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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 용종과 빈혈
21-01-11 15:03

용종과 빈혈
똥이 우리 몸에 던지는 장 건강 메시지


*똥을 비웃는 자, 용종
똥은 고마운 존재다.인간의 생명을 지켜주는 든든한 파수꾼이자 전령이다.대장암,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치질 등과 같은 질병에 관한 많은 정보를 우리에게 날라다 주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런 똥이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다.똥에도 사각지대가 있다.똥의 장점이나 유용성 못지않게 똥의 단점이나 취약점을 아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취약점을 알 때 적절한 대처법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똥의 사각지대는 어디일까?어떤 놈이 똥의 빈틈없는 감시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일까?도대체 어떤 놈이 똥을 비웃고 조롱하는 것일까?바로 용종이란 놈이다.용종이 있어도 똥은 우리에게 아무런 정보도 주질 못한다.똥이 이렇듯 감쪽같이 속아 넘어가는 형국이니 용종이 있어도 우리가 그 사실에 대해 전혀 눈치챌 수 없음은 너무도 당연하다.이제 똥을 조롱하는 용종에 대해 알아보자.그리고 의기소침해 있는 똥을 위해 우리가 복수해주자
용종, 어느 별에서 왔니?
미운털이 박힌 놈은 뭘 해도 미운 법이다.그래서일까?용종이란 놈은 우선 이름부터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내가 용종이란 단어를 처음 접한 건 사극을 통해서다.중전이 임신하게 되면 상궁이 만면에 미소를 띤 채 "마마,경하드리옵니다.용종을 잉태하셨습니다."라고 말하질 않던가?그런데 대장 용종이라니?무슨 왕의 아들도 아니고.아무튼 용종이란 놈,이래저래 마음에 안 든다. OECD국가 중 하나인 우리나라에서 이제는 더 이상 용종이란 단어가 낯설지 않다.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용종이란 단어쯤은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안다.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용종이니 폴립이니 하며 설명을 해도 전혀 낯설어하지 않는다.
용종이란 단어가 생소하지 않음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용종이 흔한 병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미국 통계에 의하면50세 이상 미국인 중30~40%가 대장 용종을 앓고 있다고 한다.우리나라의 경우도40%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용종의 의학적 정의는 점막이 관강 내로 돌출된 병변을 총칭하며,버섯과 같다 하여 영어로는 폴립(polyp)이라고 한다.점막이 관강 내로 돌출한 병변은 점막에서 기원한 것과 점막 아래 부위에서 기원한 병변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점막에서 기원하여 돌출된 병변을 용종이라고 표현하고 있다.그냥 혹이라고 부르면 알아듣기 쉬운 것을 뭐가 이리도 복잡하고 어려운 건지 모르겠다.'대장 용종' 하면 대장에 생긴 혹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용종은 유경형 용종과 무경형 용종으로 나누어지는데,줄기가 있는 모양이라 하여 유경형(有莖形),줄기가 없다 하여 무경형(無莖形)이라 부른다.'줄기가 있는 혹' 하면 쉬울 것을,굳이 어려운 이름을 갖다 붙여 부르는 이유 또한 의사인 나도 모르겠다.


