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리듬 맞추면 운전 사고 확 줄어
지난 해만 해도 8천여명을 숨지게 한 교통사고. 우리 국민 10만명당 16.9명이 숨졌다. 선진국(일본 8.2명.프랑스 13.6명.미국 15.2명)의 교통사고 사망률보다 높아 한국인의 평균수명을 낮춘다.30대 이하 연령층에선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이 가장 많으며 특히 어린이 사망원인의 48%가 교통사고였다.운전자의 생체리듬상(수면-각성 주기)수면 주기(週期)에 운전할 때 더 조심하면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미국에선 전체 교통사고의 약 13%가 운전자의 졸음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면 연구가 메릴 미틀러(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크립스 클리닉)의 조사에 따르면 졸음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오전 1~6시, 오후 1~4시에 주로 발생한다.영국의 수면 연구가 짐 혼의 조사결과에서도 생체리듬상 각성(覺醒)주기에 있는 오전 10~12시, 오후 8~10시에 비해 오전 4~6시(수면 주기)의 졸음사고 발생빈도가 13배나 높았다. 새벽까지 야근후 운전할 때는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것이다.운전자가 유념해야 할 또 하나의 생체리듬은 알콜.약물의 '서케이디언(circadian)리듬'(약 하루를 주기로 반복되는 생체리듬)이다. 술과 약은 하루중 언제 마시고 복용했느냐에 따라 취하는 정도.약효가 달라진다.점심 때 마신 술이 금세 취하는 것도 생체리듬이 작용한 결과다.생체리듬상 수면 주기에 술을 마시면 잠이 밀려 온다. 낮술을 마신 후 운전하면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생체리듬상 각성 주기인 초저녁에 술을 마시면 술이 잘 받는다. 이때는 혈중 알콜농도 허용범위 내로 술을 마신 경우 운전을 하더라도 큰 영향은 받지 않는다.이를 근거로 혈중 알콜농도 허용기준치를 시간대에 따라 차등화해 낮엔 알콜허용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학자도 있다.진정제.진통제.감기약 등 운전자에게 졸음.주의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는 약을 복용할 때도 수면-각성리듬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운전하기 전엔 이런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부득이한 경우라도 수면 주기만은 피해야 한다.성인이 되면 대체로 일정한 수면-각성 주기를 지니게 된다.이 리듬은 우리 몸에 저절로 입력된 것이어서 의지만으로 거역하기 어렵다. 따라서 수면 주기에 졸음이 심하게 밀려오면 차를 적당한 곳에 세워두고 잠시 수면을 취해야 안전하다. 야간운전을 주로 하는 화물차 운전자들은 생체리듬을 거스르고 있다는 사실을 늘 기억해야 한다.
어른도 예방주사를
무병장수의 건강한 삶을 위해 첫손 꼽히는 건강수칙이 바로 예방접종이다. 병은 병든 후 치료보다 병들기 전 '예방'이 최선이다. 그런데 질병 예방을 가장 손쉽게 하는 방법이 현대의학 최고의 개가 중 하나인 예방접종이다. 사실 각종 바이러스 질환을 비롯, 치료제가 없는 병이 많은데 예방접종은 이런 질병에 대해 더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세계보건기구가 1980년 지구촌에서 사라진 병으로 선언한 천연두가 대표적인 예다.1796년 제너에 의해 천연두 예방백신이 개발돼 보급되기 전까지 천연두는 치명적인 병이었다.예방접종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대부분 인식하고 있다.하지만 아직까지 예방접종하면 흔히 어린이를 대상으로 떠올린다. 실제로 성인 예방접종 이야기를 들을 때면 '어른도 예방접종을?'이라는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다. 물론 태어난 직후 초등학교 입학 때까지 아기수첩에 쓰여 있는 백일해.디프테리아.파상풍.홍역.볼거리.풍진을 비롯, 우리나라에서는 간염.결핵 예방접종(BCG)등 각종 필수 예방접종은 꼭 제때 맞아야 한다. 하지만 어른이 돼서도 필요할 때는 꼭 맞아야 하는 게 예방접종이다. 단 성인 예방접종은 특정 집단이 대상인 경우가 많은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흔히 독감 예방접종으로 알려진 겨울철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이다.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폐질환.심장병이나 신장병 등 각종 면역기능이 떨어진 만성병 환자는 물론 65세 이상 노인은 '해마다'빠짐없이 독감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린시절 끝냈어야 하는 B형간염 예방접종을 맞지 않아 성인이 돼서도 항원이나 항체가 모두 없을 땐 예방접종을 통해 항체를 형성시켜야 한다. 특히 B형간염은 성접촉으로 전염되는 성병이기도 하므로 결혼 전에는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해외여행이 잦아지면서 말라리아.황열.일본뇌염.장티푸스 등 각 지역의 풍토병에 대한 예방접종도 필요하다. 오교수는 "특히 동남아시아나 중남미.아프리카 등을 여행할 땐 반드시 전문의 상담을 거쳐야 된다"고 밝힌다.
