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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 속 엇갈린 시선’들을 만나다 1900 ~ 1960년 옛 수원 사진전
15-09-28 19:08
1900 ~ 1960년 옛 수원 사진전
 
수원박물관 특별기획전인 옛 수원 사진전(1900~1960) - 렌즈 속 엇갈린 사진전에서 우리는 무엇을 만날 수가 있을까? 419일부터 전시를 시작해, 623일까지 계속되는 특별기획전을 찾아가 보았다. 과거 수원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그리고 수원 사람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그런 것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에, 만나기도 전에 가슴이 뛴다.
 
특별기획전으로 열리고 있는 엇갈린 시선들은 모두 세 부분으로 구분이 되어있다. 1부는 식민지의 초상으로 제국의 시선으로 본 수원의 모습이다. 2전쟁의 그늘은 타자의 시선으로 본 수원의 모습들이다. 3부인 수원의 재발견은 자아의 시선으로 본 수원을 그려내고 있다.
 
 
흩어진 자료들을 모으다
 
전시관에는 다양한 영상과 함께 1900~1960년대의 수원사람과 수원풍경을 촬영한 사진들을 시기와 성격에 따라 구분하여 놓았다. 사진에 대한 세부사랑은 제목과 시기, 촬영자, 소장자 순으로 표기를 해놓았으며, 촬영자가 불분명한 자료는 생략하였다. 전시에 사용된 자료들은 수원박물관의 소장 자료이거나, 기관 및 개인 소장자로부터 대려를 받은 자료들이다.
 
사진을 제공한 사람들은 김동휘를 비롯해, 김영호, 김풍호, 이명자, 이영자, 조성근, 최기호, 홍승민(홍의선 촬영사진 소장) 진 굴드, 게리 헬쎈, 국립민속박물관, 서울대농학도서관, 경기지방경찰청, 수원시사편찬위원회, 수원화성박물관 등이다.
 
 
식민지의 초상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일제는 자신들의 수탈과 폭압을 조선의 근대화라고 미화시켰다. 일제는 사진 속에서 봉건적이고 낙후된 조선을, 마치 자신들이 근대화를 시킨 것처럼 선전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그 사진 속의 조선은 쇠락해가고만 있었다. 1920년대 문화말살정책을 편 일제는 구습이라는 미명 아래, 조선이 갖고 있던 전통적 모습과 풍속 등을 말살하려 든 것이다.
 
식민지의 초상은 쇠락한 조선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헤르만 산더의 사진에 보이는 팔달문과 남공심돈은 멀쩡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현재 남공심돈은 사라지고 말았다. 정조의 진영을 봉안한 화령전은 일본군들에게 점령을 당했으며, 화서문과 서북공심돈은 기와가 다 깨어진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지금은 현대식 다리로 놓인 매향교가, 1907년의 헤르만 산더의 사진 안에는 단단한 석교(石橋)로 놓여있는 모습이 보인다. 일제강점기 까지도 창룡문은 제 모습을 지켜내고 있었으나, 봉돈은 다 무너져 내려 이미 제 구실을 할 수 없었다. 제국의 렌즈에 담긴 수원은 활력이 없고 뒤떨어진 문화를 가진, 낙후된 인물들과 풍습으로 새롭게 바꿔야 할 대상이었다.
 
전쟁의 그늘 속 수원과 사람들
 
6,25 한국전쟁. 그 피해는 수원이라고 비켜가지 못했다. 창룡문과 장안문은 폭격으로 인해 무너져버렸고, 길거리에는 미군들이 넘쳐났다. 아이들은 전쟁의 심각성을 모르는 듯 탱크 위에 올라가 있고, 수원비행장에는 쉴 새 없이 비행기들이 날아올랐다. 수원역에는 피난을 가기위해 사람들이 화물칸 위에 위험스레 올라가 있는 모습도 보인다.
 
 
화성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방화수류정 인근은 피난민 촌으로 바뀌고, 창룡문은 위에 전각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미군들은 이렇게 무너져 버린 화성을 촬영하기에 바쁘고, 전쟁 통에 가족을 잃은 아이들이 거리에 넘쳐났다. 진 굴드와 게리 헬쎈의 렌즈에 잡힌 수원사람들의 모습은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1950년대 수원의 재발견
 
동문은 도망가고, 서문은 서 있고, 남문은 남아있고, 북문은 부서지고...“ 화성의 4대문에 대한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말이 씨가 되었을까? 정말 항간에서 떠도는 말 그대로 되었다. 하지만 수원은 1950년대 한국전쟁이 끝나고 난 뒤, 새롭게 교육과 문화의 도시로 재탄생하였다.
 
자아의 시선으로 본 수원은 망가지고 깨어졌지만, 생동감이 있다. 수원천에서 빨래를 하는 여인들과 물장구를 치는 아이들. 허물어진 성벽 위에서 그래도 꿈을 꾸는 아이들. 서호 제방에서 벌거벗은 채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 그렇게 수원은 서서히 제 모습을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찾아가고 있었다.
 
 
한 장 한 장 사진을 눈여겨보며 돌아본 렌즈 속 엇갈린 시선들. 우리는 이런 수원을 너무 잊고 살아 온 것은 아닐까? 아버지의 손을 잡고 관람을 하던 한 꼬마아이의 말에 고개를 돌린다. 아마 이 꼬마도 언젠가는 수원의 지난 모습을 또 잃어버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렌즈 속에 남아있는 수원은 언제나 엇갈린 시선으로 제 자리에 있을 것이다.
 
아빠! 수원이 이렇게 다 망가졌는데, 어떻게 살아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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