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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어사의 중매
15-09-15 22:52

어떤 암행어사가,
 대개 세상에서는 어사라면 박문수 박어사를 말하니까 박어사라고 하고 보면,
이 박어사가 산고개를 넘어가는데 무척이나 시장하였다.
 
마침 이때 땜쟁이 총각 하나가
 도시락을 마침 먹고있기에 박어사는 시장한 김에 염치불고하고
밥 좀 얻어먹자고 하였더니,
 
 이 총각이
 저기도 솥단지 짐이며 솥때울 연장짐이 무거워서 무척이나 시장하였을
것인데도, 선뜻,『먹던 밥이지만 같이 먹읍시다.
 
 어서 오십시오.』
이러는지라, 박어사는 무척이나 고마웠다.
 
속으로 마패가 있는
 어사일망정 지금 이 마당에는 처지가 거지사촌쯤이니까
 얻어먹는 데에 체면을 따질 일이 아니었다.
 
다 먹고 나서
 박어사가 이 땜쟁이 총각에게 어떻게 밥을 얻어먹은
은공을 갚을까 생각을 하였다.
 
『혹시
소원하는 것이라도 있다면 다 말해보십시오.
 
 내 비록 초라하나
 혹시 당신을 도와줄 지 압니까?』
 
『허허. 고맙습니다 그려.
뭐 소원이 있기는 한데, 하도 화가 나서 말도 못하겠고….』
 
『어서 차분차분 말해 보십시오.』
『아, 그런 것입니까? 내가 저 아래 산동네에 과부 하나를 눈독들이고 있는데
이 여자가 어찌나 쌀쌀맞고, 독한지 말을 못 부치겠습니다.
 
그뿐입니까?
 오늘 아침에 한바탕 싸우고 오는 길입니다.
그 과부가 제가 때운 솥단지가 마음에 들지 아니한다고
 마구 욕을 하지 않습니까?
 
저는 본디 과부를 차지할 욕심이 있어서
 정성을 다했건만 그 땜질이 나쁘다고 하며 욕하고 나중에 따지려드는
 나에게 할퀴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러니 전들 화가 안 납니까?
 확 비틀어버리고 왔습니다. 이러니 장가욕심은 커녕 이제 그 동네에
발도 못 붙이게 되었습니다. 이를 어쩌지요?』
 
『아, 그것이 무엇이 문제입니까?
 다시 한번 가서 그 과부와 대판 싸우시오 아까 너무 억울하여서
 다시 왔노라고, 한번 따져보자고,
 
 땜질이 나쁘다면
내가 다시 때워 주면 되지 아니하냐고 한번 가서 한바탕 신나게 싸워서 많이 할퀴시오.
 여자를 세차게 밀어뜨리기도 하고.』
 
결국 이 박어사가 시키는 대로 이 노총각이 하였다.
이러니 대판 싸움이 동네에 벌어진 것이고, 서로 울컥하는 김에, 아니 분한 김에
원님에게 고소를 하였다.
 
『저 총각 땜쟁이가
제 잘못이 있는데도 적반하장으로 연약한 여자를 쳤소.』
 
『저 과부가 돈이 있다하며
 나를 괄시하고 할퀴고 나중에 머슴을 시켜죽도록 팼소.』
 
이러니 원님이 난처하였다.
즉시 양시면 양비라, '다 잘못이 있으니 감옥에 처 넣어버려라' 하고
 명을 내리니까 아전이 이르기를,
 
『마침 감옥이 다 차서
 방이 하나 뿐인데 저 남녀를 각방 감옥에 둘 수는
 없고 어찌합니까?』
 
『아니 죄수 주제에 남녀유별이 있다더냐?
 방이 하나라면 한 방에 저 남녀를 집어넣어라. 그리고 저 땜쟁이는
일하던 놈이니 뱃구렁(배 크기)가 큰놈이니까 잘 먹여라.
 
설렁탕 한 두 그릇씩 먹여라.
그래야 이번에 죄받고 나가더라도 백성들 솥단지 땜질을 할 기운이 나지.
그리고 저 여자는 평소에 잘 먹던 여자니까
 좀 못 먹여도 될 것이다.
 
 다만 여자인지라 추우면 병이 들라.
 그러니 이불은 두툼하게 갖다가 주어라.』
 
이런 분부를 하는구나.
이 남녀를 감옥에 넣되 각 사람의 사정을 보아서 사랑까지 베푼다면
원님의 그 방식이 좀 이상하구나.
 
하기는 이상할 것도 없지.
 배부른 사람에게는 추위를 걱정하고 춥지 아니한 사람에게는 배부름을 해결하여 주는,
 아. 사랑이 넘치며 슬기로운 원님이여.
 
하루가 갔다.
두 남녀는 냉랭하였다. 저것 때문에 난생 처음 이런 감옥에 들어와서
고생을 한다는 원망과 증오가 있었다.
 
그런데 하나는
 배가 고파 죽겠고 하나는 추워 죽겠다.
 
하나는 밥이 남아서
 고민이고 하나는 이불이 남아서 탈이었다.
 
또 하루가 갔다.
 밥그릇을 보고 침울 흘릴 수밖에 없는 과부, 이부자리가 부러워서
죽을 지경인 총각, 이런 시간이 흐르는 중에 총각이 말하였다.
 
『여보시오.
 저 저, 여기 밥이 좀 남았으니 잡수시려오?』
이러는 중에 과부가 말하였다.
 
『여보시오.
저 저. 여기 이불이 좀 남았으니 덮으시려오?』
 
『고맙소이다.
이왕이면아랫목 윗목에서 각기 떨어져서 먹고 잘 것이 아니라,이왕 이렇게
먹을 바에는가까이 오십시오. 함께 듭시다.』
 
『이 감옥에
윗목 아랫목이 어디 있습니까'?
 
 이왕이면
 이부자리에 함께… 아이, 부끄러워라.』
 
또 하루가 갔다.
 
감옥 바깥에서 보니까 이것들이
 원수가 아니라 부부같이 행세하네. 먹으라거니, 덮으라거니,
이제 배고프지 아니하다느니, 이제 춥지 아니하다느니, 등따습고 배부르니
감옥이라도 살맛이 난다느니…
 
아, 이것이 꼴보기 싫은
 옥사장이 원님에게 말하여서 꺼내면서,
『이제 재판을 하겠다. 누가 원고며 누가 피고냐?
얼마만한 벌을 주기바라냐?』
 
 
이러자 남녀가 이구동성으로
『다, 제 잘못입니다. 다 잘못했으니 다 고소취하입니다.
이제 다 나가게 하소서.』
 
『정말 그렇다면 밥값하고
 이불값은 톡톡히 내거라. 그런데 저 총각은 어디 가서 돈을
 우리에게 낼 것이냐?』
 
 
이때 과부가 말하였다.
『이 사람 숙소가 마땅하지 아니하고 돈이 마땅하지
아니할 것이니까,
 
우리 집에 오시지요.
그리고 원님과 원님 뒤에서 저 초라하게 있는 그분도 오시지요.
 저 초라한 분이시여 감사합니다.』
 
이러는 것이 아닌가!
 이 초라한 사나이가 그 산고개에서 밥 얻어먹던
 그 사나이가 아니던가!
 
세상에는 이런 중매도 다 있더란다.
 요즘도 이런 중매쟁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하.
[출처] 암행어사의 중매|작성자 화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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