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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추라기의 꽁지가 없는 이유
15-09-15 21:46

메추라기와 여우  
 
몹시 배가 고픈 여우가 두리번거리며 먹을 것을 찾아 다녔습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보니 메추라기 한 마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여우는 메추라기라도 잡아먹으려고 했습니다. 메추라기는 여우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꾀를 냈지요.
"여우야, 네가 나를 잡아먹지 않으면 너를 배불리 먹게 해 줄게."
 
메추라기의 말에 여우는 귀가 솔깃했습니다.
 왜냐하면 메추라기는 너무 작아서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날 따라 와."
 
메추라기는 앞장서 갔습니다.
여우는 그 뒤를 졸졸 따라갔지요. 한참 가다보니 밥 함지를 이고 가는 여자가 보였습니다. 메추라기는 여우에게 눈을 찡긋해 보이더니 호르르 날아가 여자 앞에 내려 앉았습니다.
"어머나, 메추라기잖아."
 
여자가 메추라기를 발견하고 잡으려고 손을 뻗쳤습니다.
메추라기는 날아가지도 않고 여자 앞에서 폴짝폴짝 뛰면서 까불었습니다. 여자가 가까이 다가오면 조금 멀리 뛰어가서 또 폴짝폴짝 뛰며 까불었습니다.
"아니, 요놈의 메추라기가 날 놀리네."
 
여자도 메추라기를 잡으려고 걸음을 부지런히 옮겼습니다.
 메추라기는 여자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가 또 저만큼 뛰어 달아났습니다.
"나를 잡으면 용하지."
 
메추라기는 여자를 놀리기까지 하였습니다.
화가 난 여자는 밥 함지를 내려 놓고 메추라기를 쫓아왔습니다. 메추라기는 자꾸만 멀리 달아났지요. 그 틈에 여우는 여자가 내려 놓은 밥 함지에서 밥을 꺼내 배불리 먹었습니다. 메추라기는 여우가 밥을 다 먹고 나자 호르르 날아갔습니다. 여자는 메추라기도 못 잡고 밥 함지를 내려놓은 곳으로 되돌아왔어요. 여우가 밥을 다 먹고 도망간 뒤였지요.
 
"아니, 누가 밥을 다 훔쳐 먹었담."
여자는 투덜거리며 밥 함지를 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하늘에서
그 모습을 본 메추라기는 다시 여우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어요.
"여우야, 배불리 먹었니?"
 
여우는 배가 불렀으므로 매우 기분이 좋았습니다.
 메추라기는 그것 보라는 듯 으스대며 말했어요.
 
"내 말을 들으면
언제나 좋은 일이 생긴단다.
이번에는 재미있는 일을 보여 줄까?"
"그래, 재미있는 일을 보여 다오."
여우도 심심했으므로 말했습니다.
"그럼 날 따라 와."
 
메추라기는 여우를 데리고 큰 길로 갔어요.
 큰 길에는 옹기 장수 형제가 지게에 옹기를 가득 지고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메추라기는 여우에게 눈을 찡긋하더니 옹기 장수 형제가 있는 곳으로 날아 갔습니다.
옹기 장수 형제는 형이 앞서 걷고 동생은 형 뒤를 따르고 있었어요. 메추라기는 형의 옹기 지게에 앉아서 말했어요.
 
"이 멍텅구리야. 나를 잡아 보렴."
동생이 작대기로 메추라기를 내리쳤습니다. 메추라기는 재빨리 하늘로
날아 올랐고, 동생의 작대기는 애꿎은 형의 옹기만 박살 내고 말았습니다.
"야, 이놈아. 왜 남의 옹기는 부수는 거야?"
 
화가 난 형은 작대기로 동생의 옹기를 깨뜨렸습니다.
 마침내 형제는 지게를 벗어 놓고 대판 싸움을 하게 되었지요.
숨어서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여우는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거 봐. 아주 재미있지?"
 
어느 새 날아왔는지 메추라기가 말했습니다.
 여우는 눈물을 흘리며 마구 웃어 댔습니다.
 
"이번에는
아프고 슬픈 것을 보여 줄까?"
여우는 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럼 네가 땅을 파고 그 안에 들어가 코만 내 놓고 있어라."
여우는 메추라기가 시키는대로 했어요. 여우가 구덩이를 파고 그 속에 들어가
코를 내놓자 메추라기는 여우의 콧잔등에 앉아서 졸기 시작했어요.
 
그 때 앞에서 나무꾼 한 사람이 콧노래를 부르며
오다가 졸고 있는 메추라기를 발견했습니다.나무꾼은 메추라기를 잡으려고 작대기로 후려쳤어요. 사실, 메추라기는 졸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어요. 나무꾼을 유인하느라 조는 척했던 거지요. 메추라기는 호르르 날아갔고 작대기는 여우의 콧잔등을 후려쳤습니다. 여우의 콧잔등에서는 피가 났습니다. 여우는 아파도 소리 내어 울 수가 없었습니다. 소리를 냈다가는 나무꾼에게 잡힐 테니까요. 조금 뒤 나무꾼이 가 버리자 메추라기가 여우에게 날아왔어요.
 
"여우야, 아프고 슬픈 것을 보았지?"
여우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습니다.
"내 너를 꼭 잡아먹고야 말겠다."
 
여우가
그렇게 말하며 메추라기를 꽉 물었습니다.
 
 이제
메추라기는 영락없이 죽은 목숨이었지요.
메추라기는 또 꾀를 내서 말했어요.
 
"여우야, 나는 이제 죽은 목숨이니 내 소원 한 번만 들어 다오.
 죽기 전에 우리 어머니를 한 번만 보고 싶은데 네가 다녀오도록 허락해 줄 것 같지가 않구나. 그러니 네가 '어머니'하고 큰 소리로 불러 다오."
 
여우는 그 말을 듣고
 까짓 거 인심이나 쓰자며 입을 크게 벌려 소리쳤어요.
"어머니!"
 
그 바람에
여우의 입이 크게 벌어져 메추라기는 호르르 날아갔습니다.
여우는 그제서야 속은 것을 알고 메추라기를 물었는데 겨우 꽁지만 덥석 물었지요.
그 때 메추라기는 꽁지가 빠져 버리고 그 뒤 영영 생기지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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