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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혈,대하증 여성질환 다스리는 대합
20-09-02 13:30

조개로 말하자면 손톱만큼 작고 앙증맞은 재첩부터 막대기처럼 기다란 맛조개, 손바닥보다 더 큰 키조개까지 아주 다양하지만 대합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 조개도 없을 성싶다. 쫀득하고 달큰한 대합 속살에 쇠고기와 두부를 넣고 달걀로 노릇하게 구워내는 대합구이는 임금님 수라상에 자주 오르는 단골 메뉴였고, 두 짝의 껍데기가 똑같이 생긴 데다 짝 물림이 꼭 맞아떨어져 이상적인 부부 화합의 상징으로 혼례상을 멋지게 장식하곤 했다.

대합구이가 임금님 수라상에 오를 때는 그릇에다 볶은 소금을 깔고 그 위에 올려 냈는데, 이렇게 하면 먹는 동안 잘 식지도 않고 흔들리지도 않기 때문이란다.

어디 그뿐인가. 맛 좋고 싱싱한 대합 산지로 유명한 전라남도 강진에서는 고을 사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그 사랑이 어찌나 지독했던지 강진 사또에겐 ‘대합국 사또’ ‘강진 원님 대합 자랑’이란 별명이 따라붙을 정도였다.

한데 그들의 대합 사랑은 강진의 토산 곡주 때문이니, 곡주를 잔뜩 먹고 취한 사또가 이튿날 대합탕 국물을 먹고 나면 속도 편하고 술도 잘 깨는 까닭에 침이 마르도록 대합탕 자랑을 했던 것이다.

조개류의 숙취 해소 효능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특히 대합에는 숙취 해소에 뛰어난 성분이 많다. 타우린과 베타인은 알코올 성분이 잘 분해되도록 도와주어 술 마신 뒤 간장을 보호하고, 글리코겐 성분은 피로회복에 효과적이라 술 마신 다음날 한결 개운한 기분이 들게 한다.

청나라의 약선요리집인 ‘수식거음식보(隨息居飮食譜)’에서는 대합이 “음(陰)을 보충하고 혈(血)을 만들어주며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따라서 체질적으로 열이 많아 얼굴이 붉고 두통이 심하면서 뒷목과 어깨가 뻣뻣할 때, 또 눈이 잘 충혈되고 얼굴에 여드름이 많이 날 때에도 대합으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 증상 개선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화병으로 가슴이 답답하거나 하혈과 대하증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에겐 더할 수 없이 좋은 식품이다. ‘본초강목’에서는 “이방광(利膀胱) 대소장(大小腸) 하소변(下小便)”이라 해서 방광과 소장의 기능을 원활하게 하고 소변을 잘 나오도록 해서 신진대사를 촉진시킨다고 했다.

대합은 여느 조개와 달리 날로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생합’이라고도 불리는데, 그러려면 싱싱한 것을 골라 써야 한다. 이때는 대합을 양손에 쥐고 서로 부딪쳐보아 투명한 소리가 나는 것을 구입한다. 오래되었거나 죽은 대합은 탁하고 둔한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리를 만들 때에는 대합과 찰떡궁합인 쑥갓을 함께 쓴다. 쑥갓은 칼슘이 많고 비타민 A와 C가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이라 대합의 부족한 영양분을 채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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