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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 정승과 한명회
20-06-23 13:18


  황희 정승의 집안 노비 두 사람이 서로 다투다가 그를 찾아와 서로 상대방의 잘못을 일러바치자 먼저 한 종의 말을 다 듣고는  "네 말이 옳다" 라고 하고, 다음에 다른 종의 말을 듣더니 "네 말도 옳다" 라고 하며 돌려보냈다. 이를 지켜보던 부인이 그의 무정견을 나무라자 "부인의 말도 옳소" 라고 한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이 황희 정승은 겸허하고 관후한 일화의 주인공으로 회자되었다.
  이에 비하여 한명회는 그와 정반대였다. 한 사람은 언제나 어질고 현명한 명재상의 표본으로  칭송되나, 한 사람은 권모술수에 능한 대표적인 신하로 잘못 회자되었다.
  한명회와 황희는 둘 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정승에까지 올랐으나, 인생역정은 이처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황희는 태평성대인 문화통치기의 재상이었고, 한명회는 의정부 중심의 합의제를 타파하고 쿠데타와 개혁으로 점철된 강력한 왕권체제하의 재상이었다.
  황희 정승은 항상 눈에 띄지 않게 보필했으나, 한명회는 적극적으로 실력자에게 스스로 나아가 그를 앞질러 헤아리고 처리해간 재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안정의 시대인 세종조의 찬란한 업적 뒤에는 언제나 황희 정승이 있었고, 변화와 개혁의 시대인 세조때는 언제나 한명회의 역할이 있었다.
  이러한 두 사람을 체질론적으로 살펴보면, 황희는 태음인이고, 한명회는 태양인이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태음인은 인정이 많고 관대한 편이어서 좋은게 좋다는 식의 사람이 많고, 태양인은 인정과 사정보다는 사리와 원칙을 중요시하는 편이어서 맺고 끊는 선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태음인은 서로 좋도록 하는 타협을 잘하고, 변화보다는 안정을 희구하며, 태양인은 사리에 어긋나는 것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하며,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는 편이 강하다. 그러므로  도덕 군자는 태음인에 많고, 혁명가는 태양인에 많다.
  근골형(얼굴과 손에 살집이 적고 뼈대가 드러나 보이는 형)은 태도와 동작이 쾌활하고 모험을 즐기며, 정력적인 성격에 지배욕, 권력욕이 강하다.
  또한  투쟁심과 경쟁심이 왕성하고 용서를 잘 모르며, 자상하지 못한 편이다.
  비만형(얼굴과 손에 살집이 많아 보이고 통통해서 뼈대가 드러나 보이지 않는 형)은 태도와 동작이 완만하고,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것을 좋아한다.
  사교적이고 의식적인 것을 좋아하며, 관대하고 자기 만족적인 편이나, 잘 보이려 하고 타인에게 의지하려고 하는 편이다.
  이로 보면 혁명가에 가까운 한명회는 태양인 근골형이었을 가능성이 많고, 도덕군자인 황희는 태음인 비만형이었을 가능성이 많다. 이러한 두 사람이 서로의 역할이 바뀌었다면 역사에 오르내리는 사람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일생을 보냈을 것이다.
  안정시대의 세종에게는 황희와 같은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고, 개혁으로 점철된 세조에게는 반드시 한명회와 같은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다.
  태양인 근골형이 개혁을 한다면 초지일관 할 것이고, 만약 태음인 비만형이 개혁을 단행한다면 인정이 많아서 모든 사람을 충족시키려 애쓰므로 수정과 보완을 거듭하여 결국은 용두사미가 되어 개혁을 하지 않은 것만 못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세상을 완전히 뒤바꿔야 할 때는 태양인 근골형의 사람이 필요하고, 순전히 안정만을 추구할 때는 태음인 비만형의 사람이 더 좋을 것이다. 개혁속의 안정을 바랄 때는 태양인 비만형이 더 어울리며, 안정속의 개혁을 바랄 때는 태음인 근골형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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