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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도전장포새우젓 1.jpg
 
 
꽃담, 문화재로 꽃물 물들고, 세계에 수놓다
15-07-06 13:25

높고 청명한 코발트색 하늘 아래 화사한 단청으로 한껏 치장된 전각들. 그 전각 사이사이를 미로와 같이 에워싼 꽃담들. 궁궐의 이 모든 화려함은 이파리가 몇 장 남지 않은 단풍과 경쟁을 하는 듯 눈을 시리게 만든다. 지붕 같은 하늘채에는 흰구름이 윤무하고 침실 같은 대지와 출렁이는 바다에는 푸른 산과 꼬막 등 같은 사람의 집, 아름다운 물길이 있다. 집 울안을 둘러싼 싸리, 대나무, 과일나무, 탱자나무의 생울과 짚, 보릿대, 밀대, 수수깡, 갈대 바자울은 고즈넉한 농촌 풍경이다. 주변의 돌과 땅속에서 파낸 흙으로 토석, 석회, 돌담, 전축담에 오지, 도자, 기와, 돌로 치레한 꽃담과 화장담(화문장)과 굴뚝 등은 여유를 상징한다. 하지만 현재 경복궁 자경전 십장생 굴뚝(보물 제810호), 아미산 굴뚝(보물 제811호), 도동서원 강당사당부 장원(보물 제350호), 낙산사 원장(강원도 유형문화재 제34호) 등 단 4종의 꽃담이 문화재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을 뿐 나머지는 세상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서서히 밀려나면서 자취를 잃어가고 있다. 경복궁 자경전 십장생 굴뚝은 장식적인 기능을 충실히 하고 그 조형미 역시 세련돼 조선 시대 궁궐에 있는 굴뚝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경전 뒷담의 한 면을 돌출시켜 만든 굴뚝은 네모 형태로, 가운데는 동식물 무늬인 십장생을 새겨 넣었다. 특히 장수를 기원하는 뜻을 가진 글자와 꽃, 나비, 대나무 형태를 흙으로 구워 새겨 넣은 아름다운 꽃담장과 동식물 무늬인 십장생을 조화롭게 새겨 넣은 집 모양의 굴뚝이 남아 있어 한국의 미를 더욱 뽐낸다. 굴뚝은 벽돌을 쌓아 만들었고 그 위에 기와지붕을 얹었으며 지붕 위에는 연기를 빠지게 하는 시설을 해 놓았다. 지붕면 위에는 10개의 연가(煙家)를 얹어, 자경전 건물에 있는 열 개의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여기로 연기가 빠져나가도록 배려를 한 것도 읽혀진다. 굴뚝의 제일 아랫부분 좌우에는 불가사리로 알려진 서수를 만들어 배치했다. 그 위로 장방형 공간을 구획하여 해, 산, 구름, 바위, 소나무, 거북, 사슴, 학, 바다, 포도, 연꽃, 대나무, 백로, 불로초 등을 조각했다. 그리고 윗부분에는 가운데에 용(나티), 그 좌우에 학을 새겨 놓았다. 십장생 굴뚝은 교태전(交泰殿) 뒤뜰 아미산 굴뚝과 같은 종류의 무늬를 갖고 있으나 아미산 굴뚝이 평면이 육각형인 독립 굴뚝임에 비해 이 굴뚝은 담장에 딸린 장방형 굴뚝인 점이 다르다. 현재 굴뚝 상부에 반투명한 소재를 사용하여 보호시설로 지붕을 꾸며 놓았다. 경복궁 아미산의 굴뚝은 현재 네 개가 있다. 육각형으로 된 굴뚝 벽에는 덩굴무늬, 학, 박쥐, 봉황, 소나무, 매화, 국화, 불로초, 바위, 새, 사슴 따위의 무늬를 조화롭게 배치했으며, 각 무늬는 벽돌을 구워 배열하고 그 사이에는 회를 발라 면을 구성했다. 왕비의 생활공간인 교태전 온돌방 밑을 통과하여 연기가 나가는 굴뚝으로, 사시사철 풍성하게 탐스런 꽃을 피우고 있는 가운데 시나브로 네 개의 굴뚝이 굽이굽이 선계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굴뚝 벽에는 당초무늬, 학, 박쥐, 봉황, 나티(용), 소나무, 매화, 대나무, 국화, 불로초, 바위, 새, 사슴, 나비, 해태, 불가사리 등의 무늬를 조화롭게 배치한 만큼 생생한 천문도이며, 우리네 삶의 부적 같은 존재다. 이를 한자리에 모아 펼쳐보면 흡사 병풍 한 벌이란 생각에서는. 자연에서 노닐다가 신선이 되어 천년만년 좋을시고. 아름다운 자연에 내가 거하고 내가 자연에 거하는 이치 때문인가, 길손의 발길을 이끌게 만드니 인간 세상의 잡다한 일일랑 굴뚝 연기로 잠재우란다. 도동서원 강당 사당부 장원은 기와를 이용해 쌓은 맞담으로 구성해 매우 아름답다. 담장에 암막새와 수막새를 사용, 음양의 조화를 통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장식 효과를 최대한 살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돌의 강도에 버금가는 단단한 기와를 사용함으로써 견고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등 담장의 모습이 매우 아름다워 전국에서 토담이 보물로 지정된 유일한 곳이다. 낙산사 원장은 법당인 원통보전의 둘레를 사각으로 에워싸고 있는 담장이다. 암키와와 흙을 차례로 다져 쌓으면서 위아래로 줄을 맞추고, 일정한 간격으로 둥근 화강석을 배치해 단조로운 벽면을 아름답게 장식하면서 미학의 절정을 달리고 있다. 돌기와와 흙으로 높고 정연한 담장을 쌓고 넓은 벽면을 아름답게 장식한 이 담장은 법당을 둘러싸 신성한 지역을 구분하면서 공간 조형물로서의 효과도 함께 나타내고 있는 소중한 문화재이다.

