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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도전장포새우젓 1.jpg
 
 
여름철 질병예방, 삼복을 이기는 음식
15-07-07 19:34

 
요즘처럼 무더위가 찾아오면 몸이 쉽게 지치고 입맛이 없어지게 마련이다. 이렇게 무더운 계절이 오면 당연히 먹는 것과 건강을 챙기게 되며 특히 몸에 좋은 여러 가지 보양식을 찾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조상들은 어떤 음식으로 무더위를 이겨내고 질병을 예방하며 원기를 보충하여 왔을까? 여름철의 음식과 관련된 여러 가지 풍습과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여름철의 음식에 대하여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사계절이 뚜렷하고 달마다의 절기가 있는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절기로는 음력 6월 15일 유두(流頭)와 삼복(三伏)을 들 수 있다. 음력 6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더위를 막기 위한 풍습으로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고, 냇가에 모여 술을 마시며 발을 씻는 탁족놀이를 하였는데, 이는 더위를 쫓는 것 외에 몸에 붙은 부정을 씻어낸다는 의미가 있었다. 유두 전후로는 햇과일인 참외, 수박과 햇밀로 국수를 눌러 닭 국물에 만 유두면을 먹었다. 이 밖에도 햇보리를 삶아 녹말가루를 고르게 묻혀 이것을 다시 살짝 데쳐 오미자국물에 띄워 내는 보리수단이 있다. 밀가루에 술을 넣어 부풀린 다음 소를 넣어 찌는 상화병과 밀가루로 밀전병을 부친 다음 볶은 채소 등을 싸는 연병(連餠)이라는 밀쌈의 일종도 있다.
 
또한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네모지게 자른 후 여름철 채소인 오이나 호박과 버섯, 고기 등으로 소를 만들어 만두피에 넣어 빚은 후 찌거나 차가운 장국에 띄워 먹는 편수라는 여름만두가 있다. 삼복(三伏)은 하지로부터 셋째 경일인 초복(初伏)과 넷째 경일인 중복(中伏), 입추로부터 첫째 경일인 말복(末伏)을 가리킨다.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 따르면 이날은 ‘서기제복(署氣制伏)’이라 하여 더위를 제압, 굴복시키는 날이라 했으니 복날은 여름 더위를 꺾는 날이라는 뜻이다. 삼복이 지나는 30일 동안은 습기가 많고 여름 중 가장 무더운 때로 땀을 많이 흘려 체력이 크게 소모되므로 산간계곡에 들어가 탁족을 하고 바닷가 백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하면서 더위를 이겨냈다고 한다. 또한 오행의 원리로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 하여 열이 있는 음식을 먹음으로써 더위에 지친 몸을 보양하였다. 삼복의 더위를 견디기 위해 기를 돋우고 몸을 보하는 식생활 풍습으로 잘 알려진 것으로는 개장을 먹는 것이다. 개를 삶아 파를 넣고 푹 끓인 것을 ‘개장’ 또는 ‘구장(狗醬)’이라고 하며, 개장에 고춧가루를 타고 밥을 말아서 땀을 흘리며 먹으면 더위를 물리치고 허한 것을 보충할 수 있다고 여겼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의하면 개고기는 오장을 편안하게 하며 혈맥을 조절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골수를 충족시켜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고, 양기를 일으켜 기력을 증진시킨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후기 풍속자료를 다룬 한시집인 유만공(1793~1869)의 「세시풍요」 중 복날을 묘사한 한 구절을 살펴보자.

무더위에 땀 흘리며 먹는 뜨거운 죽
더위 씻는 방책이라 전하는 말 못 믿겠네
어찌 부귀한 집 제철 음식상의
맑고 시원한 한 그릇의 제호탕 만 하리오
수박 주발에 수정 같은 얼음 부셔 놓으니
차가운 기운이 삼복 더위를 물리치네
부엌에는 양을 요리하는 모습 보이지 않고
집집마다 죄 없이 달리던 개만 삶는다네
붉은 능금 검붉은 마늘 병든 비장 낫게 하고
불볕더위에는 소주잔 기울이는 것이 제격이네
오강의 무한한 물로 빚은 삼해주는
도성 안 많은 사람들 돈을 쓰게 만드네
 
여기서 뜨거운 죽은 팥죽을 의미하는 것으로 원래 팥죽은 동지의 절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무더운 복날에 악귀를 쫓으며 무병을 기원하는 뜻에서 유래된 풍습이다. 삼복에 팥죽을 쑤어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으며 질병에도 걸리지 않는다고 하여 초복부터 말복까지 먹는 풍속이 있었다. 제호탕은 오매육, 초과, 사인, 백단향 등을 가루로 만들어 꿀에 개어 고를 만들어 두었다가 냉수에 타서 마시는 청량음료로 단오부터 여름 내 마시면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하였다. 궁중의 내의원에서는 제호탕을 만들어 임금님께 진상하였고, 또 임금님은 이것을 가까이 거느리는 신하들에게 하사 하였다고 한다. 삼해주는 찹쌀로 빚은 전통 약주의 하나로 능금, 마늘과 더불어 더위병을 치료한다는 뜻으로 언급된 듯하다. 또한 궁에서는 신하들에게 빙표(氷票)를 나누어 주고 빙고(氷庫)에 가서 얼음을 타다 쓰게 했다고 하는 얘기도 전해진다.
 
이외에 여름철의 음식 보관이 매우 큰 문제였을 터인데 이를 위해 궁중에는 여름철에 각종 과일이나 고기 또는 퇴선(退膳) 음식을 보관하기 위해 요즘의 냉장고와 같은 기능을 하는 주방기구인 챈바지가 있었다. 챈바지는 겉은 나무로 되고 속은 함석을 입힌 것으로 여름이 되면 아침마다 상인이 방칫돌만 한 얼음을 몇 십 개 씩 가지고 들어와 채워 넣었다고 한다. 여름철에 밥이 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생현채(날비름)를 밥 위에 덮어두거나 연잎에 밥을 싸두거나 하였다. 이 밖에도 알려진 여름음식으로는 서울 양반들이 복중음식으로 즐겼던 여름 제철생선인 민어로 끓인 민어탕, 닭을 고아 만든 국과 깻국을 섞어 만든 냉국에 미나리, 오이 등을 띄워 만든 임자수탕, 장어를 푹 고아 만든 장어탕 등의 보양음식이 있다. 여름철의 떡으로는 높은 기온에서 떡이 쉽게 상하지 않도록 쌀가루에 술을 넣어 반죽하여 발효시켜 찐 떡인 증편(기주떡)이 있다. 이와 같은 음식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몸을 보신하며 무더위를 이겨내고자 하였던 선조들의 지혜를 본받아 건강한 여름나기를 위한 여름 식탁을 꾸며 보자 
               출처: 한국문화재재단      글˚정낙원 (배화여자대학 전통조리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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