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논에 물을 보러 가니까, 삽으로 논 수멍을 콱 찍으면서,
"이 농사를 져다 누구하고 먹나?"
이러니까,
"나하고 먹지 누구하고 먹어."
그래, 이상해서 또 한 번 콱 찍으며,
"이 농사를 져서 누구하고 먹나?"
이러니까,
"나하고 먹지 누구하고 먹어."
그래, 거기 아무것도 없고 달팽이 한 마리만 주먹만한 게 있어. 그걸 주워다가 물두멍에다 놓더니 어디 갔다 오면 밥을 해 놓고 밥을 해 놓고….그래 한 날은 (숨어서 모습을) 지키니까는 색시가 하나 나오더니 해를 이래 - 보더니 그만 밥을 해서 상을 차려 들어가려고 하는 놈을 꽉 붙드니까,
"아이, 사흘만 있으면 임자하고 백년 해로(百年偕老)할 턴데, 그런 사흘을 못 참어서 이별 수(數)가 있다."고 하더라는 거여.
그래, 인제 있는데, 참 얼마나 이쁜지 당체 나무도 못 하러 가고, 뭐 오금을 못 떼 놔. 나무를 하러 가도 곁에다 갔다 세워 놓고는 나무를 하고….
그래, 하도 그러니까는, 하루는 화상(畵像)을 그려 주며 가는 거여. 나무에다, 화상 그려 준 걸 나무에다 걸고서는 나무를 좀 깎다 보니까 난데없는 회오리바람이 불면서, 아 그걸 훌떡 걷어 갔단 말여.
그래 가지곤 어느 나라에 갖다 던졌는지, 그 나라 임금이 그 화상을 주워 가지고, "아 요 사람, 어서 가 찾아 오라."고.
그래, 사―방에 인제 광고를 했지. 그 화상 가지고 다니며 찾는데, 한 군데 가니까, 참, 집에 하나 외딴집에 있는데 조그맣게, 그래, 그집에 새댁, 그 새댁이 똑 그 화상 같더래. 그래, 그만 데리고 왔지 응. 그래, 데리고 왔는데, 생전에 온 그 날부터 그러니까 웃는, 그 임금의 아낙이 돼도 웃는 법을 못 보거든. 임금이,
"아이, 당신은 대체 사람도 내 사람이요, 만물이 다 내 거여. 그런데 무엇이 부족해서 생전에 웃는 걸 못 보겠느냐."고.
"나를 거지 잔치를 한 서너너덧 달 해 주면 그렇게 거시기할거라."고.
"아! 까짓 뭐, 거지 잔치 그까짓 것 뭐. 서너너덧 달 못 해 주겠느냐."고.
"일 년이라도 다 - 해 줄 수 있다."고.
그래, 인제 거지 잔치를 했는데, 아이, 한 날 거지가 지나가도 그 남자가 안 와. 한 날 인제 맨 끄트머리 들어오는데, 쥐털 벙거지에 새털 날개에, 그래 입고서는 들어오는데, 그렇게 쥐털 벙거지에 새털 날개를 했는데, 아주 옷이 그만 다 떨어져서, 그만 그러니까, 그만 새털이 됐지 뭐, 새털. 그러니 아, 그걸 보고 (여자가) 아부 박장대소(拍掌大笑)를 하고 웃었어.
이 임금이 앉았다가,
"야! 저, 저렇게 웃으니 내가 저걸 쓰고서는 한 번 더 할거라."고.
"그걸 벗어 노라."고.
그래서 그걸 입고서는 춤을 추고 돌아가니까, 깡통을 차고, 그 사람매루 깡통을 두드리고 돌아가니까, 그 여자, 한참 웃더니, 갑자기
"아, 저, 저놈 저기 잡아내라."고.
아 그래, 그래 그만 잡아 내라니, 그만 잡아 내라고 하니, 그만 쫓겨나고, 내쫓아 버리고.
