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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고개의 전설 (강원도 화천 풍산마을)
15-09-15 21:52

강원도 화천 풍산리 고개 아래 마을에 한 처녀가 살고 있었다.
 이 처녀는 한마을에 사는 도령과 함께 장래를 약속한 사이였다. 도령은 장래를
약속한 처녀를 뒤에 두고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떠났다. 한양으로 떠나던 날,
도령은 고갯마루에서 처녀와 이별하며, "과거에 급제하고 꼭 돌아오겠소.
과거에 장원급제하고 돌아올 날을 기다려 주오." 라고 약속했다.

  그 후부터 처녀는 날이 저물면 도련님이 넘어 간
 고갯마루에 올라 산굽이를 돌아 흐르는 강줄기를 바라보며 도련님이 올 날만 기다렸다.
 그러나, 장원급제를 하고 돌아오겠다던 도련님은 소식이 없고 어느덧 세월만이 흘러
봄이 가고 겨울이 갔다. 도련님이 한양으로 떠난 다음 맞이한 첫봄에 처녀는
 자기 키와 같은 소나무를 골라 버선목을 매달아 놓았다.  
 
   이렇게 기다리기 십 년. 소나무는
 겨울에도 흰눈을 이고 키가 크고 줄기는 굵어졌으나 도련님의 꽃 버선을
곱게 만들어 소나무에 매달아 놓고 기다리는 처녀의
일편단심은 변함이 없었다.

  어느 날 처녀는 빛이 낡은 도련님의 꽃 버선을
 새로 만들어 소나무에 매달려고 나무에 올라갔다가 실족하여 그만 절벽으로
굴러 강물에 빠지고 말았다. 해가 지는 산굽이의 물에 빠진 그녀를 구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그만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처녀가 죽던 날, 도련님은 장원급제하여 돌아왔다.
 장원급제하였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려고 달려온 도령에게 처녀가 죽었다는
마을 사람들의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그는 처녀가 죽은 자리에 쫓아가 보았으나 그 자리에는 초록색 물새가 처녀의 슬픈 넋인 양 슬피 울뿐이었다.
 
도련님은 자기를 기다리다 죽어간
 처녀를 위해 벼슬을 버리기로 결심했다. 그는 양지바른 곳에 처녀를 묻고
 그 옆에 초가를 짓고 농사를 지으며 살았고 농사일 외에는 두문불출하였다.

  이 때부터 이 일대는 해마다 풍년이 들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이 동리 이름을‘풍산리’라 짓고, 처녀의 명복을 빌기 위해
 그녀가 버선목을 매달았던 소나무를 성황으로 모시고 이 고개 이름을
‘처녀고개’라고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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