덕수궁 유현문은 전돌을 아치형으로 쌓고 땅의 높낮이에 따라 담장의 높이에 변화를 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하지만 이곳에 설 때마다 장차 벌어질 자신의 앞날에 대해 까마득히 모른 채 어린 시절 즐거이 뛰놀았을 덕혜옹주의 체취가 맡아지는 듯 가슴이 아리다. 유현문의 홍예(무지개)엔 구름속을 날고 있는 용이 보인다. 구름은 둥글게 말려 피어오르는 모습이다. 용의 머리에는 뿔이 솟아있으며 몸에는 갈퀴와 비늘이 보인다. 몸은 구불거리며 위쪽을 향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의 호암미술관 후원인 ‘희원’ 입구문(보화문)으로 재현될 만큼 아름답다. 덕수궁 꽃담 사이로 보이는 자그마한 유현문은 조선조가 비운의 역사, 설움의 역사가 아니라고 속삭이는 듯한 모습이다. 2006년 3월 31일 독일 베를린에 한국 전통 양식의 ‘서울정원’이 문을 열었다. 서울정원은 4,000㎡ 규모로 경북 경주시 안강읍에 있는 보물 제413호 독락당을 본떠 만든 것으로, 바자울로 만든 꽃담이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만큼 이언적 선생의 살아생전 모습을 보는 듯하다. 베를린의 서울정원은 지형적 특성을 살려 돌로 대(臺)를 쌓은 뒤 마당부와 계류(溪流. 시냇물)부, 계정(사랑채 겸 정자)부 세 공간으로 나뉘어 꾸며졌다. 우리 꽃담의 요요적적(了了寂寂)한 세계는 단정하지만 밋밋하지 않고, 간결하지만 아름다운 지상 최상의 작품으로 다가와 무한한 축복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내 불로장생의 꿈이 알알이 영근다. 애오라지 하얀 연기 솔솔 피워내면서 천상의 문턱으로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은 마음이다. 

           출처: 한국문화재재단  글˚이종근 (새전북신문 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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