아, 그 남자 그, 그만 용상에 그만 올라앉아 그만 임금님이 되고, 정작 임금은 떨려 나가 버리고…….(출처 : 한국구비문학대계, 1980년 충남 대덕에서 윤민녀 구연/ 박계홍·황인덕 채록)
요점 정리
작자 : 미상 갈래 : 민담(채록본)
성격 : 오락적, 대중적, 흥미있고 소박함
구성 : 3단 구성
기 |
가난한 농부와 달팽이의 혼인
|
- 아 그걸 홀떡 걷어 갔단 말여 |
서 |
부부에게 닥친 위기 -
임금에 의한 아내의 빼앗김
|
그래 가지곤 어느 나라에 - 일 년이라도 다 - 해 줄 수 있다."고 |
결 |
부부의 재회 및 농부의 극적인 신분 상승
|
- 끝 |
문체 : 구어체, 설화체, 이야기체
제재 : 달팽이 각시
주제 : 지배 계층과 피지배 계층의 대결 /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는 서민들의 소박한 꿈의 실현
특징 : 흥미 본위 이야기, 구체적인 증거물이 등장하지 않음, 특정한 시간과 장소가 설정되지 않음, 분포가 특정 지역이나
민족에 국한되지 않고, 권선징악의 교훈성이 있으며, 비현실적 사건 전개와 선악형의 대립적 인물 구도 그리고 금기와 그 위반
으로 인한 시련, 구어체를 써서 구연 상황을 그대로 재현해 놓음.
의의 :
'달팽이 각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담 가운데 하나인‘우렁 각시’유형에 속하는 것으로 전국적으로 널리 전승되는 이야기이다. 민담은 신화나 전설에 비해 이야기의 제약성이 적은 유형으로, 서사 갈래의 변모 양상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자료이다. 또한 ‘달팽이 각시’는 다양한 화소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화소 단위에 따라 이야기의 구조를 분석해 봄으로써 이야기의 서사 구조를 이해하기에 효과적인 자료로 구전(口傳)되는 민담의 생생한 구연 자료
달팽이 각시
설화
화소 |
변신모티프 |
달팽이가 여자로 변함 |
신분상승 모티프 |
서민의 극적인 신분 상승(농부 - 왕) |
진짜와 가짜의 뒤바꿈 모티프 |
농부가 왕이 되고, 진짜 왕은 쫓겨남 |
평범한 남자와 고귀한 여자 결합 모티프 |
비현실적인 달팽이 각시(왕비)와 혼인함 |
관탈민녀 모티프 |
왕이 농부의 아내를 빼앗음 |
줄거리 : 우연히 만난 달팽이 각시와 농부의 행복한 삶을 파괴하려는 임금의 흉계를 서민의 지혜로써 이겨내는 이야기
작품개관 : ‘달팽이 각시’는 전국적으로 전승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담이다. 이 민담은 ‘우렁 각시’ 유형에 속하는 것으
로 ‘우렁 각시’와 동일한 화소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야기가 기본 골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 다양하게 변형되고 있다. 이러한 특
성은 연행의 상황과 청자의 요구, 그리고 연행자 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변이되는 구비 문학의 특성을 설명하기에 적절
한 제재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다양한 화소가 결합되어 이야기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좋은 학습 자료가 된다. 화소 개
념을 본문의 제재에 적용하여 이야기의 구조를 분석해 봄으로써 화소 개념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으며, 이러한 학습을 바탕으
로 화소를 변형하거나 다양한 화소를 결합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출전 : 〈한국 구비 문학 대계〉
내용 연구
달팽이 각시(다른 대부분의 자료에는 '우렁색시'로 되어 있다.)
어떤 사람(남자 주인공. 누구라는 구체적인 설명은 없으나, 집안이 가난하고 아직 장가를 가지 못한 노총각이라는 특성이 있다. 때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노총각으로 설정되기도 한다. 이 경우의 인물은 일상적인 인물로서, 신화나 전설상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신이한 능력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흔히 옛날 이야기라고 부르는 양식의 인물 제시 방법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이, 논에 물을 보러 가니까, 삽으로 논 수멍(논에 물을 대기 위해 뚫어 놓은 구멍)을 콱 찍으면서,
"이 농사를 져다 누구하고 먹나?" [탄식조]
이러니까,
"나하고 먹지 누구하고 먹어."
그래, 이상해서 또 한 번 콱 찍으며,
"이 농사를 져서 누구하고 먹나?"
이러니까,
"나하고 먹지 누구하고 먹어."
