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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각시
15-09-15 16:53

여시리 어느 고을에
 과부가 하나 살았는데 그 과부집에 장가 든 신랑은 꼭 초야를 치른
다음날 아침이면 시체가 되어 나오더라,
그런데도 그 집에는
 신랑이 줄을 지어 끊이지를 않아, 꼭 이번에 장가드는 신랑은
100번째 신랑이었더랬지.
그고을
비렁뱅이가 가만히 보자하니 "어허 고년 여시가
틀림없다.
내 그것
 내쫓아 줄터이니 성사커든 밥이나 배불리다오"
고을사람들
모두 "그러마"하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누구하나
고 사내를 믿는 눈치는 아니더랬지.
비렁뱅이 그러마 소리 듣자마자
무릎을 탁치고 일어나 건들건들 과부집앞에 한발 들이고
" 이리오너라-" 하니
피부가 뽀-야니 백옥같은
과부가 큰 눈을 이리저리 반돌반돌 굴리며 "뉘시오" 하고
나와서 맞더란 말이지.
사내가
가슴을 탁 치며 "나 장가들러왔소" 하니 과부눈이
휘둥그래지지 않았겠어?
그러고서
 과부가 고 큰눈으로 사내를 위로 아래로
가만히 훑더니
"그러시오"하더니
 냉큼 비렁뱅이 손을 붙들고 집 안으로 쏙하니
 들어가버렸어.
술을 주거니 받거니하고 있자니
벌써 해가 뉘엿뉘엿 기어들어가 초야는 다가오는데 이상하게 비렁뱅이가
밥상에서 물러갈 줄을 몰라.
과부가 진득하니
밥상 옆에 붙어서 비렁뱅이에게 자꾸 술을 따라주고 비위를 맞춰도
도무지 옷고름을 풀지를 않는거야.
"거 서방님,
 그쯤 하고 초야에 드십시다" 과부가 손을 잡아끌며
보채도 비렁뱅이 과부 손 탁 쳐내며
"에이 초야가 다 뭐요,
무릇 장가들면 여식이 밥지어 바치고 대장부가 받아먹는 게
당연하지 않소?"
하며 계속 밥상만
축내니 이를 어째, 과부 신세 딱 곤란하게
 되었지 뭐.
이러니 저러니
시간이 흘러 동 틀때가 다되도록 초야를 치르지 못하자 슬슬
과부도 독이 오르기 시작했어.
사실 과부는
정말 여우라서 요 마을 폐가에 들러붙어 간을 빼어먹고
 있었거든,
이번 초야만 치뤄서
간을 빼먹으면 딱 100개가 차는데 100번째 신랑놈이 초야를
치르지 않으니 애가 타지 않겠어?
에라 모르겠다 눈 딱감고 과부,
 제 옷고름을 슬몃슬몃 풀어내리며 치맛폭을 당겨 허벅다리를
내어놓는데
사내가 갑자기
치맛폭에 손을 우겨넣으며 "예끼 여시년!" 하고 뭔가를
잡아챘는데 뭐였겠어?
사내 손에
붙잡힌것이 아니 어디를 봐도 영락없이 여시꼬리였단
말이지.
사내 다른 한손에 호롱불 집어들고서
"네 이년 너 이 마을을 떠나마 약속하면 내 너를 놓아주고, 싫다 하면
요 꼬리에 불을 질러버릴테다. 어쩔테냐?"
하고
우렁우렁하니 큰 소리로 으름장을 놓으니,
"아이고 서방님 가겠으니
제발 이 꼬리를 놓아주소"하고 여시가 발발 떨지않았겠어.
"그래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마라" 하고
 사내가 여시 궁둥이를 탁 떠미니 고대로 깨갱하니 담 밖으로
내빼버렸더랬지.
얼마나
고 여시가 빠르고 소란스러운지 깽깽거리는 소리는 십리밖 마을까지 들리고
여시가 지나간 근처 논두렁 벼들이 모조리 누워버렸다지 아마,
그뒤로
마을에서 그 과부를 봤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 사내는
여우가 살던 그 집에 눌러 살믄서 고을사람들이 해다주는 밥 받아먹으며
잘 살았다고 하더라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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