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가공육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
지난 10월 27일 WHO(세계보건기구)는 산하기관인 IARC(국제 암 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해 소시지·햄 같은 가공육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붉은 고기(소, 돼지, 양, 염소 등)는 2A급 발암물질로 분류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 발표 내용에는 ‘매일 50g의 가공육을 먹으면 직장암에 걸릴 위험성이 18% 높아진다.’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또한, 가공육과 달리 2A급으로 분류된 붉은 고기는 사람이 아닌 동물에게만 발암 여부가 확인돼 큰 반향이 없는 반면, 소시지와 햄은 기존의 1급 발암물질인 비소, 담배, 석면 등과 같이 위험한 것으로 인식돼 전 세계적으로 혼란을 불러왔습니다. 이에 대해 WHO는 가공육이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위해성을 확인했을 뿐 담배나 석면처럼 당장 발암의 위험이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WHO, 가공육 섭취량 줄일 것 권고
과학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가공육을 발암물질로 분류한다는 내용만 있는 WHO의 성명에 부정적인 여론이 증가하자, WHO는 10월 31일 ‘가공육과 직장암의 관계’라는 가공육 관련 2차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WHO는 ‘가공육을 먹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먹는 양을 줄이라는 의미’라며 좀 더 세밀한 내용을 전했지만, 기존발표에 대한 파장과 논란이 줄어들지는 미지수입니다.
가공육 논란에 따른 국내 여파
북미 육류연구소와 국내 육가공협회 등 국내외 가공육 관련 기관에서는 WHO의 발표에 반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 빠르게 발표했지만, 하루 사이에 국내 대형마트의 가공육 판매량은 20% 이상 하락했으며, 가공육을 주재료로 하는 부대찌개 전문점의 매출액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 등 WHO의 발표에 대한 여파는 날로 커져가고 있습니다.
국내서도 위해 평가 실시 예정
WHO의 발표 직후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는 WHO가 발암물질로 분류한 소시지·햄, 붉은 고기에 대한 위해평가를 진행할 것으로 발표했습니다. WHO 발표 다음 날인 10월 28일 식약처는 발암물질로 분류된 가공육과 붉은 고기가 인체에 미치는 위해 정도를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 평가를 진행하는 평가단은 농림축산식품부와 같은 관계 부처에서 전용팀을 구성할 예정이며, 그 외 전문 자문단을 꾸려 본격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 가공육 섭취량 많지 않아
이번 발표에 대해 국내 육가공협회는 WHO가 제시한 1인당 가공육 섭취 위험 수준은 연간 18.3kg인데 비해 국내 가공육의 1인당 연간 섭취량은 그의 1/4 정도에 불과한 4.4kg이라며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가공육의 1인당 연간 섭취량이 40~50kg인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섭취량은 1/7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 가공육 판매 업체 관계자는 WHO가 제한한 가공육 1인당 50g 섭취는 4인 가족 기준으로 볼 때 온 가족이 200g의 깡통 햄을 매일 먹어야만 넘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습니다.
가공육, 적당량 섭취가 중요
경희대 의학영양학과 박유경 교수는 ‘많이 먹을수록 발암 위험이 증가한다고 이해하면 쉽다.’라며 가공육과 같은 고기에 함유된 단백질은 성장기 어린이나 노인에게 필요한 영양소이므로 아예 먹지 않는 것보다는 적당량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