그래, 거기 아무것도 없고 달팽이 한 마리만 주먹만한 게 있어. 그걸 주워다가 물두멍(물을 길어 부어 놓는 큰 가마. 또는 큰 독)에다 놓더니 어디 갔다 오면 밥을 해 놓고 밥을 해 놓고…[현실계와 비현실계를 넘나듦].그래 한 날은 (숨어서 모습을) 지키니까는[집 안에 아무도 없는데, 농부가 밖에 갔다 오면 밥상이 놓여 있는 것이 이상하므로, 하루는 숨어서 지켜본 것임] 색시가 하나 나오더니[달팽이 - 색시 - 변신 모티프] 해를 이래 - 보더니(농부가 돌아올 시간을 가늠해 보고) 그만 밥을 해서 상을 차려 들어가려고 하는 놈을 꽉 붙드니까,
"아이, 사흘만 있으면 임자하고 백년 해로(百年偕老 : 부부가 되어 서로 사이 좋고, 화락하게 함께 늙음)할 턴데[3일만 참으면 인간이 되어 결혼할 수 있다], 그런 사흘을 못 참어서 이별 수(數)가 있다[금기와 그 금기가 깨질 경우가 나타나는 상황 - 부부의 이별]."고 하더라는 거여.(달팽이가 색시로 변하는 것은 김현 감호 이야기와 유사함)
그래, 인제 있는데[구어체로 이야기를 하는 상황이 잘 드러남], 참 얼마나 이쁜지 당체 나무도 못 하러 가고, 뭐 오금(무릎의 구부러지는 쪽의 관절부분. 뒷무릎.)을 못 떼 놔. 나무를 하러 가도 곁에다 갔다 세워 놓고는 나무를 하고….
그래, 하도 그러니까는, 하루는 화상(畵像 : 달팽이 각시의 얼굴 그림)을 그려 주며 가는 거여. 나무에다, 화상 그려 준 걸 나무에다 걸고서는 나무를 좀 깎다 보니까 난데없는 회오리바람이 불면서, 아 그걸 훌떡 걷어 갔단 말여.[화상 그려 준 걸 -그걸 훌떡 걷어 갔단 말여 : 농부의 달팽이 각시가 헤어지게 되는 사건의 복선 구실을 함.]
그래 가지곤 어느 나라에 갖다 던졌는지, 그 나라 임금이 그 화상을 주워 가지고, "아 요 사람, 어서 가 찾아 오라."고.[서민에 대한 지배 계층의 침탈 행위 - 달팽이 각시를 데려가는 지배층의 횡포]
그래, 사―방[구연체의 방식]에 인제 광고를 했지. 그 화상 가지고 다니며 찾는데, 한 군데 가니까, 참, 집에 하나 외딴집[농부와 달팽이 각시가 살고 있는 집]에 있는데 조그맣게, 그래, 그집에 새댁, 그 새댁이 똑 그 화상 같더래. 그래, 그만 데리고 왔지 응(관탈민녀형 모티브로 지배 계층의 횡포). 그래, 데리고 왔는데, 생전에 온 그 날부터 그러니까 웃는, 그 임금의 아낙이 돼도 웃는 법을 못 보거든[그래, 데리고 왔는데 - 웃는 법을 못 보거든 : 이 부분의 앞에 임금이 그 색시의 미모에 빠져 혼인을 하고, 그 색시는 황후가 되는 과정이 빠져 있다. 이런 유형 외에, 중간에 임금의 탈취 부분이 없이 총각과 색시가 잘 살았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맺는 유형이 있는가 하면, 잡혀간 색시에 대하여 애를 태우다가 총각이 죽고 마는 비극형도 있다. 이들은 '우렁 색시 설화'의 변이형에 속한다.]. 임금이,[임금은 나중에 여자를 즐겁게 하려다 망함. 경국지색(傾國之色) : 나라 안에 으뜸가는 미인. 임금이 혹하여 나라가 어지러워도 모를 만한 미인.]
"아이, 당신은 대체 사람도 내 사람이요, 만물이 다 내 거여. 그런데 무엇이 부족해서 생전에 웃는 걸 못 보겠느냐."고.
"나를 거지 잔치[종교적인 차원에서의 적선 의식(積善意識)을 표방하여 총각과의 만남을 기원하는 매개적 수단으로 볼 수 있음. 고전 소설 '심청전'에서, 왕후가 된 심청이 맹인 잔치를 통해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 모티브와 같은 맥락이다. 민담이 전승되는 과정에서 다른 양식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려 주는 부분이다. 새댁의 원래남편이 거지가 아님에도 '거지 잔치'를 해서 그를 찾겠다는 것은 '심청전'의 '맹인 잔치'의 영향으로 본다. 또, '거지'와 '임금'이 바뀌는 것은 '옹고집전'에서 '진짜' '가짜'에게 당하는 부분과 서로 통한다.]를 한 서너너덧 달 해 주면 그렇게 거시기[웃을]할거라."고.
