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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통가옥의 이상적인 입지형
15-07-11 19:43

우리나라 전통가옥의 이상적인 입지형은 배산임수(背山臨水)이다. 이를 비과학적인 풍수지리로 치부하려는 경향이 있으나 이를 단순히 미신으로만 치부할 일은 아니다.
풍수지리에 따르면 마을은 주산에 기대어 남향을 바라보고 좌우에는 청룡과 백호를 상징하는 산이 감싸주고, 앞으로는 안산(案山)과 조산(朝山)이 막아 안온한 느낌을 주어야 하며, 안산 앞으로는 수구가 트여 하천이 합류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물론 조선시대에 들어와 풍수지리를 절대시하여 물의를 빚은 일도 있지만 배산임수의 남향구조는 사람이 살기에 가장 알맞은 조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는 또한 농사짓기에 알맞은 구조이기도 하다. 마을 뒤의 산은 바람을 막아주고 연료를 공급해주는 곳임과 동시에 마을을 지켜주는 울타리이다. 산을 소중히 가꾸고 그 산에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있다고 믿는 것도 자연스럽게 형성된 정서라고 할 수 있다.
앞에 흐르는 하천은 관개용수의 공급, 운송수단의 역할을 했으며 마을의 습도와 온도를 조절해준다. 이 역시 사람이 살기 위해 없으면 안될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집의 방향은 남향집이다. "삼대가 적선을 해야 남향집에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남향은 겨울이면 햇빛이 집안 구석구석까지 들어오는 반면, 여름이면 창머리에 머물다가 사라진다. 그러므로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한 것이 남향집의 특징이다. 남향집만큼 기후의 한냉온열에 맞게 집의 온기를 조절해줄 수 있는 구조는 없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가옥구조를 보면 안채가 있고 사랑채가 있다.
그리고 방은 자기 몸을 기준으로 크기를 정했다. 방은 안정감이 있어야 한다. 대체로 우리나라 방의 크기는 한 변이 9척이다. 가로, 세로 9척이 최소한의 평면인 것이다. 형편이 좋아지면 18척으로 늘리기도 했고 신분에 따라 21척의 방에서 살 수도 있으며 왕실에서의 방 크기는 27척이었으니 방의 크기가 3배수로 커졌음을 알 수 있다. 이 3이라는 숫자는 우리 민족의 최고의 경전인 천부경에서 밝혀놓은 천(天), 지(地), 인(人)의 조화의 수로 생활의 곳곳에 3의 흔적이 묻어 있다.
또 방의 높이는 보통 7.5척으로 잡았다. 한국인의 평균 키의 1.5배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이 7.5척은 사람 앉은 키에 사람 한 명이 올라설 수 있는 높이로 기(氣)가 가장 잘 호흡될 수 있는 공간설정이다. 창의 기본구조도 인체에 맞추어져 만들어졌다. 머름대 높이를 앉은 사람의 겨드랑이 아래, 가슴팍이 닿을 높이에 두었다. 1.8척 즉 54㎝ 가량인데, 이는 사람이 누웠을 때 두께의 두 배에 해당하는 높이로 사람에게 가장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설정이라고 한다.
대청마루의 천장높이는 보통 10척 정도로 한국인 평균 신장의 두 배다. 가능한 대청은 넓게 잡고 천장도 높게 하여 인간이 내뿜는 기가 승하여 뻗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이는 물론 통풍이나 환기도 고려한 것이다. 어쨌든 우리 조상들은 마루 하나를 만들어도 기가 승하여 의기양양한 인격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하였다. 아이들이 당당하게 세상을 살 수 있는 인격을 함양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집을 지은 것이다. 세간이 빈한해도 좋았다. 서민집 아이들에겐 산과들이 곧 터전이요, 집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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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우리는 사랑채에 주의해볼 필요가 있다. 사랑채는 주로 남자들이 머무는 곳이다. 우선 집을 들어서면 사람들은 사랑방에 거처하는 집안어른께 문안을 여쭙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사랑채는 요즘 말로하면 사무실도 되고 응접실도 되었던 셈이다. 때로 외부손님이 찾아오면 자고 갈 수도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남자아이들이 학문을 배우고 교양을 쌓는 터전이 또한 사랑채이다.
