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한 옛날이었다. 이 세상 한 곳에 흑룡담이라는 큰 늪이 있고 늪가의 둔덕 아래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오붓한 마을이 있었는데, 이 마을의 한 어머니에게 유복자로 태어난 삼 태자가 있었다.
삼 태자의 어머니는 매우 엄하고도 훌륭한 분이었다. 어머니는 삼 태자가 여덟 살을 잡는 해에 세 아들을 이 세상에서 쓸모 있는 훌륭한 사람으로 키우려고 십 년을 기약하고 집을 내보냈다. 이리하여 삼 태자는 세상에 나가 저절로 스승을 찾아 십 년을 하루와 같이 학문을 닦고 재간을 배우고 돌아왔는데, 맏이의 재간을 보면 교묘하게 아름다운 방석에 앉아 손바닥을 한 번 탁 치면 구만 리를 눈 깜작할 새에 갈 수 있었고, 둘째의 재간을 보면 한쪽 눈만 감으면 다른 한쪽 눈으로 구만 리 안을 손금처럼 환히 내다볼 수 있었고, 셋째는 십팔반무예(十八般武藝)에 능통한 재간을 닦았는데 보검을 휘두르면 번갯불이 이는 듯하고 활을 들면 나는 새의 눈을 백발백중(百發百中)하였다. 이렇듯 학문과 재간을 배우고 돌아온 삼 태자는 어머니를 모시고 농사를 짓는 한편, 마을에 서당을 세워 어린아이들에게 학문을 가르치고 재간을 가르쳐 줄 뿐 아니라, 남의 일이라도 의로운 일이라면 한결같이 발벗고 나서니 마을 사람치고 그 누구도 칭찬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해 여름이었다. 하루는 맑고 청청한 하늘에 갑자기 광풍이 휘몰아치며 어디서 나타났는지 매지구름이 온 하늘을 뒤덮더니만, 하늘 땅이 캄캄해지면서 번개가 번쩍이고 우레가 울고 동이로 퍼붓듯 소낙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광풍은 볼수록 세차서 천지가 뒤집힌 듯하고 하늘 땅은 어찌도 캄캄한디 눈 앞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모두들 난생 처음 보는 살풍경(殺風景)이라 황당해서 어쩔 줄을 모르는데, 얼마간 지나자 광풍 폭우가 멎고 날이 좀 훤해졌다. 그제야 사람들이 문 밖에 나서 보니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개었지만 해는 어디로 갔는지 종적도 없고 별들만 총총했다.
마을의 노인들은 하늘 개가 해를 삼켰으니 얼마간 지나면 꼭 해가 나타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해는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들 속에서는 의론이 구구했다. 하늘 개가 해를 삼키면 따가워서 토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첨 오래도록 해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면 필시 무슨 변이 있다고들 했다. (중략)
사흘째 되는 날 어머니는 삼 태자를 불러 앉히고 너희들을 쓸모 있는 사람으로 만들려고 재간을 배우게 했건만 정작 큰일에 부딪치니 아무 쓸모 없다고 개탄하면서 엄하게 당부했다.
“너희들은 사내 대장부로 태어나서 마을에 큰일이 생겼는데 어찌 어머니 무릎 밑에서 가만히 있겠느냐. 해를 찾기 전에는 아예 집으로 돌아오지 말아라!”
삼 태자가 머리를 수그려
“예.”
하고 일제히 대답하고 일어서자 어머니는 입었던 세 폭 치마를 쭉 찢어 하나에게 한 폭씩 머릿수건으로 주었다. 삼 태자는 어머니의 치마폭으로 머리를 질끈 동이고 어머니의 말씀대로 해를 꼭 찾고 돌아오겠노라고 굳은 맹세를 다졌다.
요점 정리
지은이 : 미상
갈래 : 전설(설화)
형성 : 중국 조선족의 전설로 구전(口傳)됨
성격 : 천체 유래 전설
사상 : 태양 숭배 신앙. 효 사상
구성 :
발단 - 해가 사라지자 삼 태자의 어머니가 해를 찾아올 것을 분부함
전개 - 길을 떠난 삼 태자는 스승과 함께 해를 삼킨 흑룡을 처치할 계획 세움
위기·절정 - 삼태자는 하늘로 올라가 흑룡 두 마리를 처치하고 해를 찾아옴
결말 - 숨은 한 마리가 있는 까닭에 삼 태자는 해를 지키려 하늘에 머무름
제재 : 삼태성(三台星)
주제 : 태양을 찾아온 삼 태자의 영웅적 행위
출전 : 민담집 삼태성
내용 연구
삼태성(三台星) : 큰곰자리에 있는 자미성(紫微星)을 지키는 별. 각각 두 개의 별로 된 삼태성, 중태성, 하태성으로 이루어져 있음
십팔반무예(十八般武藝) : 십팔기(十八技). 조선 때 중국에서 전래된 열여덟 가지의 무예
광풍(狂風) : 미친 듯이 사납게 부는 바람
매지구름 : 비를 머금은 검은 조각 구름
살풍경(殺風景) : 살기(殺氣)를 띤 풍경
여덟 살을 잡는 : 여덟 살이 되는
하늘 개가 해를 - 무슨 변이 있다고들 했다. : 일식과 월식의 유래를 설명하는 설화에서 나온 말이다. 예전 까막 나라의 왕은
억센 불개를 보내 인간 세상의 해와 달을 가져오게 하였다. 그러나 해는 너무 뜨겁고, 달은 너무 차가워서 불개는 물었다 놓을
수밖에 없었다. 기회만 생기면 해를 가져 오라, 달을 가져 오라 명령하기 때문에 일식과 월식이 생겼다고 한다.
