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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설사에 대하여
20-06-23 11:00


이글을 읽으실 무렵에는 이미 여름이 지나가고 9월이 다 되었을 텐데요. 그래도 상식적으로 알고계시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 이 주제를 선택했습니다.

요즈음 저는 설사를 하시는 분을 많이 진료하고 있습니다. 설사라는 것이 의학적으로 보았을 때 그리 의사들에게 인기 있는 주제는 아니기 때문에 저도 제대로 교과서적으로 공부해 보지는 못한 것 같고(감기도 마찬가지로 의과대학이나 수련기간에 정식으로 배운 기억이 없답니다) 제 경험을 위주로 드리는 말씀이라는 것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1. 장염이냐 과민성설사냐 ?

대개 설사를 하면서 병원에 오시면 의사로부터 장염이라는 진단명을 듣게 되실 겁니다. 정식의학용어로는 급성위장염(Acute Gatroenteritis)'인데 매우 심각하고 거창하게 들립니다. 물론 심각한 경우도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뒤쪽에서 설명을 하겠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모든 설사환자가 장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상당한 경우는 과민성설사(과민성 대장증후군)에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장염은 대부분 균이나 균이 만들어낸 독소에 의해서 설사가 발생하는 것이고 과민성설사는 차가운 음식같은 물리적인 자극 때문에 발생하는 설사입니다. 증상은 당연하지만 장염이 과민성설사보다 더 심합니다.

 

장염인 경우에는 배도 아프고(보통 뒤튼다‘ ’쥐어짜는 것 같다는 표현을 많이 합니다) 설사도 심하게 하고 보통 열이나 몸살 같은 증상이 동반됩니다. 세균에 의한 증상이기 때문에 열이 나거나 몸살 증상이 있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장염인 경우에는 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과민성설사도 여름에 찬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에 흔하게 발생하는 것 같고 보통 찬 음식이나 매운 음식 또는 알코올 등이 자극의 원인이 됩니다. 장염보다는 증세는 덜 심하고 대개 찬 음료수를 먹으면 배가 싸르르 아프고 바로 화장실로 가게 된다고 표현 하는 분이 많지요.

 

토하거나 열이 나는 경우는 없고 본인이 조심하면(자극하는 원인을 차단하면) 대개는 설사는 금방 멈추게 됩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의사에게 바라는 것은 그 이상인데요. 바로 자극적인 찬 음식을 먹으면서도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안 하게 해달라고 요구하시니까요.

장이 과민한 분들은 자극이 되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반드시 설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이런 분에게 자극적인 음식이 꼭 먹고 싶으면 불편한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각오를 하고 드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사실 꼭 먹고 싶은 음식을 못 먹는 슬픔이 배가 싸르르하게 아프고 약간의 설사를 하는 불편함보다 더 클 수도 있으니까요.

이 경우에 약물이 약간의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 아무 치료를 하지 않아도 원인이 제거되면 저절로 좋아집니다. 하지만 불편하고 불안해하는 분들을 위해 약물을 처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장염이 과연 무엇인가?

장염(급선위장염)은 아주 광범위한 진단입니다. 사실 구체적인 진단이라기보다는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할 때 특정한 진단’(예를 들면 맹장염, 요로결석 등)이 붙지 않는 대부분의 증상에 대하여 장염이라는 진단을 붙이게 됩니다.

대부분은 심각하지 않고 저절로 좋아지지만 예외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학병원에 있는 의사는 다르겠지만 저 같이 일차진료를 담당하는 의사의 경험으로는 심각한 장염을 만날 기회는 거의 없었습니다. 장염은 말 그대로 장(소장 혹은 대장)에 염증이 생겨서 설사나 복통이 발생하는 것인데요.

 

여름철에 발생하는 장염은 대부분 식중독(food poisoning)'이라고 볼 수 있는데 장염 중에서 특히 음식물을 통하여 균이나 균이 만든 독소 또는 특정한 화학물질 때문에 장염의 증상(설사, 복통, 구토, 발열)이 발생한 것을 식중독이라고 합니다.

장염과 식중독을 같은 의미로 쓸 때도 있지만 제 생각에는 장염이 보다 광범위한 진단으로 식중독이 장염에 포함되는 것 같습니다. 여름철에 장염이 잘 발생하는 것은 아무래도 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 때문에 음식물에 묻은 균이 금방 번식해서 그대로 먹었을 때 장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인데요.

 

그럼 어떤 균이 식중독의 원인이 될까요? 저도 정확히 여름철 설사를 일으키는 세균에 대한 랭킹을 들어 본 적이 없지만 아마도 포도상구균과 살모넬라균이 제일 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균들은 대부분 2-3일 정도 고생한 이후에 저절로 좋아집니다. 교과서적으로는 탈수를 보정해 주는 것 이외에 특별한 약물투여가 필요 없고 특히 지사제는 쓰지 말라고 되어 있지만 빨리 증상이 멈추기를 바라는 환자의 요구 앞에서 의사들은 약물을 처방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균이 원인이 된다고 해서 항생제가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실제로 장티푸스나 이질 등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생제가 도움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괜히 장에서 정상적으로 살고 있는 균을 없앨 수도 있으니까 항생제는 신중히 투여하는 것이 좋겠지요. 대부분의 단순장염은 앓고 지나가는 병이라고 생각하면 되지만 막상 앓고 있는 분은 매우 힘든 시간을 견뎌내야 하겠지요.

그렇다고 약물을 써서 중단시킬 수도 없기 때문에 탈수가 심거나 노약자의 경우에는 며칠 입원해서 회복될 때까지 링거주사를 맞는 경우도 있습니다.

 

3. 심각한 장염은?

물론 2-3일 만에 저절로 회복되는 단순한장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비교적 드물지 않게 보고되는 장티푸스나 이질도 있고 일 년에 몇 명씩 전국에서 사망해서 뉴스에 보도 되는 비브리오패혈증도 있습니다. O-157 같은 특수한 대장균에 의한 장염도 있습니다.

이런 심각한 장염은 저도 잘 접해보지 못해서 간단히 설명해드리기는 어렵구요. 증세가 훨씬 심각하고(수포가 생긴다든지 출혈현상을 보이는 등의)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만 알고 계십시오.

 

저는 열이 심하게 나거나 혈변이 있으면 항생제를 처방하는데 원칙적으로는 대변이나 혈액에서 균을 배양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일차의료의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여름철에 손이나 음식물을 다루는 도구 등을 통하여 묻은 세균이 음식에서 저절로 번식하고 그것을 먹은 사람이 장에 염증이 생겨서 설사하고 배가 아프고 열이 날 수도 있는 병이 바로 장염입니다.

며칠 고생하면 끝나지만 입원을 필요로 하는 분도 있고 드물지만 심각한 장염도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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