우리 나라의 가옥구조에서 뺄 수 없는 것이 장독대이다. 장독대는 부엌 동쪽에 높이 돈대를 돋구어 만들었다. 야생동물이나 집짐승으로부터 장독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장독대는 고추장, 된장을 담은 독을 놓는 것으로 주부의 정성이 모아진 곳이며 집안 식구들의 건강을 지켜온 근원지이다. 정월에 농악대들이 액막이 굿을 할 때는 집집마다 독 뚜껑을 열어 놓아 독 속에 복이 담뿍 담기도록 기원하기도 하였다.
사랑채가 연장된 것이 마을 앞 정자나 유산각 등 부락 공동공간이다. 큰나무 밑에 동네어른들이 모여 마을의 중소대사를 논한다. 세상사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동네질서를 잡아나가며 유대를 돈독히 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되어진다.
한편 여인들의 사랑채는 마을 냇가였다고 할 수 있다. 빨래하면서 여인들은 가정의 대소사를 논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살찌게 한다.
이렇게 하여 동네문화가 생기고 상부상조의 정신이 싹트게 되며, 따뜻한 인정과 예의가 온존하는 마을 문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전통의 미풍양속인 계, 두레, 향악도 다 이와 같은 마을문화가 성숙한 것임에 다름아닌 것이다.
요즘 집들을 보면 담이 높고 대문이 두텁다. 옛날에는 정감있는 싸리문이 고작 이었고, 그것도 최소한의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한 가리개 정도였다.
갈수록 이웃과의 경계가 높아지고 있으며, 심지어 가족간에도 방문을 굳게 닫고 살고 있다. 옛날엔 개인사보다 공동체적 삶이 더 많았으며, 방도 겨울에만 이용했지 날이 조금 따뜻해지면 마루에 나와서 자고, 한여름엔 마당에 멍석을 깔면 그것이 곧 방이어서 모깃불과 함께 사랑과 온정이 피어오른다.
집의 높이도 그 집 나무 높이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나무 높이 이상 올라가면 공기소통이 잘 안되게 되어 건강에 해롭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자꾸만 고층아파트를 짓고 있는데 국민건강상 심히 걱정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은 그 지역에서 가장 높은 나무 높이 이상 올라가서 살면 정서가 불안해지며 된장, 고추장도 잘 발효되지 않는다. 몸의 체액이 잘 순화되지 않아 병이 많아진다. 높은 곳에서 사는 임산부들이 유산을 많이 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요즈음 정신질환자가 급증하는 것도 아파트문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아진다. 아파트는 최소한 4층보다 위로 올라가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옛날엔 대부분의 집들이 따로 단군성조를 모신 삼신당을 두었다. 또 정한수 떠 놓고 빌면 그곳이 곳 신당이었으며, 그만큼 살아가는 일에 정성을 들였고, 사랑의 마음으로 살았다. 한 가정은 자급자족의 터전이었고 조상과 신을 모시는 혼이 있는 장소였다. 한 가정 안에서 공동체의식을 배운 아이들은 마을 어른들을 통해 두레, 품앗이, 상부상조의 정신을 배우고 더 나아가 충효정신, 민족정신을 알게 되었다.
이웃과의 벽이 갈수록 점점 높아지고 서구식 주택이 판을 치는 오늘 다시한번 우리 옛집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집은 그저 잠이나 자는 공간이 아니며, 무조건 편함만 추구해서도 더더욱 곤란하다.
집에는 사람이 살고, 사람이 사는 한 혼과 기가 깃들 수 있는 공간이어야 마땅하다.
출처: 겨레사랑생활건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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