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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청의 사랑방 야화 찬모의 눈물
15-09-15 20:52

이대감댁 하인·하녀들은 주인 내외를 하늘처럼 섬긴다.
 주인의 인품이 훌륭해 잘못한 일이 있어도 눈감아 주거나 곱게 타이르지 고함 한번 치지 않았다. 하인·하녀들이 짝지을 나이가 되면 이리저리 중매해서 혼인을 성사시켜 넓은 안마당에 차양막을 치고 번듯하게 혼례식을 올려 준다.
 허나 이대감 내외가 가슴 아파하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열두살 때 이 집에 들어와 이십년이 넘게 부엌일을 하는 찬모를 서른셋이 되도록 시집을 못 보낸 것이다. 박박 얽은 곰보 자국 때문이다. 얌전하고 일 잘하고 입 무거운 찬모는 얼굴 빼고선 모자람이 없는 색싯감이건만 장가오겠다는 총각이 없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안방마님이
9일 기도를 드리러 30리나 떨어진 유하사로 떠나던 날, 저녁나절부터 좌르륵좌르륵
퍼붓던 장맛비는 밤이 깊어지는데도 그칠 줄 몰랐다.
사랑방에
불이 켜져 있으면 찬모는 밤참을 챙겨 드려야 한다.
 “나으리, 밤참 가져왔습니다.”
“들어오너라.”
 찬모는 참외를 깎아 사랑방 문밖에 서 있다가 이대감의 말에 흠칫 놀랐다.
 보통 땐 이대감이 “알았다” 하면 밤참을 내려놓고 돌아섰는데, 그날 밤은 들어오라는
명이 떨어진 것이다.
 찬모가 조심스럽게 들어가 참외 쟁반을 놓자
이대감이 ‘후’ 촛불을 꺼 버렸다. 슬며시 찬모의 허리를 끌어당기자 그녀는 저항하지 않고 부드럽게 이대감의 품에 안겼다. 옷고름을 풀고 치마끈을 풀고 고쟁이를 벗겨 보료 위에 눕힌 후 이대감도 훌훌 모시적삼을 벗어 던졌다.
 “아, 네 몸은 비단처럼 매끄럽구나.”
 이대감이 가쁜 숨을 쉬며 탄성을 흘리자
발가벗은 찬모는 이대감 품으로 파고들었다. 탱탱하게 솟아오른 젖가슴을
훑어내려간 이대감의 오른손이 무성한 숲을 헤치자 벌써 옥문은 흥건히 젖어 있었다.
이대감의 단단한 양물이 천천히 옥문 속으로 들어가자 “아!” 찬모가 숫처녀임을 알리는 가느다란 비명을 질렀다. 이대감의 절구질에 가속도가 붙더니 마침내 큰 숨을 토하고 쓰러졌다. 옷을 입으며 찬모는 흐느껴 울었다.
 “내가 못할 짓을 했구나.”
 이대감의 말이 떨어지기 전에 찬모가 말했다.
 “나으리, 기뻐서 솟아나는 눈물입니다.
소녀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제 절을 받으십시오.”
 어둠 속에서 찬모는 이대감에게 큰절을 하고 물러났다.
안방마님이 9일 기도를 간 사이 찬모와 이대감은 매일 밤 폭풍을 일으켰다.
안방마님이 돌아왔다. 며칠 후 찬모가 안방마님 앞에 꿇어앉았다.
 “마님은 저를 친자식처럼
보듬어 주셨는데 저는 마님을 배신했습니다. 평생을 두고 속죄하겠습니다.
찬모를 구하는 대로 저는 떠나겠습니다.”
 안방마님이 빙긋 웃더니 찬모의 손을 잡았다.
 안방마님이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사연은 이렇다. 어느 날 밤 이대감이 안방을 찾았다.
운우의 정을 나눈 후 안방마님이 말을 꺼냈다.
 “대감 친구들은 하나같이 첩을 두는데
대감께서는 한눈 안 팔고 저만 찾으시어 고맙기 그지없습니다만, 저도 이제 사십대 중반입니다. 한평생 대감의 사랑을 듬뿍 받았으니 대감께서도 친구들처럼 젊은 시앗을 만드십시오.”
 “쓸데없는 소리 !”
 “대감 ….”
 안방마님이 설득 설득해서 대감의 반승낙을 받고
 일부러 9일 동안 집을 비웠던 것이다. 사연을 듣고 난 찬모는 안방마님의
치마에 엎어져 오래도록 울었다. 찬모는 고개 너머 뒷동네로 세간을 냈다.
이대감은 가끔씩 그 집에 들렀다.
 
이듬해
 찬모는 달덩이 같은 아들을 낳았다.
[출처] 조주청의 사랑방 야화 (167)찬모의 눈물|작성자 화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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