"아! 까짓 뭐, 거지 잔치 그까짓 것 뭐. 서너너덧 달 못 해 주겠느냐."고.
"일 년이라도 다 - 해 줄 수 있다."고.[부부가 다시 상봉할 수 있는 계기 부여 - 심청전의 부녀 상봉인 '맹인 잔치' 화소를 차용해 이야기하기에 흥미를 부여함]
그래, 인제 거지 잔치를 했는데, 아이, 한 날 거지가 지나가도 그 남자가 안 와. 한 날 인제 맨 끄트머리 들어오는데, 쥐털 벙거지[털로 두껍고 검게 만든, 갓처럼 머리에 쓰는 물건]에 새털 날개[초라한 농부의 외양을 빗대어 표현함]에, 그래 입고서는 들어오는데, 그렇게 쥐털 벙거지에 새털 날개를 했는데, 아주 옷이 그만 다 떨어져서, 그만 그러니까, 그만 새털이 됐지 뭐, 새털. 그러니 아, 그걸 보고 (여자가) 아주 박장대소(拍掌大笑 : 손뼉을 치며 웃음)를 하고 웃었어.
이 임금이 앉았다가,
"야! 저, 저렇게 웃으니 내가 저걸 쓰고서는 한 번 더 할거라."고.[아내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 자청해서 나서는 임금]
"그걸 벗어 노라."고.
그래서 그걸 입고서는 춤을 추고 돌아가니까, 깡통을 차고, 그 사람매루(사람처럼) 깡통을 두드리고 돌아가니까, 그 여자, 한참 웃더니, 갑자기
"아, 저, 저놈 저기 잡아내라."고.[임금이 결국 쫓겨나는 셈이 되어 버림]
아 그래, 그래 그만 잡아 내라니, 그만 잡아 내라고 하니, 그만 쫓겨나고, 내쫓아 버리고.(진짜와 가짜가 바뀌는 '옹고집전'의 화소(motif : 이야기를 구성하는 최소의 단위를 말하는 것으로 화소는 한 편의 이야기 속에 다른 화소들이 얽혀 존재하기도 하고, 이야기가 구비 전승되는 과정에서 첨가 또는 삭제되기도 함)를 끌어 왔고, 권선징악적인 측면이 있음)
아, 그 남자 그, 그만 용상(임금이 업무를 볼 때 앉는 평상.)에 그만 올라앉아[용상에 그만 올라앉아 : 한 농부가 의외의 행운을 잡아 임금이 되었다는 것은 실제로 있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를 통해 남의 아내를 데려간 악한 임금을 징계하려는 '권선 징악'적 주제가 구현된다. 또는 한 농부가 의외의 행운을 잡아 임금이 되었다는 것은 실제로 있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통해 그러한 환상을 실현시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행복한 삶은 결국은 성취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타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 ] 그만 임금님이 되고(서민의 극적인 신분 상승으로 '왕자와 거지 이야기'와 동일한 화소), 정작 임금은 떨려 나가 버리고(이야기의 재미를 위하여, 진짜와 가짜가 서로 바뀌는 '옹고집전'의 이야길를 삽입한 것이다.)…….
1. 이 이야기와 오늘날의 소설의 차이점을 다음 측면에서 말해보자.
이끌어주기 : 서사 갈래는 몇 가지 공통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반드시 서술되는 사건이 있어야 하고, 사건을 이야기하는 서술자가 존재하며, 사건은 다시 배열되고 재구성된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사건, 서술자, 수조는 서사의 기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서사 갈래는 이러한 공통점을 지니지만, 서사 갈래의 유형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이 이야기는 설화의 한 유형인 민담으로, 오늘날의 소설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설화와 소설의 차이점을 비교하는 활동을 통해 서사 갈래의 특징과 다양한 양상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이 이야기의 화소가 다양한 이유를, 이야기가 전해 오는 과정이나 이야기하는 사람의 성격과 관련하여 생각해 보도록 하고, 이야기의 구조, 창작의 주체, 전승 방법 면에서 오늘날의 소설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 보도록 한다.
