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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立春) 음식의 의미와 현대적 활용
15-07-08 00:08

우리의 선조들은 제철에 나오는 재료를 가지고 때와 시절을 통해서 몸에 유익한 음식을 만들고 이웃과 서로 나누어 먹음으로써 영양을 보충하고 상부상조하는 공동체 생활을 다져왔다. 한반도의 특색인 사계절을 통해 다양한 식재료를 바탕으로 역사의 변천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되어온 우리의 전통음식은 계절과 지방의 독특한 색채가 함께 어우러진 자연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사계절은 각각의 시기에 맞게 새로운 먹거리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제철 식재료에 대한 개념이 많이 바뀌고 있다. 시장에 가면 아직 철이 아닌 다양한 식재료가 계절감을 잊어버리게 한다. 이런 변화는 과학이 발달하고, 이를 농경에 응용하면서 제철 식재료에 대한 인식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겨우내 추위를 이겨내고 봄이 되면 산천 곳곳에 돋아나는 나물을 뜯어 새콤달콤하게 무친 봄나물의 향긋함과 쌉쌀한 맛이 점점 잊혀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면 아쉬운 마음이 든다. 실제로 제철채소와 제철과일의 영양소 분석을 한 자료를 보면 제철음식들이 더 많은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어서 과학적으로 몸에 더 이로움을 입증하고 있어서 더더욱 아쉽다.

이러한 제철음식은 우리나라 시절음식의 발달을 가져왔다. 세시풍속을 통해 일상생활의 의·식·주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중 많은 부분이 음식 행사로 이루어지고 있다. 세시풍속은 대부분이 음식을 장만해서 즐기는 행사였고,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서 계절의 변화에 따른 생리적 변화를 통해 건강을 지키는 방편으로 ‘식보(食補)’라고 해서 몸을 보호하는 약으로 시절음식을 이용하였다.

입춘은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로 추위를 견디고 돋아난 햇나물을 이용한 전통음식을 먹는 풍속이 있다. 이를 입춘절식(立春節食)이라고 한다. 입춘절식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입춘채(立春菜), 오신반(五辛盤), 세생채(細生菜) 등이 있다.

오신채(五辛菜)는 다섯 가지 매운 나물이다. 궁중에서 임금님의 수라상에 다섯 가지 매운 음식을 올린 것으로 비타민C 등을 포함하여 겨우내 결핍되었던 영양분을 신선한 채소를 통해 보충하고 봄철에 잃기 쉬운 입맛과 식욕을 돋우는 자극성 있는 햇나물을 말한다. 봄철 채소로 파, 겨자, 삽주싹, 당귀싹 등의 햇나물을 세생채라 하는데, 민간에서는 이 세생채로 요리하여 만든 입춘채를 이웃 간에 나눠먹었다.

입춘일에 궁중은 물론 서민들도 다섯 가지 색깔의 오신채를 먹으면 다섯 가지 덕을 모두 갖추게 되고, 신체의 모든 기관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건강해진다고 믿었다.시대에 따라, 지방에 따라 오신채의 나물 종류는 달라지고 있으나 보편적으로 움파, 삽주싹, 당귀싹, 산갓, 미나리싹, 무싹이 주로 애용되었다. 이외에 향기와 자극성이 강한 파, 마늘순, 달래, 부추, 유채, 무릇의 새로 돋아난 싹이나 새순이 그것이다. 하지만 오신채를 준비하지 못한 매우 가난한 계층에서는 파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으로 대신하기도 했다.

이렇게 먹는 오신채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색상을 다섯 가지로 맞춰 먹는데 음양오행의 의미를 통해 오색은 청색, 적색, 황색, 흰색, 검정색을 말한다. 오색은 각각 인, 예, 신, 의, 지를 의미한다. 이런 사상을 바탕으로 입춘일에 궁중은 물론 서민들도 다섯 가지 색깔의 오신채를 먹으면 다섯 가지 덕을 모두 갖추게 되고, 신체의 모든 기관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건강해진다고 믿었다.

또한 노란색의 나물을 중앙에 놓고 청색 나물은 서쪽, 흰색 나물은 동쪽, 적색 나물은 남쪽, 검정색 나물은 북쪽에 놓았다. 색을 맞춘 나물들을
한데 섞어 무쳐 먹음으로써 가족의 화합과 단결을 통해 잘 살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색을 맞춘오신채를 신하들에게 임금님이 하사하기도 했다.이는 동양사상에 준한 것으로 임금을 중심으로하여 사색당쟁을 초월하라는 정치화합의 의미가 부여돼 있었다. 임금이 굳이 오신채를 진상 받아 중신에게 나누어 먹인 뜻이 이에 있는 것이다. 또한 일반 백성들도 오신채를 통해 가족의 화목을 상징적으로 보장하고 인, 예, 신, 의, 지를 증진하는 것으로 알았던 것이다.

이 세상 살아가는 데 다섯 가지 괴로움이 따른다 한다. 다섯 가지 맵고 쓰고 쏘는 이 오신채를 먹음으로써 그 인생오고(人生五苦)를 참으라는 처세의 신채 교훈도 담겨져 있다. 옛말에 오신채에 기생하는 벌레는 고통을 모른다는 말도 있듯이 고통에 저항력을 길러주는 정신적 음식이기도 했던 것이다.

현재와는 달리 옛날에는 겨울 동안 싱싱한 채소를 먹을 수 없었다. 이로 인해 비타민C 등 식물성 식이섬유가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입춘을 기점으로 추위 속에서도 일찍 돋아나는 식물들을 채취하여 생나물을 이용한 음식을 먹었다. 특히 입맛이 없는 봄에 자극적인 맛을 지닌 채소를 선택하였던 입춘절식은 지금 생각해도 매우 과학적인 음식으로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음식이었다.

요즘은 다양한 식재료가 넘쳐나고, 제철을 잊을만큼 식재료를 필요할 때 구할 수 있다. 다가오는 입춘에는 오신채를 응용한 비빔밥이나, 샐러드 등을 통해 봄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입춘축(立春祝)을 통해 올 한해도 풍성하길 기원해본다.

✽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가 많이 생기길 기원하는 ‘立春大吉 建陽多慶
✽부모는 천년을 장수하고 자식은 만대까지 번영하라는 ‘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
✽산처럼 오래 살고 바다처럼 재물이 쌓이라는 ‘壽如山 富如海

      - 출처: 한국문화재재단  글 신언탁 (한국의집 조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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