해를 찾기 전에는 아예 집으로 돌아오지 말아라! : 어머니의 엄격한 훈도(訓導)가 드러나는 장면이다. 개인과 가정의 사사로
운 가족 관계보다는 집단과 국가를 우선시하는 전승자(傳承者)의 사고 방식을 살필 수 있다.
이해와 감상
삼태성(三台星)은 큰곰자리에 딸린 세 별인데, 큰곰자리는 자미성(紫微星)을 가리킨다고 한다. 자미성이 천자(天子)를 의미하니까 삼태성은 천자를 지키는 세 중신을 뜻한다. 결국 이 설화는 삼태성이 생긴 유래를 설명하는 천체 유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설화는 중국 연변 지역에 사는 조선족의 전설로, 신이(神異)한 재주를 배운 삼 형제가 힘을 합쳐, 태양을 삼킨 흑룡을 물리치고 삼태성이 되어 태양을 계속 지킨다는 내용의 전설이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태양을 바다의 흑룡으로부터 지키는 삼태성의 유래담이면서 태양을 숭배하는 우리 민족의 모습을 확인시켜 주는 이야기이다.
옛 사람들은 땅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하늘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여, 해가 가리워지는 자연 현상이 땅에 재앙을 드러내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 재앙은 하늘의 도움으로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해가 잠시 보이지 않게 된 자연 현상을 땅의 일과 관련지어 집단 의식을 고양시키는 이야기로 만든 것이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신성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의지하거나 저절로 해결되기를 바라지 않고 직접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이후에 어려움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더욱 노력을 했다는 점에서 이 설화의 주인공들은 진취적인 기상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이 이야기는 개인이나 가정보다 집단, 국가를 우선하는 향유층의 사고가 잘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심화 자료
삼태성 설화
신기한 재주를 익힌 세 쌍둥이가 해를 지키는 삼태성이 되었다는 설화. 중국 연변 일대에서 전승되는 조선족 설화의 한 유형이다. ≪조선족민간고사선 朝鮮族民間故事選≫(1985)·≪삼태성≫(1983) 등에 수록되었고, ≪중국민족민간문학 中國民族民間文學≫(1987)이란 책에 조선족의 민간문학을 요약, 소개하는 조성일(趙成日)의 〈조선족민간문학 朝 鮮族民間文學〉이라는 글 속에 조선족의 대표적 민담 유형으로 거론된 바 있다.
연길현의 박정희(朴正姬)가 구술한 것을 1962년 김명한(金明漢)이 채록, 정리한 삼태성설화의 각 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옛날 흑룡담이라는 큰 늪이 있는 마을이 있었는데 여기에 한 여인이 유복자로 세 쌍둥이 아들을 낳았다. 그 어머니는 아들 삼 형제가 여덟 살 되던 해 십 년을 기약하고 훌륭한 재주를 배워 오라고 집에서 내보냈다.
삼 형제는 각기 흩어져 신기한 재주를 배웠는데, 첫째는 하늘을 나는 방석을 타고 날아다니는 재주를 배웠고, 둘째는 한 눈을 감고 다른 한 눈으로 구만리까지를 볼 수 있는 재능을 배웠으며, 셋째는 무예를 익혀 칼과 활의 명수가 되었다. 십 년 후에 삼 형제는 다시 어머니에게 돌아와 함께 살게 되었는데 하루는 풍폭우가 몰아치더니 해가 없어지고 말았다.
삼 형제의 어머니는 아들들을 불러 놓고 해를 찾아올 것을 명령하였다. 삼 형제는 해를 찾아 몇 년을 헤매었으나 찾지 못하고 스승을 찾아가서 상의한 뒤 스승의 스승을 찾아가서야 비로소 흑룡담에 사는 한 쌍의 흑룡이 해를 삼켰기 때문임을 알아내었다.
삼 형제는 곧바로 방석을 타고 하늘로 날아가 흑룡과 싸우기 시작하였다. 흑룡은 매우 흉포하였으나 삼 형제와 그들 스승의 협력으로 해를 삼킨 흑룡을 활로 쏘아 해를 토해 내게 하였다. 두 마리의 흑룡은 삼 형제에게 패해 달아나다가 한 마리는 흑룡담으로 피하여 숨고 또 한 마리는 땅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
지상에서는 해를 되찾아 환희로 가득 찼다. 그러나 삼 형제의 어머니는 살아남은 흑룡이 언제 다시 해를 삼킬지 알 수 없다며 삼 형제에게 하늘에 올라가 영원히 해를 지키라고 하여 삼 형제는 하늘에 올라가 삼태성이 되었다.
이 설화는 정리자의 문학적 가필이 이루어져 구연 그대로의 설화의 모습은 변모하였으나 천체의 기원을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신화적 성격을 보여 주는 자료이다. 태양을 삼키는 흑룡은 재해의 상징이면서 암흑과 혹한의 신이라고 할 수 있다. 태양은 광명의 원천이고 생명체를 보호하는 신이다. 이 설화는 재해를 주는 악룡과 싸워 물리치고 빛과 생명을 주관하는 태양을 보호하는 영웅적 인간의 활약을 보여 준다. 이러한 이야기는 백두산 주변에서 악천후를 극복하며 살아온 우리 민족의 강인한 투쟁 정신이 반영되어 있다. 영웅적 인간과 악독한 흑룡과의 싸움은 〈천지설화〉 및 〈백일홍설화〉 등에서도 나타나는 삽화로서 만주 지방에서 전승되는 우리 민족 설화의 한 특징이다.
≪참고문헌≫ 朝鮮族民間故事選(연변민간문학연구회 편, 상해 문예출판사, 1982), 삼태성(김명한 편, 연변 인민출판사, 1983), 朝鮮族民間文學(趙成日, 中國民族民間文學 上, 북경 중앙민족학원출판사, 1987).(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