뼈 튼튼하게 하려면
건강한 뼈를 오래 간직하려면 칼슘과 인(燐)을 가능한한 1대1의 비율로 섭취해야 한다. 특히 성인은 이렇게 해야 칼슘이 몸에 잘 흡수된다.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김진옥 박사는 "성인의 칼슘 흡수율은 30% 정도 밖에 안된다"며 "칼슘의 체내 흡수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칼슘을 충분히 몸에 흡수해야 '꼬부랑 할머니'를 면할 수 있다. 골다공증은 물론 고혈압.동맥 경화.대장암 예방에도 도움이 되며 여성의 생리전 증후군을 가볍게 하고 수명도 연장시킨다(미국산부인과학회지 2000년1월).통계청에 따르면 골다공증으로 인한 사망자는 1991년 15명 뿐이었으나 2000년엔 4백59명으로 늘어났다.칼슘.인은 우리 몸안의 무기질 가운데 함량 1.2위를 차지하며 둘다 뼈.치아의 형성.건강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우리나라 성인의 칼슘 섭취량이 태부족한 데다 칼슘.인의 섭취 비율이 1대 2를 넘어 체내 흡수마저 원활치 않다는 것.국민건강영양조사(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일 평균 칼슘 섭취량은 1998년 5백11㎎으로 권장량(남녀 성인 기준 7백㎎)의 70% 수준에 그쳤다. 더욱이 20~64세의 칼슘 섭취량은 1일 4백96~5백55㎎, 65세 이상 노인은 3백97㎎으로 권장량에 턱없이 모자랐다. 반면 국내 성인의 인 섭취량은 권장량(1일 7백㎎)을 훨씬 초과한 1천81㎎. 이처럼 인 섭취량이 많은 것은 최근 소비가 급증한 가공식품.청량음료 등에 인이 다량 들어 있기 때문이다.또 육류.생선.닭고기 등에 인이 칼슘의 15~20배나 든 것도 칼슘.인 균형을 깨뜨리는데 일조한다.요즘 어린이들이 3, 40년 전에 비해 체격이 커졌으나 체력은 약해지고 뼈가 더 잘 부러지는 것도 칼슘.인의 균형이 깨져 뼈의 칼슘이 혈액으로 이동한 결과로 풀이하는 학자도 있다(연세대 식품영양과 박태선 교수).결국 칼슘.인의 섭취 균형을 이루려면 가공식품.청량음료를 되도록 적게 먹고 칼슘이 풍부한 식품을 즐겨 먹어야 한다. 칼슘은 우유.유제품.뼈째 먹는 생선류(멸치 등).짙푸른 채소에 많다.해조류.두류.곡류.채소에도 들어 있다.이중 우유와 유제품은 칼슘 함량이 높고 체내 이용률이 좋아 가장 좋은 칼슘 공급원으로 꼽인다.