예시답안 :
이야기의 구조와 관련하여 : 이 이야기에는 여러 가지 화소(話素)들이 한데 얽혀 있다. 이는 이야기의 재미를 위하여 ‘달팽이 각시’ 이야기를 기본 줄거리로 하여 여기에 다른 이야기들을 덧보탰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화의 이야기는 같은 길이의 소설과 비교해 볼 때, 그 구조가 훨씬 단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설화의 이야기는 순전히 기억에 의존하여 전달되기 때문에 단순하지 않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야기의 창작 주체와 관련하여 : 최초의 이야기는 어느 개인의 창작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승되는 과정에서 다른 이야기가 덧보태지기도 하고, 일부 이야기가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이러한 이야기의 전승 과정에서 변형과 확장의 주체는 구연자(口演者)인 이야기꾼이다. 이야기꾼은, 상상력을 발휘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오늘날의 직업적인 소설가와는 구별되지만, 이야기의 전달자로 국한되지 않고 창조적인 작가의 역할도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야기의 전달 방법과 관련하여 : 기록문학으로 존재하는 소설과 달리, 이야기는 말로 전승된다. '말은 보태고 떡은 뗀다.'라는 속담처럼 이야기는 옮겨지는 과정에서 보태지기도 하고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달되는 유형의 문학을 구비 문학(口碑文學)이라고 한다.
2. 이 작품의 화소를 중심으로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이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화소들을 분석해보고, 동일한 화소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을 아는 대로 적어보자.
이끌어주기 : 설화는 오랜 민족사의 전개 과정 속에서 형성되어 온 것으로, 그 속에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즐겼던 서민들의 꿈과 소망이 반영되어 있다. 이 이야기에 담긴 서민들의 꿈과 소망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좌절시키는 현실적 요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고, 이러한 요소를 학생들이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이야기와 관련지어 생각해 보도록 한다.
이야기의 구조를 화소 개념에 따라 분석해 보는 활동은, 학생들에게 익숙한 활동이 아닐 것이다. 이 활동은 학생들의 능력과 여건을 고려하여 모둠 활동으로 전환할 수 있으며, 활동 과정과 결과를 수행 평가로 확대해 보는 것도 효율적인 수업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시답안 :
이 이야기는 '우렁 각시' 유형에 속하는 민담으로, 이 이야기에는 여러 가지 화소(話素)들이 한데 얽혀 있다. '사람으로 변한 동물', '평범한 남자와 고귀한 여자의 결합', '지배자에 의한 서민 침탈', '서민의 극적인 신분 상승' 등이 그것이다. 이 이야기의 기본 골격은 동물이 사람으로 변하는 '평강 공주와 바보 온달' 이야기, 지배자가 서민의 아내를 강제로 빼앗는 '도미의 처' 이야기, 서민이 위기를 극복하고 높은 신분에 오르는 '왕자와 거지' 이야기 등이 덧보태져 이야기가 확장된 것이다. 이와 같은 이야기 요소들을 통해 이 설화는 '예쁜 아내를 만나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서민들의 소박한 꿈'을 드러내며, 그러한 '소박한 꿈을 깨뜨리려는 험한 세상'을 확인하고, 그럼에도 '행복한 삶이 결국은 성취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나타낸다. 그 외에도 이야기의 재미를 위하여 심청전의 '맹인 잔치'라든가 진짜와 가짜가 서로 바뀌는 '옹고집' 이야기가 삽입된 것을 볼 수 있다.
(2) 이 이야기의 화소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선택하고, 다음의 이야기 변형 방법을 참고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발표해 보자.
이끌어주기 : 구비 문학은 연행(演行)의 상황과 청자의 요구, 연행자 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변이되는 특성을 가진다. 이러한 특성을 염두에 두고 '달팽이 각시' 이야기를 변형하여 새롭게 구성해 보도록 한다. 먼저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다양한 화소 중 가장 친숙한 것 하나를 선택 한 다음, 이야기의 변형 방법을 참고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보도록 한다.
이 활동은 학생들에게 아주 낯선 활동은 아니다. 학생들은 이미 10학년 과정(2.짜임새 있는 말과 글)에서 '용소와 며느리 바위' 라는 설화를 통해 말하기와 쓰기에서의 내용 조직 방법에 대해 학습하였다. '용소와 며느리 바위' 는, 옛날 황해도 장연 근처에 살던 장자 첨지 영감이 시주를 온 도승에게 쇠똥을 주었다가 벌을 받아 그가 살던 집이 용소로 변했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전형적인 '장자못 전설' 유형의 설화로, 이야기의 골격을 이루고 있는 화소는 다양하게 변형될 수 있다. 예컨대 '장자 영감' 은 '장씨'로, '도승'은, '거지 중'이나 '노승(老僧)'으로, '쇠똥'은 인분(人糞)으로, '장자못'은 '용소' 등으로 다양하게 변형될 수 있는 것이다. 장자못 설화를 소재로 한, 강경애의 '인간문제'나 한무숙의 '돌'을 예로 들어 설명하는 것도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시답안 :
흥미를 위해 원작에 없는 내용을 첨가하거나 여러 이야기를 결합한다.
