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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지명의 지리적 특징, 명칭의 유래, 습관의 기원 등에 관한 전설. 지명(地名)전설
15-10-24 14:28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특정 지명의 지리적 특징, 명칭의 유래, 습관의 기원 등에 관한 전설. 어떤 전설이 장소를 잡고 증거물을 고착시켜 제목처럼 단순화시킨 것과, 그 반대로 본디부터 있는 지명이 합리적인 설명을 하는 전설을 퍼뜨리는 것을 말한다.
떠돌아다녀서 지역적인 근거가 없는 설화도 아니고, 또한 단순히 표기하는 정도로 끝나는 지명이 아니라 지명과 전설이 합치된 이야기이다. 지명전설의 발생 요인은 인간에게는 역사적으로 공간과 시간이 결합한 언어 전승물을 만들려는 심리가 있다는 데에 기인한다.
이 지명전설은 현재 지명으로 전하는 증거물을 근거로 과거를 소급하여 설명하는 경우가 있는데, 예를 들면 “여기가 왕십리(往十里)라는 곳이다. 그 유래를 말하면 이전에 무학대사가 서울 터를 잘못 잡아 십 리를 더 갔기 때문이다.”라는 이야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다음은 과거의 이야기를 다 한 뒤에 현재 남아 있는 흔적을 증거로 제시함으로써 그 전설에 신빙성을 더하는 구실을 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이전에 부자 장자가 중을 학대한 벌로 그 집이 가라앉아서 못이 되었다. 그래서 이 못을 장자가 살던 곳이라 하여 장자못이라 한다. 지금도 못 속에서는 놋그릇이 나오고 곡식이 변한 조개가 많이 산다.”는 것이다.
이곳의 유래는 ‘그래서’와 ‘지금도’가 들어가는 것을 주목한다면 일반 설화와 다른 구조인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지명전설이 발생하는 양상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역사적인 대사건의 흔적이다. 부여 백마강에 있는
조룡대(釣龍臺) 전설은 백제 멸망 사건, 금강산에 있는 단발령(斷髮嶺)은 신라 마지막 태자인 마의태자(麻衣太子
)가 금강산에 들어간 사건, 임진왜란 때 이순신이 왜군을 물리친 전라남도 진도의 울돌목 등은 모두 역사적인 사건으로 생긴 지명전설이다.
이러한 역사적인 사건은 지명으로 인하여 문헌보다 더 오랫동안, 또는 뚜렷하게 살아남게 되며, 때로는 그 지방민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된 채로 정착하고 전승하기도 한다.
일반 역사책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은 사건이 지방의 지명전설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면, 충청남도 논산시의 숙향이굴은 백제왕이 숙향이라는 시골 처녀를 후궁으로 부르자 가지 않고 숨었기 때문이라 한다.
또, 전라남도 장흥군 대덕면 연지대(蓮池臺)는 고려 때 허연지(許蓮池)라는 처녀가 원나라의 후궁으로 뽑혔는데 갑자기 병이 들어 죽으니 그 원혼을 위로하던 곳이라 한다. 이들 여성의 역사는 지명전설이 아니면 전혀 알 수 없던 것들이다.
둘째로, 윤리적인 사건을 지명전설로 정착시켜서 ‘이런 훌륭한 일을 후세 사람이 본받아야 하느니라.’ 하는 교훈을 나타내려는 것이다. 곳곳마다 있는 효자리(孝子里)·열녀각(烈女閣)·개 무덤 같은 것이다.
충청남도 천안시 병천면 개목고개〔狗項嶺〕는 술 취한 주인을 개가 제 몸에 물을 적셔 불을 꺼서 살렸다는 의견설화의 근거지이며, 충청남도 서산시 부석면 대두리의 말 무덤은 전쟁에서 죽은 주인의 옷을 말이 물고 와서 죽은 곳이라는 내력이 있는데, 이들 동물의 윤리적인 행동을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마땅히 본받으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동냥 온 중을 박대하여 망하게 되었다는 내용의 여러 지명전설도 비윤리적이며 반도덕적인 이야기를 통하여 민중들로 하여금 윤리적인 인간이 되라는 교훈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로, 풍수지리설에 따라 어떤 지형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려는 것이다. 대체로 길이가 짧고 설명이 단조로운 경향이 있으나 이 지방에 왜 이런 이름이 붙게 되었는가를 가장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경우이다.
예컨대, 매화리(梅花里)는 이곳이 매화낙지형(梅花落地形)이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라든지, 서울의 와우산(臥牛山)은 소가 일을 마치고 누워서 쉬는 와우 형국이고, 서울 아현동의 굴레방다리는 이 소가 굴레를 풀던(放) 다리가 있는 곳이라고 하여 생긴 이름이라는 것이다.
넷째로, 그 지방에 실제로 있었던 여러 동물·식물·도깨비·귀신·산신의 독특한 행동들이 특정 인물들에 얽힌 유래와 그에 대한 설명이 지명에 정착된 것이다.
이것은 다른 지방 사람은 쉽게 알기 어려운 일회적(一回的)인 특수한 것으로, 어떤 것은 그 지방에만 있는 것 같으나 사실은 다른 지방에도 흔한 것이 있다. 도깨비가 쌓았다는 ‘도깨비보’가 그 특수하면서도 보편적인 지명전설이다.
지명전설은 일반적·객관적인 평가가 어떠하든지 그 지방의 인물을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전라북도 남원의 춘향이는 그 고장에서 천하 미인으로만 나타난다.
또, 조선 연산군 시절의
유자광(柳子光
)에 대해서는 그가 태어난 곳은 산천 정기가 서려 있는 곳이어서 대나무가 말라 누름대〔枯竹里〕라는 동네가 생겼다고 할 정도로 유자광의 출생을 큰 인물의 출생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이다.
또, 민간어원설(folk-etymology) 현상이 일어나서 전혀 관련이 없는 이야기가 결부되는 것이 있다. 즉, 서울을 설울〔雪城〕곧 눈이 내린 성터 자리라고 한다든가, 본래 덕수궁의 닫힌 후문(塞門)인 광화문의 새문을 새로운 문(新門)으로 와전하는 것이 그 예이다.
하나하나의 지명전설을 지도 위에 표시하면 분포점으로 나타나고, 이들 전설의 유사성과 동일성이 분포도로 제시되어서 전설의 양상을 전국적으로 또는 어느 특정 지역의 문화 현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오뉘힘내기전설〉이 주로 남한에 분포된 것이 그 예가 된다.
지명전설은 자기 고장의 역사, 곧 지방사 연구가 되며, 나아가 민족과 국가의 역사 연구가 될 수 있고, 향토를 사랑하는 계기가 되므로 결
국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연구 태도로 귀착된다. 우리 나라는 역사가 깊고 그 지명전설의 자료가 많으므로 사라지기 전에 적극적으로 연구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韓國民間傳說集(崔常壽, 通文館, 1958), 嶺南의 傳說(柳增善, 형설출판사, 1970), 충남의 전설(韓相壽, 한일문화사, 1979).
자료출처: http://www.seelot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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