콜레스테롤 낮추려면 수산물 즐겨라
뇌졸중.심장병 등 순환기 질환을 일으키는 주범인 혈중(血中) 콜레스테롤을 낮추려면 수산물에 풍부한 타우린을 즐겨 먹는 것이 좋다.한국인은 하루 평균 4백~8백㎎의 타우린을 먹는데 이는 세계 최장수 국가인 일본인보다 50~60% 가량 적은 수치다. 연세대 식품영양과 박태선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타우린을 하루 3g씩 복용한 사람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2~4주 후 10%나 떨어졌다.'혈액을 맑게 하는 건강음식 37가지'라는 책에는 "콜레스테롤은 간에서 담즙산으로 분해되는데 이때 담즙산과 타우린이 결합해 소장으로 배설된다"고 쓰여 있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콜레스테롤이 소비된다.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은 피로회복을 돕고 술독을 풀어주는 성분이다. 부경대 식품생명과학과 최진호 교수는 "문어.낙지.오징어 등에서 보이는 흰 가루가 바로 타우린"이라며 "간의 해독작용을 돕기 때문에 술을 마신 후 수산물을 재료로 한 술국을 마실 것"을 권했다.타우린은 소라에 가장 많이 들어있고(1백g당 1.5g),굴.낙지.오징어.문어.가리비.바지락.참치.고등어 등 수산물에 풍부하다.타우린을 활용한 동물실험에선 혈압 낮추기.혈당 조절.알코올 분해.간 손상 예방.눈의 망막 보호효과 등이 증명됐다. 박태선 교수는 "타우린은 지방간.간경화 등 간 손상이나 위궤양의 예방에 효과적"이라며 "타우린 섭취가 부족한 고양이는 생식기능에 문제를 일으켜 임신 후 유산.사산.기형 출산이 많았고 실명(失明)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타우린은 또 유해산소를 없애는 항(抗)산화작용과 염증을 제거하는 항염증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높아진 사람에게도 효과적이다.타우린은 열을 가해도 파괴되지 않는다. 따라서 타우린이 배어나온 국물까지 마시는 것이 좋다. 매주 식단의 절반 정도를 어패류 메뉴로 채우면 타우린 1g은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다.
산오를땐 심장 하산땐 무릎 조심
전국의 강산이 단풍으로 붉게 불타고 있다.해마다 이맘때쯤 단풍 구경을 계기로 등산에 입문하는 사람도 많다. 사실 등산만큼 건강에 좋은 운동도 드물다. 돈이 들지 않는데다 맑은 공기를 듬뿍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흡연자나 매연이 심한 곳에서 일한 사람은 등산 후 거무튀튀한 가래가 기침과 함께 배출되는 것을 경험한다. 등산으로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담배연기나 매연으로 움직임을 멈춘 기관지 점막의 섬모가 다시 살아나기 때문이다.그러나 등산에도 요령이 있다. 먼저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방법이 다르다.'산은 심장으로 오르고 무릎으로 내려온다'는 말이 있다. 올라갈 땐 심장에, 내려갈 땐 무릎 관절에 많은 부담이 따른다는 뜻이다.최근 설악산 단풍구경에 나섰던 50대가 심장마비로 숨진 일이 있었다. 심장이 나쁜 사람들은 특히 올라갈 때 주의해야 한다. 고혈압이나 당뇨, 동맥 경화, 고지혈증 등 심장마비의 위험성이 높은 사람은 올라갈 때 경사가 완만한 코스를 골라야 한다. 올라갈 때 코스는 같은 경사라면 직선형보다 S자 형으로 꼬불꼬불한 게 좋다. 꼬불꼬불한 코스일수록 직선형에 비해 여러 부위의 근육을 골고루 쓸 수 있고 단위 시간당 심장에 가해지는 부담도 적기 때문이다.반면 뚱뚱한 사람이나 다리 근육과 관절이 빈약한 사람, 관절염을 앓고 있는 사람은 내려갈 때 경사가 완만한 코스를 골라야 한다. 가능하면 바위가 많은 코스보다 흙이 많은 코스를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바위는 체중이 관절에 고스란히 전가되며 미끄러져 다칠 위험성이 높은 반면 흙은 충격을 흡수하고 넘어져도 손상이 적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체중을 분산시킬 수 있도록 지팡이를 지참하는 것도 좋다.공기가 맑으므로 등산 도중 피부에 도달하는 햇볕 속의 자외선 양도 평상시보다 많다. 챙이 큰 모자를 쓰거나 자외선 차단크림을 바르지 않으면 순식간에 기미나 점이 얼굴에 생길 수 있다.지병이 있는 사람은 비상약을 지참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휴대전화를 갖고 다니는 것도 잊지 말자.
