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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청의 사랑방 야화 새색시 길들이기
15-09-15 20:18

법 없이도 살아갈 착한 선비 오서방이 장가를 갔다.
 새색시는 오서방과 달랐다. 양반 가문에 오백석 부잣집의 고명딸이라 언행이 기고만장해 첫날밤부터 얌전한 오서방을 깔아뭉갰다. 신랑이 신부의 옷고름을 푸는 게 아니라 신부가 신랑의 바지 끈을 풀었다. 오서방은 어이가 없었지만 눈을 감았다.

새색시의 오만방자한 행실은 신부 집 신행을 마치고
 오서방 집에 오는 첫날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당에 첫발을 디디자마자 지붕을 쳐다보며 “이그~~초가삼간이라더니 이 집이 그 집이네.” 오서방의 오장육부를 북북 긁어놓더니 방에 들어와서는 냄새가 난다고 향을 피우라며 소란을 떨었다.

한평생 남과 말다툼 한번 해본 적 없고
목소리 한번 높여본 적 없는 오서방은 빙긋이 미소를 머금고 새색시 하자는 대로 해줬다. 세월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싶어 오서방은 싫은 소리 한마디 하지 않았지만 새색시는 도를 더해 가기만 했다. 어느 날, 참다못한 오서방이 새색시를 앉혀놓고 타일렀다. “여보 우리도 정답게 오손도손 살아봅시다.” 오서방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새색시는 “오손도손할 거리가 있어야 오손도손하지. 이놈의 집에 시집 와 호강 한번 못 해보고…” 악다구니를 퍼부어댔다.

하루는 오서방이 장에 갔다.
강 건너 사는 어릴 적 서당 친구들을 만나 술 한잔을 마시고 새색시 구워주려고 돼지고기 한근을 사서 허리춤에 꿰차고 집으로 돌아오자 새색시가 또 앙탈을 부리며 이고 있던 물독을 오서방에게 내던졌다. 마침내 오서방 참을성의 임계수위가 넘어버렸다. 새색시의 귀싸대기를 후려치자 새색시는 털썩 주저앉으며 전에 보지 못한 오서방의 행동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내 오늘 이년을 구워 먹을 터!”
 오서방이 새색시의 머리채를 잡아끌자 악다구니가 터져 나왔다. “죽여라 죽여! 이 병신같은 놈아.” 오서방이 밧줄로 새색시의 두팔과 두발을 묶어 대들보에 대롱대롱 매달아도 새색시의 악담은 그칠 줄을 모른다. 오서방은 처마 밑에서 화덕을 갖다 놓고 숯불을 피우고 숫돌에 스윽스윽 부엌칼을 갈았다.

그리고 새색시 치마를 걷어올리고
고쟁이를 벌려 드러난 희멀건 엉덩이에 칼등을 대고 살을 베는 척 내리긋고 미리 준비한 찬 물수건을 엉덩이에 철썩 댔다가 뗐다. “이년 엉덩이고기 맛있겠네.” 앙탈을 부리던 새색시가 사색이 되어 “사, 사, 사람 살려.” 외쳐보지만 오서방은 들은 체도 않고 몰래 허리춤의 돼지고기를 꺼내 석쇠 위에 올렸다. 지글지글 자신의 엉덩이 살(?) 굽는 연기가 피어오르자
새색시는 오줌을 싸면서 기절했다.

그 이후로
새색시는 고양이 앞의 쥐가 되어 오서방을
 하늘같이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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