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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녀봉 설화
15-09-15 16:40

경상남도 창원시에서 근친상간과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천녀봉 설화」의 배경은 통영시의 사량도이다. 비록 창원 지역에 공간배경을 두고 있지 않지만 한반도 전역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옥녀봉 전설」과 동일한 모티프를 갖고 있다. 「천녀봉 설화」는 욕정을 참지 못하고 딸을 범하려는 아버지와 이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딸 사이에서 벌어지는 근친상간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비극적 이야기이다.
​ 
1963년 발간된 『경상남도지』 하의 256쪽에 창원의 실명씨담(失名氏談)이라 하여 수록되어 있는 이야기이다. 비록 창원에 증거물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이 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이야기이다.
 
충무와 삼천포의 중간 해상 사량도(蛇梁島)에는 옛적부터 대례를 하면, 반드시 그 결혼은 파경을 초래한다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 옛날 이 섬에는 천녀 혹은 옥녀와 홀아비가 살고 있었다. 
​
천녀는 세월이 갈수록 예쁘게 자라서 절세의 미인이 되었으니 아비마저 욕정을 품게 된다.
 오랜 홀아비 생활에 욕정에 굶주린 그의 아버지의 비정을 안 그 딸은 한사코 그 아버지를 진정시키며 거절하였다.
​
어느 비바람 치는 날에 눈이 뒤집힌 그녀의 아버지는 딸의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짐승처럼 덤벼드는 아버지 아닌 사내의 억센 힘에 놀라 천녀는 비명을 질렀다. 
​
그리고 눈물을 뿌리며 호소를 했다. “아버지 사람이라면 이럴 수가 있습니까. 하늘도 무섭지 않습니까! 차라리 소녀를 죽여주십시오!” 하고 죽음을 무릅쓰고 항거하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여전히 딸의 몸뚱이만을 겁탈하려 드는 것이었다.
​
천녀는 하는 수 없이 최후의 방법을 생각하였다. “아버지! 사람의 가죽을 쓰고는 어찌 딸에게 이럴 수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소녀도 사람이라면 어찌 아버지에게 몸을 바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소녀가 저 산 위 바위에 있을 것이오니 아버지는 등에 소 방석을 둘러쓰고 기어서 산에까지 올라오시면 차라리 소가 된 마음으로 아버지의 소원을 풀어 드리겠습니다.”라고 울면서 말하였다.

딸이 허락한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인 홀아비는 딸을 산 위로 내보냈다. 
​
그리고 자기는 등에 소 방석을 둘러쓰고 엉금엉금 기어서 산으로 올라갔다. 산 위에서 설마 아버지가 소처럼 기어서까지 오시지는 않겠지 하는 한 가닥 희망으로 불안에 떠는 천녀의 앞에 소처럼 끈덕지게 기어 오는 홀아비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
​천녀는 이제는 마지막이구나 하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높은 바위 위에서 아래를 향해 몸을 던져 죽어 버렸다. 천녀의 예쁜 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싸늘하게 식었다. 그제야 제정신이 돌아온 욕정에 미쳤던 홀아비는 울며 천녀의 이름을 불러댔으나 영영 다시는 살아나지 않았다. 대례도 치러보지 못하고 죽은 천녀를 추모하기 위하여 이곳의 결혼식에는 수백 년 동안 대례가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산을 천녀봉이라 부른다고 한다.​

「천녀봉 설화」의 주요 모티프는 ‘근친상간 금지’이다. 바다에 몸을 날려 떨어져 죽은 옥녀의 비극을 일러주는 「천녀봉 설화」는 흔히 「옥녀봉 전설」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근친상간을 모티프로 전개되는 전설은 동서양에 폭넓게 퍼져 있으며, 세계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도 터부시 하고 있는 소재이다. 「옥녀봉 전설」은 아버지와 딸 사이의 혼인을 금기한 상고시대 인류의 혼인 제도를 이야기한 것으로 보이는데, 장승 유래담에서도 이와 유사한 모티프를 갖고 전승됨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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