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겹살·부대찌개 폭식에 빵과 과자, 청량음료 -
■ 이틀에 한 번씩 잠자리에 들기 전 밥 지을 준비를 합니다. 현미와 찹쌀현미를 4대1 비율로 섞어 정성 들여 씻습니다. 검은콩과 보리쌀, 조, 수수는 다른 그릇에 담아 이물질을 씻어냅니다. 두세 시간만 불리는 게 가장 맛있다는데 한밤중에 일어나기 싫어 새벽녘까지 그냥 생수에 불려둡니다. 아침 5시30분 일어나자마자 따로 불렸던 현미와 잡곡을 전기밥솥에 넣고 죽염을 조금 뿌린 다음 취사 버튼을 누릅니다. 이틀 동안 먹을 현미잡곡밥입니다.
■ 시골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시래기 한 움큼과 적당한 크기로 썬 양파, 다진 마늘, 된장, 들깨가루를 냄비에 넣고 물을 약간만 넣고 졸입니다. 시래기 된장조림입니다. 당근 1개와 양배추는 끓는 물에 적당히 데쳐 내고, 유기농 두부를 살짝 익혀 양념간장과 함께 접시에 담습니다. 가스 불에 김 2장을 굽고 간장에 절인 깻잎과 김치를 조금 담아내면 아침식사 준비 끝입니다.
■ 밥 반 공기를 먹는 시간은 짧아도 40분입니다. 한 숟가락을 입에 떠넣곤 죽이 될 때까지 씹습니다. 100번 정도 씹어야 구수하고 달콤한 맛이 입안에 퍼집니다. 뉴에이지 음악을 듣거나 신문을 구석구석 읽으며 밥 먹는 시간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습니다. 회사 동료나 친구와 함께 점심식사를 할 때면 그 정도로 '유난'은 못 떨지만, 저녁식사는 역시 채식 요리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 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생각도 못 했던 일입니다. 식탐이 많았기에 외식을 할 때면 삼겹살, 등심, 부대찌개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폭식을 했습니다. 조미료와 양념을 듬뿍 친 음식을 즐겼고, 바쁜 일을 핑계로 10여분 만에 뚝딱 밥 그릇을 비울 때가 허다했습니다. 하루 세끼의 '넘치는 식사'도 모자라 빵과 과자, 청량음료 같은 간식으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습니다. 건강검진 때마다 지방간과 과체중 판정을 받았죠. 한때 마라톤으로 체중을 줄이고 건강해졌다고 큰소리친 적도 있었지만 효과는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 어느 암 환자의 소회 >
- 잘못된 식습관이 내 몸을 망쳤다… -
■ 그런 생활습관, 식습관이 제 몸을 망쳤다는 것을 암에 걸리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회사 일로 일본에 가 있는 아내, 그리고 두 딸과 함께 도쿄에서 2년간 지내는 동안 한 병원에 다녔습니다. 음식으로 병을 고치는 게 전문이라는 일본 유일의 '식양내과(食養內科)'가 있는 병원이었습니다. 의사는 "암(癌)이란 한자는 입 (口) 세 개가 산(山)을 이룬 모양인데, 암이 너무 많이 먹어 생긴 병이라는 것을 뜻한다"고 했습니다.
■ 그 의사는 "암 체질을 바꿔야 살 수 있다"며 엄격한 식생활을 주문했습니다. 계란과 우유를 포함한 동물성 단백질, 3백식품(백미, 백설탕, 밀가루), 청량음료, 패스트 푸드는 절대금지. 식사는 정량의 70%(2/3 공기 분량)로 제한하고, 매일 당근 주스를 마시며, 야채와 과일, 김·미역 같은 해조류, 콩 같은 항암식품을 골고루 먹어야 했습니다. 매달 병원에 갈 때마다 그동안 먹은 음식을 하나도 빠짐 없이 제출해야 했는데, 의사와 영양사는 그걸 꼼꼼히 체크한 뒤 다음 한달 섭생(攝生) 방침을 알려줬습니다. 진료시간은 최소한 30분. 혈압과 맥박을 재고, 얼굴에 핏기가 있는지 없는지 살피고, 눈동자와 혓바닥과 목젖을 관찰하고, 가슴과 등을 두드려보며 제 몸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그다음 저의 시시콜콜한 일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좋은 음식은 장기간에 걸쳐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을 높여 병을 낫게 한다"고 설명해줬습니다. 야채스프, 효소 같은 천연 건강보조식품도 몇가지 챙겨 먹었는데, 몸 속의 독소를 제거하고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였습니다.
