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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기 조선의 무역 아이콘, 홍삼 - 역사 속 인삼이야기
15-08-13 14:34


 


난시간 홍삼을 판매하여 벌어들이는 국세로 외교정치를 이끌어 나갔던 흥선대원군에 대한 이야기했었는데요. 홍삼세를 이용해 서양군함을 만들고 이를 통해 서양세력을 견제하려고 했던 흥선대원군의 업적을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시간 역사 속 인삼이야기는 서양의 교역이 발생하면서 조선시장에 불어온 변화의 바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홍삼, 서양 무명 교환체제

개항기 조선의 무역 아이콘, 홍삼 - 역사 속 인삼이야기 #21

홍삼이 아편의 해독제로 세계적인 명성을 드높일 무렵, 조선에서는 서양 무명의 수입이 늘어나면서 ‘서양 무명 열풍’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의, 식, 주는 생활의 기본이었는데요. 전통시대 옷감은 대마를 이용한 포(布), 저마를 이용한 모시, 면화에서 실을 뽑아 자은 목(木) 즉 무명이 가장 일반적인 옷감이었습니다. 

조선시대 무명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면서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고 있었는데요. 칙사예단백목(勅使禮單白木), 왜인예단백목(倭人禮單白木) 등 외교상 예물로 사용되었고, 서울 종로 육의전 중 백목전(白木廛)에서는 전라도의 강진목과 해남목, 경기도의 고양목, 경상도의 진주목 등을 최상품으로 취급하였으며 세금으로 걷힌 군포목, 공물목, 무녀목 등도 거래하였습니다.  

무명은 섬유의 천성이 온화하고 기교가 없어서 남자들의 겹바지 또는 솜을 넣은 저고리, 두루마기, 홑바지, 적삼과 여인들의 치마, 저고리, 속바지, 단속곳, 두루마기 등 일상 옷감뿐만 아니라 이불, 요, 베갯잇 등 춘하추동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따라서 오늘날과는 달리 엄청난 사회적 수요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백의(白衣) 민족의 상징이 무명 즉 백목(白木)이었던 것입니다.

개항기 조선의 무역 아이콘, 홍삼 - 역사 속 인삼이야기 #21

그런데 1830년대 서양의 무명이 조선에 수입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서양 무명은 캘리코(calico)라고 일컬어졌는데, 이는 인도 남부의 캘리컷(Calicut)에서 주로 영국으로 반출된 면화가 다시 캘리컷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에 팔리면서 붙여졌습니다. 서양 무명은 표백‧가공되어 천이 옥(玉)과 같이 하얗다하여 옥양목(玉洋木), 백양목(白洋木)이란 별명이 생겼습니다. 

또한 방직기계로 짠 촘촘한 옷감으로 조선 재래 무명보다 너비가 넓다고 하여 광목이라고 불렸습니다. 서양 무명으로 지은 옷은 금세 베틀로 짠 거친 국산 무명옷을 몰아낼 정도로 유행을 탔는데요. 이 틈을 타고 중국에 들어왔던 영국과 미국산 옥양목이 물밀듯이 조선으로 들어왔습니다.

개항기 조선의 무역 아이콘, 홍삼 - 역사 속 인삼이야기 #21

급기야 1837년(헌종 3)에는 서울 최대 상점인 백목전과 청포전이 서양 무명의 독점 판매권을 요구하며 서로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정부는 서양 무명이 시전 상품으로 등록되지 않았고 토산물종도 아니므로 특정 시전에만 독점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두 시전이 함께 서양 무명을 팔 수 있다고 판결하였습니다. 궁궐의 비빈(妃嬪)과 궁녀도 서양 무명으로 옷을 해 입었고 사대부들도 선호하였는데요. 지방장터에서도 서양 무명은 버젓이 팔리고 있었습니다.         

수입과 판매가 급증하면서 서양 무명은 조선이 청에서 수입하는 주요 물품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데요. 서양 무명의 판매를 인정받은 지 불과 10년 뒤 백목전 상인은 “조선 무명은 시장에서 거의 팔리지 않는 상황”이라고 호소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조선에 흘러들어 온 서양 물건이 광목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청에서 수입하는 물품 중에서 서양 무명은 분명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1860년대 조선 상인과 청나라 상인 사이에 있었던 밀무역의 예를 보면 분명해지는데요. 

개항기 조선의 무역 아이콘, 홍삼 - 역사 속 인삼이야기 #21

1861년 7월 김응서(金應西)는 청 상인에게 서양 무명 78필을 비롯한 각종 옷감을 외상으로 가져왔습니다. 외상의 대가는 다음에 홍삼 60근을 주겠다는 것이었는데요. 홍삼을 무역결재 대금으로 외상거래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같은 해, 같은 방식으로 김초선(金楚善)은 서양 무명 700필을 홍삼 933근과 바꾸었고, 1864년(고종 1) 김정연(金正蓮)은 홍삼 118근으로 서양 무명 170필을 비롯한 중국 비단 및 옷감 등을 몰래 무역하려다 적발되었습니다. 

병인양요가 일어난 1866년(고종 3) 8월 김정엽(金正燁)은 홍삼 140근으로 서양 무명 150필을 몰래 교역하려 하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같은 해 미국 상선 제너럴셔먼호는 대동강을 거슬러 올라와 “우리가 가진 서양 무명, 그릇 등과 그대 나라의 인삼, 금, 수달피 가죽, 종이, 쌀 등의 물건을 바꾸려 한다”고 통상을 요구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개항기 조선의 무역 아이콘, 홍삼 - 역사 속 인삼이야기 #21

이처럼 개항을 전후한 시기 밀무역의 대부분은 조선의 홍삼과 서양 무명의 거래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당시 이 둘을 교환하는 것이 가장 이익이 남는 거래였음을 보여 주는데요. 따라서 홍삼이나 서양 무명이 공식적인 무역에서도 가장 유력한 교역 상품이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19세기 무역을 홍삼-서양목 무역체제로 보는 이유입니다. 이로써 홍삼은 조선 무역의 대표적 아이콘으로 제대로 각인되었습니다.

서양과의 무역이 활발해지던 시기 홍삼은 조선의 대표적인 무역의 아이콘으로 물건을 교역하려는 많은 외국 상인들에게 가장 교환하고 싶은 물품 중 하나였습니다. 이는 뛰어난 홍삼의 가치가 조선을 물론 외국 상인들까지 알려진 것임을 반증하는 부분인데요. 다음시간 역사 속 인삼이야기에서는 홍삼이 외국 상인들의 어떤 상품과 교역의 아이콘이 되었을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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