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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픈 굴뚝
15-09-28 20:06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능소화. 중국이 원산지인 갈잎 덩굴나무이다. 능소화는 담쟁이덩굴처럼 줄기의 마디에 생기는 ‘흡반’이라 하는 뿌리로, 건물의 벽이나 다른 나무에 붙어가며 벽 등을 타고 오른다.

능소화는 ‘어사화’라고도 부른다. 장원급제를 한 사람의 화관에 꽂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양반꽃’이라 하여, 상민들이 이 꽃을 심으면 양반을 모욕했다는 죄로 붙들려가 곤장을 맡기도 했다. 이 능소화를 ‘구중궁궐 꽃’이라 부른다. 이렇게 부르는 것은 능소화에 얽힌 슬픈 전설 때문이다. 능소화의 꽃말은 ‘영광’과 ‘명예’이다. 왜 이런 꽃말이 붙었을까? 그것은 능소화에 얽힌 슬픈 전설을 들어보면 해답이 있다.


시들지 않고 떨어지는 꽃 능소화

능소화는 시들어 떨어지지 않는다. 얼마만큼 피어 있다가 꽃잎이 통째로 떨어진다. 양반으로 추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인가 보다. 능소화가 이렇게 담장을 타고 오르는 것은 이유가 있다. 기다리는 사람의 모습이라도 보고 싶어, 담장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아주 오랜 옛날 ‘소화’라는 아름다운 처녀가 있었다. 이 아가씨가 궁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 아름다운 자태 때문에 임금의 눈에 띄어 빈이 되었다. 임금은 소화에게 처소를 마련해주었는데, 그러고 나서 발을 끊어버리고 말았다. 소화는 천성적으로 마음이 착한 여인이라, 임금이 오기만을 날마다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림에 지쳐 눈을 감은 ‘소화’, 죽어서도 임을 기다려

소화는 담장 밑에서 밤을 지새우며 서성이고는 했다. 혹 밤늦게라도 임금이 찾아왔는데, 발자국 소리를 못 들을까 걱정을 해서이다. 그러던 소화. 결국은 병이 들고 말았다. 날마다 식음도 전폐한 채 임금을 기다리다가 병이 든 것이다. 결국 병이 든 소화는 숨이 넘어가기 전 ‘나를 담장 가에 묻어라. 혹 내일이라도 임이 오시면 기다리고 있겠다.’라는 유언을 남겼다.

소화의 유언에 따라 시녀들은 소화를 구중궁궐 담장 밑에 묻었다. 그런데 소화가 임금을 기다리다가 죽은 계절인 여름이 되면, 아름답게 꽃을 피우면서 담장 밖으로 넘어가는 한 식물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 꽃을 ‘능소화’라고 이름을 붙였다.



임금을 기다리다가 숨진 소화. 그리고 오매불망 그리던 임금이 보고 싶어, 죽어서도 담장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던 열망. 결국 소화는 그렇게 아름다운 꽃으로 환생을 한 것이다.

아름다운 꽃을 피운 굴뚝, 비 맞은 모습이 처연하다

7월 15일에 찾아간 청도 운문사. 비구니의 요람이라고 부르는 운문사를 찾았을 때는, 여름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 한편에 능소화가 하늘을 향해 오르고 있다. 처음에는 그렇게 타고 오르는 곳이 굴뚝인줄도 몰랐다. 온통 줄기로 감긴 능소화 때문이다. 밑을 강돌로 쌓고, 그 위를 기와로 아름답게 문양을 넣은 굴뚝. 일부를 남겨놓고 아름답게 핀 능소화 넝쿨이 감고 있다.


비가 내려서인가, 빗물을 머금은 능소화가 더욱 처연해 보인다. 전설이 아니라고 해도, 그 모습만으로도 슬픔을 자아내게 만든다. 세상에서 가장 이름다운 굴뚝이 거기 서 있다. 그런데 그 아름다움 속에 왜 그리 슬픔이 깃들어 있는 것일까? 아마도 운문사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아름다운 굴뚝을 타고 올라, 굴뚝을 덮어버린 능소화. 아마 오늘도 더 높이 솟아올라 사랑하는 임을 그리는 것은 아닌지. 영광과 명예, 아마도 임금의 눈에 들어 빈이 된 것이 ‘영광’이요, 남들처럼 요사를 떨지 않고, 사랑하는 임을 기다리다 목숨을 잃은 것이 ‘명예’가 아닐까? 비 맞은 능소화 넝쿨이 오늘따라 더욱 처연해 보인다.
출처 : http://rja49.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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