정기적 성생활 노화 늦춘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가능한 한 늙어서까지 배우자와 성생활을 계속 해야 한다.포천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전세일 원장은 "가능한 한 40대는 4~8일, 50대는 5~10일, 60대는 6~12일, 70대도 7~14일에 한번은 성을 즐기는게 바람직할 것"이라며 "아파트 3층까지 쉬지 않고 오르며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해지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성생활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성이 건강에 유익한 일곱가지 이유가 있다.첫째, 노화를 막아준다. 스코틀랜드 로열에든버러병원 연구팀이 3천5백명을 조사한 결과 주당 3회 이상 성생활을 하는 사람은 평균 10년(남자 12년1개월, 여자 9년7개월)더 젊게 평가됐다.성생활을 통해 분비되는 두 호르몬(엔돌핀은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며, 성장호르몬은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늘려준다)이 노화를 늦춰준다는 것.둘째, 자신감을 높여준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삶의 의욕을 고양시킨다.셋째, 심폐기능을 높여주고 체중 감량에도 도움이 된다. 성생활 자체가 운동이다. 넷째, 통증을 완화시킨다. 편두통에 걸린 사람의 절반은 성행위 후 통증이 훨씬 줄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다섯째, 성행위로 감정이 고양되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된다.여섯째, 면역성을 높인다. 성행위 도중 면역 글로불린A의 분비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물질은 감기.독감 같은 질병에 걸리지 않게 우리 몸을 방어한다.일곱째, 배우자와의 친밀감을 높여준다. 만족스러운 성행위 후 분비되는 옥시토신이란 호르몬은 애정을 더 강하게 느끼게 해준다.오래도록 성생활을 계속하려면 지방질 음식을 덜 먹고 과일.야채를 즐겨야 한다. 중앙대 용산병원 김세철 교수는 "걷기.달리기.조깅.수영.등산 등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고 수면을 충분히 취하며 금연하고 적극적.긍정적인 생활자세를 가지면 성 능력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성행위 도중 상대에게 원하는 것을 속삭이고 서로 눈을 맞추며 업무를 침실로 연장하지 않는 것도 건강한 성에 도움이 된다고 호주의 성치료전문가 로지 킹 박사는 지적했다.
