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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청의 사랑방 야화 산삼이냐 장뇌냐
15-09-15 20:33

치악산 아래 주막집에
콜록콜록 기침을 해대는 삐쩍 마른 촌사람이 암소와 송아지를
데리고 와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했다.
 
촌사람은
소를 마당가에 매어 두고 우물가에서 풀을 베어
소에게 던져 줬다.
 
 어둠살이 내릴 무렵
 주모가 저녁상을 차려 냈다. 바로 그때 주모 남편이 덩실덩실
춤을 추며 망태기를 메고 마당으로 들어서면서 “심봤다!”
 고함을 질렀다.

“뭐, 뭐요?
 마침내 당신이 산삼을 캤구려.”

주모 부부는
 기쁨에 겨워 서로 끌어안고 펄쩍펄쩍 뛰었다.

“산삼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 한번 봅시다.”

촌사람이 다가가자
 주막집 주인이 망태기 열어 얼른 보여 주며 “백년도 넘은 것이요”
라며 은근히 자랑했다.
 
 주막집 주인은
 호미를 들고 마당가에 가더니 땅을 판 후 산삼을
심고 소쿠리로 덮었다.

그날 밤, 밤은 깊어 삼경인데
콜록콜록 기침을 하던 촌사람이 기어이 피를 토하고 벽에 기대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폐병 환자였다. 촌사람은 갑자기 일어나더니 마당으로 나가 산삼을 뽑아 들고 와그작와그작 씹어 먹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주막집 주인이 나오더니 삐쩍 마른 촌사람의 멱살을 잡았다.

“주, 주인장,
 산삼값으로 저 송아지를 드리리다.”

“어림없는 소리!”

한참을 밀고 당기고 하던 두사람은
 막걸리 한사발씩 마시고 진정이 되었다. 주막 주인이 말했다.
“그 산삼을 팔면 황소 세마리 값은 받을 수 있는데 내가 특별히 선처하니
어미소와 송아지 두마리 모두 내놓으시오.”

“나 좀 봐주십시오.
 어미소가 없으면 우리 식구는 굶어 죽습니다.”

촌사람이 통사정해도 막무가내다.
 이튿날 두사람은 동헌으로 가 사또 앞에 서게 되었다. 자초지종을 듣고
난 사또는 따로 육방관속을 모았다.

“무엇인가 이상하다.
백년 묵은 산삼을 캤으면 보물처럼 안방에 보관해야지, 어째서 남 보는 앞에서
 마당에 심는가. 그리고 손님이 삼경에 그걸 씹어 먹는데 어떻게 주인이 현장을 덮칠 수 있는가. 미끼를 던져 놓고 밤새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은데….”

“소인들도 같은 생각입니다요.”

이방이 촌사람을
불러 귓속말을 하고 의원을 불러왔다.
사또가 동헌에 정좌했다.

“의원은 듣거라.
 뱃속에 들어갔더라도 산삼과 장뇌를 구분할 수 있는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여봐라,
산삼을 훔쳐 먹은 저 사람의 배를 갈라라. 산삼이 아니면 주막집 주인은
 평생을 감옥에서 살고 전 재산은 저 사람의 처자식에게 줘야 한다.”

그 말에 파랗게
질린 주막집의 주인이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사또 나리,
 한번만 살려 주십시오.”

사또의 추리는 한치의 오차도 없었다.
 사또의 주선으로 촌사람은 약 열첩과 주막집 주인이 내놓은 묵직한
벌금 전대를 차고 소 두마리를 끌고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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