■ 첫 6개월이 고비였습니다. 조미료에 길들여진 입맛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몇차례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못 먹는 고통'을 뼈저리게 느꼈기에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명현현상(몸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쾌한 증상) 때문에 불안한 적은 많았습니다. 빈혈과 함께 대소변과 방귀가 잦았고, 몸 이곳 저곳에서 크고 작은 통증이 나타났습니다. 의사는 "몸이 좋아지는 과정이니 느긋하게 맘을 먹으라"고 안심시켰습니다. 84kg이었던 체중이 61kg까지 떨어지고 낮은 혈압이 겨우 정상 범위에 들어 불안했지만 검사 결과가 늘 정상으로 나와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 1년여 만에 면역력의 지표인 백혈구 수치가 상승하고 체중도 조금씩 늘어 현재와 같은 66kg이 됐습니다. 지난 1월 복직을 한 뒤로 소모 에너지가 훨씬 많이 필요해졌지만 가끔 생선을 먹는 것 말고는 제 식생활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식당 음식은 혀가 곧바로 알아챕니다. 맵고 짠 음식을 먹으면 위장이 거부반응을 보입니다.
■ 저는 '식이요법'보다는 '건강식'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식이요법 하면 '투병' '환자' 같은 부정적인 단어가 떠오릅니다. 병을 낫기 위해 맛없는 음식을 억지로 먹는 장면이 연상됩니다. 건강식은 반대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눈과 입으로 즐기면서 먹는 밥상이 생각납니다. 외과의사 출신이지만, 침과 뜸으로 몸의 자연치유력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난치병 환자를 고치고 있는 일본의 후쿠다 미노루씨에게서 배운 게 있습니다. 먹는 것은 몸 세포 하나하나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신성한 행위'라는 것입니다.
■ '우리를 위해 기꺼이 생명을 내준 동·식물, 그리고 자연과 우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는 식사야말로 몸을 치유하고 건강의 길로 이끄는 생명 에너지를 준다.'
오늘도 저는 감사의 기도를 올리며 즐거운 밥상을 차립니다- 삼겹살·부대찌개 폭식에 빵과 과자, 청량음료 -
■ 이틀에 한 번씩 잠자리에 들기 전 밥 지을 준비를 합니다. 현미와 찹쌀현미를 4대1 비율로 섞어 정성 들여 씻습니다. 검은콩과 보리쌀, 조, 수수는 다른 그릇에 담아 이물질을 씻어냅니다. 두세 시간만 불리는 게 가장 맛있다는데 한밤중에 일어나기 싫어 새벽녘까지 그냥 생수에 불려둡니다. 아침 5시30분 일어나자마자 따로 불렸던 현미와 잡곡을 전기밥솥에 넣고 죽염을 조금 뿌린 다음 취사 버튼을 누릅니다. 이틀 동안 먹을 현미잡곡밥입니다.
■ 시골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시래기 한 움큼과 적당한 크기로 썬 양파, 다진 마늘, 된장, 들깨가루를 냄비에 넣고 물을 약간만 넣고 졸입니다. 시래기 된장조림입니다. 당근 1개와 양배추는 끓는 물에 적당히 데쳐 내고, 유기농 두부를 살짝 익혀 양념간장과 함께 접시에 담습니다. 가스 불에 김 2장을 굽고 간장에 절인 깻잎과 김치를 조금 담아내면 아침식사 준비 끝입니다.