→거지꼴이 된 임금 대신에 자기 남편을 임금으로 삼았으나, 원래의 임금이 나서서 진짜 가짜를 가리는 시합을 하게 된다. 백성들의 형편 등 임금이 알아야 할 내용을 질문하여 가리게 되었는데, 임금의 직무에 소홀하고 백성의 아름다운 아내나 탐낸 진짜 임금은 맞추지 못하고, 달팽이 각시의 남편이 정답을 맞추어 백성들의 인정을 받는 임금이 된다. 원래의 임금은 자신의 과거를 뉘우치고 한탄하면서 유랑의 길을 떠난다.
→임금이 각시를 데려왔으나, 각시는 먹지도 않고 웃지도 않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서 가녀린 꽃이 되었다.
'새'를 '제비'로 바꾸는 경우처럼 다름 것으로 바꾼다.
→달팽이 각시를 거북이나 강아지 등으로 바꾼다.
→각시의 화상이 날아간 것이 아니라 각시의 옷자락 한 조각을 남편이 지니고 있다가 날아간 것으로 하고, 그것을 임금이나 높은 벼슬아치가 주워서 그 향기에 반해 데려가는 것으로 바꾼다.
'장자(長者,부자) 이야기'를 발음에 유추하여 '장씨 이야기' 등으로 바꾼다.
→달의 각시로 바꾼다. 아름다운 아내를 둔 농부가 있었는데, 어느 날 임금이 지나가다가 아내를 빼앗았다. 대권 안으로 들어간 아내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달님에게 매일 남편을 만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다가 병이 나서 죽었는데, 하느님이 아내를 달에 올려 주었다. 남편은 매일 달을 바라보며 눈물 짓다가 죽어서 달맞이꽃이 되었다.
시대상을 고려하여 '창' 이나 '활'을 '총'과 같은 것으로 바꾼다.
→임금을 재벌로, 화상을 사진으로 바꾼다.
이해와 감상
'달팽이 각시'설화는 일명 '나중미부(螺中美婦)'설화라고도 한다. 그리고 '관탈민녀형설화'라고도 볼 수 있는 이 이야기는 전국적으로 널리 전승되는 이야기로서,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민담 가운데 하나이다. 이 유형의 설화 가운데는 주인공이 불행한 결말을 맞는 것들도 있다. 즉, 총각이 색시가 잡혀 있는 관가에 가서 애원하다가 죽어서 새가 되며, 우렁 색시 또한 따라 죽어 새가 된다든지, 총각은 색시를 잃은 후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이런 내용으로 보아 하나는 서민들의 소망을 대리 체험케 하는 희망적인 결말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의 삶으로 돌아와 현실을 자각하게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소박한 꿈을 깨뜨려 버리는 비극적 결말보다도 행복한 삶이 성취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결말이 더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이 이야기는 ‘우렁 색시 ( 또는‘우렁 각시’) 유형에 속하는 민담이다. ‘우렁 색시’는 전국적으로 널리 전승되는 이야기로서,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민담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는 ‘사람으로 변한 동물’, ‘평범한 남자와 고귀한 여자의 결합’, ‘지배자에 의한 서민 침탈’, ‘서민의 극적인 신분 상승’등의 화소들이 서로 얽혀 있다. 이와 같은 이야기 요소들을 통해 이 설화는 ‘예쁜 아내를 만나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꿈’을 드러내며, 그러한 ‘소박한 꿈을 깨뜨리려 하는 험한 세상’을 확인하고, ‘그럼에도 행복한 삶이 결국은 성취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에는 비현실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고, 사건 전개상 앞뒤가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허구와 환상을 전개로 하여 흥미 본위로 전승되어 온 민담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승과정에서 다른 양식의 영향을 받았음도 고려할 부분이다.
이 이야기는 '우렁 색시'(또는 '우렁 각시') 유형에 속하는 민담이다. '우렁 색시'는 전국적으로 널리 전승되는 이야기로서,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민담 가운데 하나이다.