용종의 생김새
선인장 사진을 보면 줄기가 있고 머리 부분이 있다.이처럼 생긴 용종을 줄기가 있다 하여 '유경형 용종'이라 부른다.선인장 중에는 줄기가 없는 선인장도 있는데 이와 같이 생긴 용종을'무경형 용종'이라 부른다.무경형 용종은 오른쪽 사진과 같이 달랑 하나가 외로운 섬처럼 있는 형태도 있고,넓게 옆으로 퍼진 형태도 있다.
그렇다면 내시경으로 올가미를 씌워 제거하기 수월한 용종은 뭘까?모양만 봐도 단번에 알 수 있다.당연히 줄기가 있는 유경형 용종이 제거하기 쉬우면서도 안전하다.옆으로 넓게 퍼진 무경형 용종은 제거하기도 만만찮을 뿐더러 제거하는 과정에서 대장에 구멍이 뚫릴 위험성도있다.
선인장으로 기본기도 다졌겠다,이제 용종의 실제 모양을 살펴보자.다음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용종의 모양은 천차만별이다.볼록 솟은 놈,옆으로 퍼진 놈,가느다란 줄기를 가진 놈까지 가지가지다.용종의 생김새는 제각각이지만 성격만큼은 하나같이 온순하기 그지없다.좀 설쳐대야 눈치라도 챌 수 있을 텐데 워낙 온순하고 조용하다 보니 우리 몸 안에 있어도 알 길이 없다.용종으로 인해 대장이 막히거나 출혈이 되는 일 또한 극히 드물다.이렇다 보니 용종을 보았거나,용종을 온 몸으로 훑으며 지나쳐온 똥이라 할지라도 우리에게 아무런 정보도 줄수가 없다.똥으로는 용종의 유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대장암과 용종
용종과는 달리 대장암은 똥의 감시망을 피하기가 어려운데,실제 대장암의 모양을 용종과 비교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대장암을 살펴보면 언뜻 보기에도 용종과는 달리 난폭하고 무자비하고 잔인하게 생겼다.피를 흘리고,마구잡이로 자라서는 대장을 거의 막고 있다.이렇다 보니 용종과는 달리 대장암이 있을 때는 똥에 피가 섞여 나오게되고 똥의 굵기도 가늘어질 수밖에 없다.
용종은 대장암과는 모양새도 다르고 성격 또한 온순해서 똥으로는 용종의 유무를 알 길이 없다.그렇다면 똥이 놓친 용종을 무슨 수로 찾을 수 있을까?똥이 놓친 정보는 결국 대장 내시경 검사를 통해 찾아낼 수밖에 없다.
어느 날48세 남자가 건강 검진을 목적으로 내가 일하는 병원을 찾았다.똥의 색깔이나 굵기,배변 습관의 변화는 전혀 없었고 그저 아내가 하도 검진을 받아보라고 성화이기에 병원을 찾은 것이다.검사 결과 아내에게 두고두고 고마워해야 할 일이 발생했다.그의 대장 안에서10개의 용종이 발견된 것이다.대장 내시경으로 용종을 제거한 결과, 8개는 나중에 대장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많은 선종이었고 나머지2개는 이미 대장암으로 변신을 마친 용종이었다.
조직 검사 결과 다행스럽게도 암 세포는 용종의 머리 부분 중 일부분에서만 발견되었다.이해를 돕기 위해 선인장으로 살펴보면 선인장 전체가 용종의 머리라 치면 선인장 맨 위의 빨간 부분이 바로 암 세포가 발견된 부위를 의미한다.그러니까 암 세포는 용종의 머리 중 끄트머리 일부분에서만 발견된 것이다.용종의 줄기나 다른 부위에서 암세포는 일절 발견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남자는 대장 내시경을 통해 간단히 용종 절제술만 받고 퇴원할 수 있었다.물론 다른 암처럼 복부를 가르는 개복 수술을 받을 필요도 없었고 항암 주사를 맞거나 항암제를 복용할 이유 또한 없었다.이 남자가6개월이나1년만 늦게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았더라면 분명히 지금과는 백팔십도 다른 운명의 삶을 살아가야 했을 것이다.그뿐만이 아니다.그의 가족 또한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을 것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대장 용종은 똥으로는 존재 여부를 짐작하거나 파악하기 어렵다.용종으로 인한 증세 또한 없기 때문에 대장 내시경 검사를 통해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귀찮아할 일이 아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빈혈
대장암 환자의 대부분은 항문 출혈이 있거나 똥의 굵기가 가늘다.하지만 암이 대장의 어느 부위에 생겼는가에 따라 얘기는 사뭇 달라진다.똥의 출구인 항문과 가까운 직장이나 에스결장에 암이 생길 경우 똥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똥의 굵기가 가늘어질 가능성은 매우 크다.하지만 항문과 멀리 떨어져 있는 우측 대장에 암이 생길 경우에는 문제가 달라진다.
우측 대장에서 암이 자라 대장의 일부분을 막고 있다 하더라도 암 사이를 비집고 나오느라 가늘어진 똥은 먼 거리를 여행하는 동안 합쳐져서 정작 항문을 통해 나올 때는 똥의 굵기가 정상과 다름없어진다.
이뿐만 아니라 우측 대장의 출발지인 맹장은 대장 중 가장 크고 공간이 넓어서 암이 웬만큼 자라서는 똥의 굵기에 전혀 변화가 없다.또한 우측 대장에 암이 있을 때는 출혈이 있더라도 똥 색깔에는 변화가 없는 경우가 많다.우측 대장암에서 출혈이 있더라도 긴 대장을 거쳐 오는 동안 똥 속에 피가 파묻혀버리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빈혈' 하면 먼저 떠올리는 것이 철결핍성 빈혈이지 싶다.이렇다 보니 원인을 찾지도 않은 채 철분제제를 복용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우측 대장암에서 출혈이 될 때는 장기간 출혈이 되더라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아 빈혈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빈혈 하면 무턱대고 철결핍성 빈혈이겠거니 지레짐작하지 말고 우측 대장암도 염두에 두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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