비타민A… 하루 당근 반토막씩
비타민이 몸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렇다면 한국인에게 가장 부족한 비타민은 무엇일까. 정답은 비타민A다.우리 국민들의 비타민 하루 섭취량은 비타민B의 일종인 티아민과 나이아신은 권장량의 1백8.8%와 1백19.8%, 비타민C는 1백85.4%인 반면 비타민A 만은 67.2% 수준이다(보건복지부 국민영양조사 보고서.1995년).게다가 비타민A 섭취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1980년 권장량의 90.2%에서 90년 76.5%, 95년 67.2%로 감소하고 있다.비타민A는 시각과 성장, 세포의 분열.생식, 그리고 면역 체계의 보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타민A가 부족할 경우에는 밤눈이 어두운 야맹증과 각막 건조증이 발생할 수 있다. 성장기 아동에게 비타민A가 결핍되면 뼈의 성장이 저하되거나 멈출 수 있다.또한 비타민A는 위 점막과 폐 점막 같은 상피 조직을 유지하는데 필수 요소일 뿐만 아니라 점액이 정상 분비되게 해 세균이나 위산에 의한 상피 조직 파괴를 방지한다. 또한 성 호르몬의 원료물질과 작용해 생식기능을 돕기도 한다.비타민A가 많이 들어 있는 식품으론 동물성으로 간.우유.정어리.장어 등이 있으며 식물성으론 당근.호박.옥수수.토마토.김 등이 있다.단위 g당 가장 많은 비타민A를 지니고 있는 것은 소나 돼지의 간이다. 그러나 비릿한 맛 때문에 즐겨 식단에 올릴 수 없는 것이 문제다.이 점에서 가장 추천되는 식품이 당근이다. 당근 반토막만 먹어도 하루 필요한 비타민A 권장량을 모두 섭취할 수 있다. 당근은 다른 비타민과 섬유소도 풍부하므로 아주 좋은 건강식품이라 할 수 있다.다만 비타민A는 지용성(脂溶性)이므로 너무 많이 섭취하면 간에 쌓여 몸에 해로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임신부는 기형아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알약이 아닌 음식으로 섭취하는 비타민A는 과량 섭취해도 대부분 안전하다. 음식 속엔 비타민A의 전 단계 물질인 베타카로틴 형태로 존재하며 베타카로틴은 이러한 비타민A의 부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화 많이 할수록 마음의 병 안 온다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란 사실을 알게 된 이발사. 비밀 누설은 생명을 담보로 한 일이기에 혼자만 삭이다 급기야 속병이 들어 시름시름 앓게 됐다.하루는 도저히 참다 못해 들판에 나가 구덩이를 파고 맘껏 사실을 외친 후부터 심신의 평정을 되찾는다. 예로부터 알려진 이 이야기는 건강한 삶을 누리는 데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인생을 살다보면 속상한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게 마련이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마음맞는 사람과 허심탄회하게 문제점을 털어놓고 의논해 최선책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성격상, 혹은 사회적 상황이 이를 허용치 않으면 병이 된다. 한국 여성의 한을 담고 있다는 '화병'의 원인은 화가 나는 현실을 혼자 참고 삭이면서 생기는 병이다. 이 병은 1996년 세계 정신과 학회에서 질병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처음엔 '자다가도 열이 치받아 벌떡 일어난다''가슴이 두근거리거나 꽉 막힌다'는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이 상태에서 계속 감정을 억누르고 살게 되면 점차 우울증이 나타난다. 검사상 이상이 없다고 하지만 몸은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다. 다행히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젊은층에선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마음의 병이 몸의 병으로 발전해 생기는 '신체화(身體化)장애'역시 벙어리 냉가슴 앓다 생기는 병이라 할 수 있다. 정신과에선 좋은 조언을 하기보다 환자의 하소연을 도중에 방해하지 않고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자세로 잘 들어주는 의사를 명의로 꼽는다. 실제로 정신과에서 사용하는 중요한 치료법 중 하나가 환자로 하여금 속시원히 고민사항을 털어놓게 하는 환기(換氣)요법(ventilation therapy)이다.종교적인 '고해성사'와도 맥락을 같이 하는데 혼자 꾹 참고 지내던 힘든 감정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치료효과가 있다. 환자들은 '말이라도 시원하게 하니 막힌 속이 뻥 뚫리는 듯 후련하다'는 말을 한다.굳이 정신과를 찾지 않아도 좋다. 속상한 일이나 문제점이 있을 땐 혼자 해결하기보다 마음에 맞는 가족.친지.벗을 찾아 대화를 많이 하자. 그것이야말로 건강장수의 지름길이다.
