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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청의 사랑방야화 무삭제 별주부전
15-09-15 20:37

능청맞은 자라,
별주부가 뭍으로 나와 토끼를 만났다.
 “용왕께서 토선생이 지혜가 많고 훌륭하다는 말을 듣고 벼슬을 시켜야겠다고 하시며
모셔오라 하셨습니다”라고 꾀어 토끼를 용궁으로 데리고 갔것다.
토끼가 용왕 앞에 나가자 용왕이 말했다.

 “내가 병이 깊은데
네 간을 먹어야 낫는다고 하니 네가 부득이 목숨을 내놓을 수밖에 없구나.
병이 나으면 공을 기려 황금으로 동상을 만들어 세우고 사당을 지어 네 이름을 천추에
 전할 것이니 죽는 것을 너무 원통하게 생각하지 말지어다.”

 용왕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토끼가 눈물을 뚝뚝 흘리니 용왕이 물었다.
“죽는 것이 서러워 우느냐?”

 “죽는 것이
서러워서가 아니라 죽지 못하게 된 것이 서러워서 웁니다.”
“죽지 못해 서럽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저처럼 언제 독수리한테 채이고
 여우한테 잡혀 죽을지 모르는 하찮은 몸이 한목숨 바쳐 대왕의 병을 고치면
 그런 영광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오나 불행하게도 간을 육지에 두고 왔으니
 그 일이 원통할 뿐이옵니다.”

 그 말에 용왕이 껄껄 웃었다.
“남을 속이더라도 그럴 듯하게 속여야지, 간을 두고 왔다니
 그걸 누가 곧이 듣겠느냐?”

 “대왕께서는 바람을 일으키고
 비를 뿌리시기에 세상 이치를 손금 보듯 모두 아시는 줄 알았습니다. 저희가 간을 뱃속에 넣었다 밖으로 내놓았다 하는 것은 무식한 나무꾼이나 미련한 곰도 다 아는 일인데, 대왕께서 그걸 모르신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저희 간은 보름 동안 밖에 내놓아 하늘과 땅의 정기를 쐬므로 약이 되는 것이지 다른 짐승들처럼 뱃속에만 두면 무슨 약이 되겠습니까. 지난 보름간은 간을 꺼내어 파초잎에 싸서 몰래 나뭇가지에 끼워 두는 기간이라 저 미련한 별주부가 사실대로 말했다면 제가 가지고 왔을 텐데….”

 용왕이 듣고 보니 그럴 듯하지만
 아직도 미심쩍어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옆에 있던 별주부가 “토선생,
 그럼 당장 육지로 나가 간을 가지고 옵시다.” 토끼는 용왕을 쳐다보고 생긋이 웃으며
 “소생이 간을 빼놓은 지 8일밖에 되지 않아 7일을 더 기다려야
 천기를 듬뿍 받을 수 있습니다.”

 용왕은
그제야 토끼 말을 완전히 믿게 되었다.

 “여봐라.
 토선생을 정중히 모셔 용궁 안팎을 구경시키고 밤에는
성대한 연회를 베풀어 위로하라.”

 금마고자를 입은 토끼가 돌고래 등에 타고
수중세계를 구경하고 나자 잔치가 벌어져 진수성찬에 온갖 술이 나오고 절세미인 궁녀들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알딸딸하게 취한 토끼가 술을 따르는 궁녀에게 귓속말을 했다. “나하고 입을 맞추면 십년을 더 살게 되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자리 궁녀가 입을 맞추자 이 궁녀 저 궁녀가 서로 달려와 토끼를 껴안고 입을 맞췄다. 토끼는 가장 예쁜 궁녀에게 속삭였다. “나하고 살을 섞으면 백년을 더 살게 되느니라.”

 그날 밤 연회가 파한 후
그 궁녀가 토끼의 침소로 살짝 들어왔다. 성질 급한 토끼가 궁녀의 옷고름을 풀 사이도 없이 선 채로 치마를 걷어 올리고 뒤에서 파르르 해치우고 나자 소문을 듣고 몰려든 궁녀들이 침소 밖에서 줄을 섰다. 파르르, 파르르, 파르르….

 7일 후, 별주부 등에 타고
뭍으로 나온 토선생이 철썩 별주부의 뺨을 갈기고
 
 “이 미련한 놈아,
세상에 간을 빼고 넣고 하는 법이 어디 있겠냐.” 깡충깡충 도망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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