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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알려진 건강상식 보건소는 가난한 사람이 이용하는 곳이다.
17-01-20 13:16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보건소를 가족계획이나 성병치료나 하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소를 100p 활용한다면 일상적인 검진과 치료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경기도 Y군 K리에 사는 김씨는 올해 쉰 다섯이다. 몇 해전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뒷머리가 시원치 않은 증세가 있었다. 올봄에 집 앞의 보건지소(시골
읍이나 면에는 보건지소가 하나씩 있다) 찾아가서 혈압을 재어보니 혈압이
높다고 하여 1주일마다 보건지소를 찾아 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아서 약을 먹고
있다.


  김씨가 앞에 있는 보건지소를 찾는 이유는 단지 약값이 싸서가 아니다. 우선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 들어준다. 가끔씩 도시에 나가 있는 자식이야기를 해도
별 말 없이 들어준다. 또 한가지는 이것저것 다 물어보고 고혈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준 다음, 어떤 음식을 조심하고 어떤 운동을 하라고 하며,
약을 빼먹지 말라는 말을 매번 해 준다. 무엇보다도 무엇보다도 보건지소를
찾게 만드는 것은 몇주 동안 김씨가 찾아가는 것을 빠뜨리면 전화를 걸어서
약을 계속 먹고 있는지를 물어보고 시간을 내서 진찰을 받으라는 말을 해
준다는 것이다.


  보건소라면, 사람들이 흔히 가족계획(피임 등)이나 예방접종을 하고 여름에는
방역차를 몰고 나와 흰연기를 뿌리는 일을 하는 곳으로 안다. 그리고
유흥업소나 음식점에 대해 보건증을 발급하고 마약이나 에이즈 같은 것을
단속하는 곳으로 여긴다. 진료를 하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검사기계도 없는 것
같고, 의사도 젊고, 약값도 싸서인지 저소득층 영세민이나 이용하도록 정부에서
배려한 느낌이다. 모름지기 진료를 받으려면 검사도 하고 주사도 맞아야 하는데
말이다.


  보건소에 가난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생각되는 이유는 몇 가지 있을
것이다. 우선 다들 가난했던 6--70년대 때부터 실시해오던 피임이나 예방접종,
방역과 전염병 관리가 아직까지도 보건소의 중요한 사업이어서 자연히 가난한
시설과 그때의 보건소를 연결해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 고가의
검사기기가 갖추어져 있지 않고 검사도 별로 하지 않으며 진료비도 싸기
때문이다. 즉 돈이 있는 사람은 종합병원으로 가고 돈이 없는 사람들은
보건소에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종합병원 선호경향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추천하는 (급성호흡기감염관리사업)에 따르면 어린
아이의 감기에는 항생제나 주사제 사용을 줄이고 물을 많이 먹게 한다든지,
몸을 깨끗하게 하는 등의 보존적인 치료를 강조하고 있다. 불필요한
항생제남용으로 인한 항생제 내성을 줄이고 주사제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이다. 단순감기로 종합병원을 찾아가 긴 대기시간을 소모하면서 비싸게
약을 타 먹느니 동네 보건소에 가서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집에서 처치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또한 세계보건기구는 보건기관이 보건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 지속성과
포괄성을 강조한다. 한 예로 고혈압의 경우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서 중풍과
같은 심혈관계합병증을 예방해야 하고, 단지 고혈압치료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운동, 재활, 보건교육, 생활환경의 개선 등과 같이 질병치료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매주 방문하기 위해 몇 시간이나 걸리는 도시 병원을 찾느니
가까움 보건지소에 자신의 주치의를 두는 것이 좋다.
  즉, 보건의료서비스의 질을 단순히 비싼 약이나 고가의 검사에 국한시키지
않는 것이다.


  앞서 예를 든 C면 K리의 김씨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일이다. 다만 뜻이 있는
보건지소공중보건의에 의해 현재까지는 몇몇 지역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일이라는 점이 맘에 걸린다. 하지만 우리 나라 보건소소조직을 통하면 이런
일이 더욱더 많은 지역에서 이뤄질 수 있다.
  최근 보건소에서 개발하고 있는 사업을 보면, 장기적으로 보건소가 가난한
사람을 대상으로 의료시혜를 베푸는 곳이라는 일반인의 생각을 바꿔 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에 대한 관리사업이나 각 가정을
방문하여 보건의료서비스를 전달하는 방문보건사업, 재활치료나 정신보건사업
등이 활성화되면 좀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보건소와 보건지소에 대한 시설, 장비 그리고 인력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면 이런 사업이 더욱 수월해질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보건의료 정책입안자들의 의지와 보건의료 담당자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공공보건에 대한 한 국민의 관심과
채찍이 필요할 것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강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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