■ 밥 반 공기를 먹는 시간은 짧아도 40분입니다. 한 숟가락을 입에 떠넣곤 죽이 될 때까지 씹습니다. 100번 정도 씹어야 구수하고 달콤한 맛이 입안에 퍼집니다. 뉴에이지 음악을 듣거나 신문을 구석구석 읽으며 밥 먹는 시간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습니다. 회사 동료나 친구와 함께 점심식사를 할 때면 그 정도로 '유난'은 못 떨지만, 저녁식사는 역시 채식 요리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 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생각도 못 했던 일입니다. 식탐이 많았기에 외식을 할 때면 삼겹살, 등심, 부대찌개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폭식을 했습니다. 조미료와 양념을 듬뿍 친 음식을 즐겼고, 바쁜 일을 핑계로 10여분 만에 뚝딱 밥 그릇을 비울 때가 허다했습니다. 하루 세끼의 '넘치는 식사'도 모자라 빵과 과자, 청량음료 같은 간식으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습니다. 건강검진 때마다 지방간과 과체중 판정을 받았죠. 한때 마라톤으로 체중을 줄이고 건강해졌다고 큰소리친 적도 있었지만 효과는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 어느 암 환자의 소회 >
- 잘못된 식습관이 내 몸을 망쳤다… -
■ 그런 생활습관, 식습관이 제 몸을 망쳤다는 것을 암에 걸리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회사 일로 일본에 가 있는 아내, 그리고 두 딸과 함께 도쿄에서 2년간 지내는 동안 한 병원에 다녔습니다. 음식으로 병을 고치는 게 전문이라는 일본 유일의 '식양내과(食養內科)'가 있는 병원이었습니다. 의사는 "암(癌)이란 한자는 입 (口) 세 개가 산(山)을 이룬 모양인데, 암이 너무 많이 먹어 생긴 병이라는 것을 뜻한다"고 했습니다.
■ 그 의사는 "암 체질을 바꿔야 살 수 있다"며 엄격한 식생활을 주문했습니다. 계란과 우유를 포함한 동물성 단백질, 3백식품(백미, 백설탕, 밀가루), 청량음료, 패스트 푸드는 절대금지. 식사는 정량의 70%(2/3 공기 분량)로 제한하고, 매일 당근 주스를 마시며, 야채와 과일, 김·미역 같은 해조류, 콩 같은 항암식품을 골고루 먹어야 했습니다. 매달 병원에 갈 때마다 그동안 먹은 음식을 하나도 빠짐 없이 제출해야 했는데, 의사와 영양사는 그걸 꼼꼼히 체크한 뒤 다음 한달 섭생(攝生) 방침을 알려줬습니다. 진료시간은 최소한 30분. 혈압과 맥박을 재고, 얼굴에 핏기가 있는지 없는지 살피고, 눈동자와 혓바닥과 목젖을 관찰하고, 가슴과 등을 두드려보며 제 몸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그다음 저의 시시콜콜한 일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좋은 음식은 장기간에 걸쳐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을 높여 병을 낫게 한다"고 설명해줬습니다. 야채스프, 효소 같은 천연 건강보조식품도 몇가지 챙겨 먹었는데, 몸 속의 독소를 제거하고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였습니다.
■ 첫 6개월이 고비였습니다. 조미료에 길들여진 입맛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몇차례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못 먹는 고통'을 뼈저리게 느꼈기에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명현현상(몸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쾌한 증상) 때문에 불안한 적은 많았습니다. 빈혈과 함께 대소변과 방귀가 잦았고, 몸 이곳 저곳에서 크고 작은 통증이 나타났습니다. 의사는 "몸이 좋아지는 과정이니 느긋하게 맘을 먹으라"고 안심시켰습니다. 84kg이었던 체중이 61kg까지 떨어지고 낮은 혈압이 겨우 정상 범위에 들어 불안했지만 검사 결과가 늘 정상으로 나와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 1년여 만에 면역력의 지표인 백혈구 수치가 상승하고 체중도 조금씩 늘어 현재와 같은 66kg이 됐습니다. 지난 1월 복직을 한 뒤로 소모 에너지가 훨씬 많이 필요해졌지만 가끔 생선을 먹는 것 말고는 제 식생활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식당 음식은 혀가 곧바로 알아챕니다. 맵고 짠 음식을 먹으면 위장이 거부반응을 보입니다.
■ 저는 '식이요법'보다는 '건강식'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식이요법 하면 '투병' '환자' 같은 부정적인 단어가 떠오릅니다. 병을 낫기 위해 맛없는 음식을 억지로 먹는 장면이 연상됩니다. 건강식은 반대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눈과 입으로 즐기면서 먹는 밥상이 생각납니다. 외과의사 출신이지만, 침과 뜸으로 몸의 자연치유력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난치병 환자를 고치고 있는 일본의 후쿠다 미노루씨에게서 배운 게 있습니다. 먹는 것은 몸 세포 하나하나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신성한 행위'라는 것입니다.
■ '우리를 위해 기꺼이 생명을 내준 동·식물, 그리고 자연과 우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는 식사야말로 몸을 치유하고 건강의 길로 이끄는 생명 에너지를 준다.'
오늘도 저는 감사의 기도를 올리며 즐거운 밥상을 차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