이 설화에는 여러 가지 화소(話素)들이 한데 얽혀 있다. '사람으로 변한 동물', '평범한 남자와 고귀한 여자의 결합', '지배자에 의한 서민 침탈', '서민의 극적인 신분 상승' 등이 그것이다. 이와 같은 이야기 요소들을 통해 이 설화는 '예쁜 아내를 만나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꿈'을 드러내며, '그러한 소박한 꿈을 깨뜨리려 하는 험한 세상'을 확인하고, '그럼에도 행복한 삶이 결국은 성취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에는 비현실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고, 사건 전개상 앞뒤가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허구의 환상을 전제로 하여 흥미 본위로 구성되어 온 민담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와 같은 전제하에서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뜻을 읽어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해와 감상1
구비 문학은 말로 전승된다. 말로 전승된다는 것은 기억에 의존하여 재연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억의 편리를 위하여 단일 화소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달팽이 각시' 이야기에는 여러 가지 화소들이 한데 얽혀 있다. '사람으로 변한 동물', 평범한 남자와 고귀한 여자의 결합', '지배자에 의한 서민 침탈', '서민의 극적인 신분 상승'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된 까닭은 이야기의 재미를 위하여 달팽이 각시 이야기를 기본 줄거리로 하여 여기에 다른 이야기를 덧보탰기 때문이다. 구비문학은 이렇게 이야기가 전승되는 동안 이야기의 변형과 확장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이야기꾼은 `단순히 이야기의 전달자에 국한되지 않고, 창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작가로 볼 수 있다.(출처 : 한계전 외 4인 공저 문학 교과서)
심화 자료
이야기와 화소
이야기의 기본 구조는 화소(話素,motif)로 이루어진다. 화소란 이야기를 이루는 독립된 요소들을 일컫는 말이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어머니는 화소가 될 수 없으나, '장화홍련전'에 등장하는 포악한 계모는 화소가 될 수 있다. 이처럼 화소는 특이하고 인상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쉽게 기억되며 그 형태는 변형되지 않는다. 모든 이야기는 화소를 기점으로 하여 사건이 형상화되고, 이 사건을 진술하여 이야기가 진행된다. 짧고 간단한 이야기는 하나의 화소로 이루어지지만, 길고 복잡한 이야기는 수많은 화소를 포함하고 있다.
화소(話素)
이 작품은 동물이 사람으로 변하는 ‘우렁 각시’ 이야기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화소들이 한데 얽혀 있다. ‘사람으로 변한 동물’, ‘평범한 남자와 고귀한 여자의 결합’, ‘지배자에 의한 서민 침탈’, ‘서민의 극적인 신분 상승’ 등이 그것이다. 동물이 사람으로 변한다는 설정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것이지만, 여기에는 이야기의 창작과 전승, 향유의 주체인 당대 서민들의 소박한 꿈과 이를 좌절시키는 억압적 현실을 이겨 내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신분의 제약에 얽매여 살아가던 서민 총각들은 예쁜 아내를 만나 행복하게 살아가는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소망한다. 이러한 소망은 권력자가 강제로 서민의 부녀자를 빼앗는 현실 상황으로 인해 좌절당한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극적인 반전을 통해 자신들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이야기 유형의 변이
민족은 생활·의식·문화 공동체로서, 같은 민족은 동일한 문화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동일한 민족 구성원들은 이야기에 존재하는 화소와 이야기의 유형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야기의 기본 골격은 변이되어 다양하게 나타난다. ‘도미의 처’에 뿌리는 두고 있는 ‘관탈민녀(官奪民女)형’ 설화의 기본 구조가 ‘달팽이 각시’ 설화뿐만 아니라, 후대 판소리에도 영향을 미쳐 춘향전이 탄생하게 된 것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달팽이 각시와 우리 문학
'달팽이 각시'는 설화 중에서도 구전된 설화이며 살아있는 실제 인물에 의해 구연된 내용을 채록한 작품이다. 기록 문학에 대비되는 구비 문학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으로서, 문자로 장착되어 전승되는 설화에 비해 생동감이 넘치는 문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작품을 통해 우리는 우리 문학의 폭과 넓이를 확인할 수 있다.
신화, 전설, 민담의 구분
설화는 보통 신화-전설-민담으로 3분하고 있다.
신화는 전승자가 진실되고 신성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특별한 신성장소를 무대로 삼는다. 또 매우 포괄적인 증거물로 '천지' '국가'등을 들 수 있다. 주인공들의 행위는 신적인 특징을 가진다.
전설은 신성하다고는 생각지 않으나 진실되다고 생각되는 의식을 바탕으로 제한된 시간과 장소를 가지며 이것이 진실성을 뒷받침해 주는 구실을 한다. 그리고 바위라든가 고개라든가 다른 것과 구별되는 유일물이 제시된다. 대개 지역적인 범위를 가지며 그 주인공은 인간이되 평범하지는 않고, 특수한 상황을 극복한다.
