 수도권에 올라와선 아쉬운 대로 비슷한 순대국밥을 찾곤 합니다. 그런데 이 곳 국밥은 저처럼 돼지국밥의 진한 풍미를 좋아하는 이에게도 충분히 어필할만큼 깊은 맛이 있습니다. 




더 놀랄만한 건, 이게 순대국밥인지 내장국밥인지 헷갈릴만큼 여러 부속 재료가 많이 들어갔다는 겁니다. ‘취재 때문에 특별히 많이 넣어주셨나’ 물으니 펄쩍 뜁니다. 

“우린 원래 늘 이만큼 손님께 담아다 줘요. 돈 벌겠다 장사하는 거지만 많이 남기겠다고 하는 일은 또 아니니까.”




토종순대는 순대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일부러 멀리 찾아와서 먹을 만하네요. 순대 특유의 냄새에 민감한 분은 다소 접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반대로 매니아라면 적당히 깔끔한 수준이고 도리어 환장할 정도입니다. 막창으로 밖을 감쌌다는데 두툼한데도 부드럽게 씹혀서 저도 글을 쓰다보니 다시 생각이 나네요. 




그런데, 장사는 하지만 돈을 벌려고 밥을 파는 건 아니라고요?

“어떤 분들은 그래요. 이만큼 오래 장사하다 보면 빌딩도 사고 하지 않았냐고. 그런데 그간 우린 딱 애들 공부시키고 먹고 살 만큼만 벌며 살았어요. 집 한 채 사고, 이 가게 사고 뭐 그 정도면 충분했죠. 저기 있는 저 아들이 일곱 살 때부터 자리를 잡았으니까, 이룬 게 있다면 저렇게 남부럽지 않게 자식 장성시키고 만족하는 정도죠.”

딸 둘에 아들 하나를 이 가게 하면서 키웠다는 사장님은 29년전 이 가게를 처음 낼 때 이야기를 합니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15만원짜리 가게에서 당시 국밥 값은 500원으로 출발했답니다. 이제 6000원이 됐지만 다른 목 좋은 가게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고 인심 후하게 재료를 말아 주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손님들이 잊지 않고 찾아온다고 하니, 결국 이 집 국밥 맛의 비결은 그 인심에 있는 겁니다. 

“지금 보면 여기 있는 순대 집 중 우리가 젤 오래된 집이 됐어요. 시장에 있는 식당이니까 아무래도 체인점과는 비교 안 되도록 푸짐하게 드릴 수 있어요. 그건 자신해요.”





이 날 투어를 마치면서 한 편으로는 현재 전통시장이 처한 위기를 확인합니다. 이젠 학생들도 눈이 높아져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가고 또 ‘시장통 가게’ 하면 영세하고 위생상으로 못 믿을 거 같다는 선입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여전히, 시장은 시장 그대로 우리 곁에 존속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옛날 그 시장을 추억하며 다시 찾는 손님이 있고, 그 손님의 얼굴을 기억하는 상인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위생도 맛도 인심도 모두 지지 않는다고 자신하는 전통의 식당도 그대로 있습니다. 도에서도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보다 깨끗하고 밝은 시장을 만들 수 있다면, 전통시장은 앞으로도 우리 옆에 있을 겁니다. 
글 사진 권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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