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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청의 사랑방야화 유부녀 사냥꾼
15-09-15 20:46

참외를 깎아 사랑방으로 가던
부인이 걸음을 멈추고 귀를 쫑긋 세웠다. 홍진사와 놀러 온 친구들이 내뱉는 얘기들이 그대로 흘러나왔다. 친구 하나가 오랫동안 눈독을 들였던 이웃마을 과부를 결국 품에 안은 얘기를 하자 모두가 탄성을 지르며 부러워하는데 홍진사는 피식 웃으며, “임자 없는 과부를 무슨 맛으로 드셨는가. 여자는 뭐니 뭐니 해도 유부녀가 최고야.”
홍진사 부인은 놀라지도 않았다.
 유부녀를 건드리다 본서방한테 죽도록 두들겨 맞지 않나 문전옥답을 빼앗기지 않나,
수없이 낭패를 당했으면서도 홍진사의 유부녀에 대한 탐욕은 수그러질 줄 모른다.
홍진사 부인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홍진사가 치마를 벗긴 유부녀들의 얼굴이나 몸매가 자신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새우젓 장수 마누라, 대장간집 여자, 소작농 마누라…. 홍진사 부인은 출신이 양반집 규수로 그 여자들과는 모든 면에서 나은데 홍진사는 제 밥상의 육회는 젓가락도 대지 않고 남의 밥상의 신김치만 먹는 것이다. 홍진사 부인이 가만히 손꼽아 계산해 보니 합방을 한 지 석달이 넘었다.
홍진사가 치마만 둘렀다 하면
이리 찌르고 저리 찌르고 다닌다고 부인도 덩달아 함부로 몸을 헤프게 놀릴 수는 없는 노릇.
그렇다고 40대 초반의 한참 농익은 몸으로 독수공방 수많은 밤을 흘려보낸다는 것도 끔찍한 일이다. 요즘 홍진사가 이웃에 사는 사냥꾼의 벙어리 마누라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부인은 눈치챘다.
홍진사가 사냥꾼을 불렀다.
“여보게, 노루 한마리 잡아 오게나. 노루 고기가 먹고 싶네.” 사냥꾼 왈,
“진사 어른, 노루를 잡으려면 며칠이 걸릴 지 모르지만 영추산까지 가야 합니다.
 노자도 필요하고요.” 홍진사는 노잣돈을 넉넉하게 쥐어 주고 사냥을 보냈다.
그날 밤, 홍진사는 장만해 둔
금반지를 비단주머니에 싸 들고 사냥꾼 집으로 갔다. 살며시 사립문을 열고 들어가자 벌써 자는지 불이 꺼져 있었다. 여름이라 방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자는지라 손쉽게 방으로 들어가 사냥꾼의 벙어리 마누라를 더듬었다. 고쟁이 하나만 입고 모로 자는 벙어리의 둔부를 어루만지자 “어버버~” 벙어리가 깨어나 앉으며 홑이불로 몸을 감는다.
홍진사가 비단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
손가락에 끼워 주고 얼싸안자 열이 오른 벙어리가 어떻게나 열정적으로 방사를 치르는지 홍진사는 숨이 넘어갈 뻔했다. 며칠 후 사냥꾼이 노루를 못 잡았다며 빈손으로 왔지만 홍진사는 노자를 줘 또 보냈다. 사냥꾼이 사냥을 나가지 않고 집에 오래 머물 땐 이번엔 홍진사 부인이 홍진사에게 멧돼지 고기가 먹고 싶다고 청해 또 노자를 줘서 사냥꾼을 보내고 홍진사는 벙어리와 합방을 하러 갔다.
홍진사 부인의 얼굴이 훤하게 피어올랐다.
 실상은 이렇다. 사냥꾼도 홍진사의 노림수를 알고 노잣돈을 받아 벙어리
 부인을 데리고 처가에 가서 며칠 놀다가 오고, 홍진사가 올라탄 벙어리(?)는
자기 부인이었다.
[출처] 조주청의 사랑방야화 (122)유부녀 사냥꾼|작성자 화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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