민담은 오직 흥미를 주기 위해 지어 낸 이야기로 뚜렷한 시간과 장소가 설정되지 않으며 아무런 증거물도 없다. 그리고 주인공도 평범하며 많은 난관에 봉착하지만 이를 극복하는 운명 개척의 행위를 한다. 지역적, 민족적 유형은 있어도 어느 지역이나 민족으로 한정되지는 않는다.
구비 문학과 기록 문학과의 관계 기록 문학은 기록자 자신의 지식과 개성이 많이 반영되나, 구비 문학은 일반 민중의 지식과 민족의 정신이 많이 반영된다. 따라서, 기록 문학이 개인의 작품이라면, 구비 문학은 민중의 공동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학 작품이 문자로써 기록된 역사는 비교적 짧다. 오랜 동안 문학은 문자가 아닌 말에 의하여 전승되다가 훨씬 후대에야 문자로써 정착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문자로 기록되었다고 하여 구비 문학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항상 그 시대와 사회를 호흡하는 구비 문학은 지속하여 나타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구비 문학과 기록 문학은 상보적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갈래 구분 |
신 화 |
전 설 |
민 담(설화) |
전승자의 태도 |
진실성과 신성성을 인식 |
진실성을 믿고 중시 |
흥미와 교훈성을 위주 |
시간과 장소 |
아득한 과거, 태초, 신성한 시공간 |
구체적인 시공간 |
뚜렷한 시간과 장소가 없음(서사적 과거, 불특정 장소) |
증거물 |
포괄적인 대상(우주, 국가) |
특정의 개별적 사물(바위, 하천, 짐승 등) |
증거물이 없거나 포괄적인증거물, 인간 |
주인공 |
신적 존재, 신성한 주인공(성씨의 시조 포함) |
비범한 인간중심 |
평범한 인간 |
주인공의 행위 |
신적 능력의 발휘 |
예기치 않는 사태에 좌절 |
인간적 행동, 초월자의 도움으로 운명을 개척함 |
결말의 특징 |
숭고함, 종교적 |
비극적, 운명론적 |
희극적, 낙천적 |
전승 범위 |
민족적, 씨족적 |
지역적 |
범세계적 |
자아와 세계의 관계 |
자아= 세계(동질성 시대) |
자아<세계(자아의 좌절) |
자아>세계(자아의 우위) |
한국 구비 문학 대계
우렁이 각시
한군 정신 문화 연구소에서 1979-1986년에 걸쳐 간행된 구비 문학 자료집으로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민요, 설화, 전설 등의 구비 문학 자료들을 채록하여 각 지역별로 묶어 놓았다.
가난한 총각이 우렁이 속에서 나온 여자와 금기를 어기면서 혼인했으나 관원의 탈취로 파탄이 생겼다는 내용의 설화. 신이담(神異譚) 가운데 변신담(變身譚)에 속한다. ‘나중미부(螺中美婦)’·‘조개색시’ 등으로도 불리며 전국 여러 곳에서 구전되고 있다.
가난한 노총각이 밭에서 일을 하다가 “이 농사를 지어 누구랑 먹고살고?” 하자, 어디선가 “나랑 먹고살지, 누구랑 먹고살아.” 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총각이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가 보니, 우렁이 하나가 나왔다.
우렁이를 집에 가져와 물독 속에 넣어 두었는데, 그 뒤부터는 매일 들에 갔다 오면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이상히 생각한 총각이 하루는 숨어서 살펴보았더니, 우렁이 속에서 예쁜 처녀가 나와서 밥을 지어 놓고는 도로 들어갔다.
총각이 처녀에게 같이 살자고 하자, 처녀는 아직 같이 살 때가 안 되었으니 좀더 기다리라고 하였다. 그러나 총각은 억지로 함께 살았다. 하루는 우렁이각시가 들일을 나갔는데, 지나가던 관원이 보고는 자기 처로 삼으려고 데려오게 하였다.
우렁이각시는 자기를 데리러 온 관원의 하인에게 반지·비녀·옷고름·겉옷을 차례로 내주면서 이것 밖에 없더라고 말해 달라고 했으나, 끝내 관원에게 붙잡혀 가게 되었다. 이를 안 총각은 애를 태우다가 마침내 죽어서 파랑새가 되고, 우렁이각시도 죽어 참빗이 되었다는 설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