술 마신후 사우나 오히려 탈수 위험
피로는 쌓이면 병이 된다. 따라서 건강 장수를 위해선 그때그때 풀어야 한다. 피로 회복에는 목욕이 더없이 좋다.노폐물을 제거하고 말초혈관을 확장시켜 신진대사가 촉진되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온천욕 등 목욕을 이용한 여러 치료법이 등장한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목욕도 제대로 알고 해야 건강에 좋다.목욕이 좋은 대표적인 질병은 만성 관절염과 근육통 등이다. 따뜻한 물이 근육과 관절을 부드럽게 해 통증이 가시고 만성 관절염은 진행도 늦춰 준다. 하지만 탕속에 있는 시간은 20분을 넘기지 않는 게 좋다. 단 관절에 열이 나고 붓는 급성 관절염 환자는 목욕을 피해야 한다. 발목을 삐거나 다친 환자도 부기가 빠진 48시간 이후에 목욕해야 한다.냉.온 교대욕은 정신력 향상에는 도움이 되나 온도 차가 심하기 때문에 고혈압.심장병 환자는 물론 노약자나 알레르기 환자는 삼가야 한다.조선조 때 세조가 피부병 치료를 위해 전국 온천을 찾았듯 '온천욕=피부병 치료'로 아는 사람도 많다.실제로 온천욕을 하면 피부가 매끈해진다. 하지만 이는 온천욕으로 인해 피부를 보호하는 각질층이나 지질막이 벗겨졌기 때문이며 며칠 후면 피부가 다시 건조해짐을 알 수 있다.피부가 건조한 노인, 아토피 피부염 환자, 딸기코, 얼굴에 실핏줄이 많은 혈관 확장증, 땀이 많은 다한증, 얼굴이 붉은 안면 홍조 등 환자는 온천욕을 하면 악화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 단 유황온천은 피부 습진을 비롯해 피부병에 도움을 준다. 피부 미용을 위해선 온천탕에 10분 정도 몸을 담그는 게 적절하다.사우나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노약자는 피해야 한다. 또 술을 마신 후 사우나를 해서도 안된다. 알코올로 인해 탈수가 생긴 몸에서 또다시 땀을 빼기 때문이다.특히 운동할 땐 노폐물이 땀을 통해 나가는 반면 사우나 땐 몸에 필요한 칼륨.칼슘.마그네슘 등이 땀과 함께 빠져나간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건강한 사람도 사우나는 1주일에 한번 정도가 좋다.일반적인 건강 목욕법은 비누를 많이 사용하지 말고 때도 무리해서 밀지 않는 것이다. 탕의 온도는 처음엔 미지근한 물에서 시작, 조금씩 더운 곳으로 옮기는 게 좋다. 목욕 후엔 약간 젖은 상태에서 오일을 바르고 그 위에 다시 바디 로션을 온몸에 바른다. 목욕이 끝난 후엔 한컵의 물도 잊지 말고 마시는 게 좋다.
스트레스 분산하라
대표적인 현대병으로 꼽히는 스트레스. 쌓이면 심신의 병을 유발한다. 따라서 건강장수를 위해선 스트레스를 제때 해결하고 관리해야 하는 것은 필수. 흔히 '스트레스'하면 힘들고 괴로운 일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요인은 좋은 일, 궂은 일 가릴 것 없이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이다. 예컨대 결혼.승진 등 일생의 기쁜 일도 알고 보면 스트레스다. 스트레스에 가장 민감한 부위는 우리 몸이 알아서 스스로 움직여 주는 자율신경계(自律神經系)의 영향을 받는 장기로 심장이나 위장관 계통이다. 실제로 스트레스를 받은 후 심장이 빨리 뛰거나 혈압 상승.소화 불량이 오는 증상은 누구나 흔히 경험하는 일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스트레스가 일시에 겹쳐지는 상황이다. 의학계에선 삶과 더불어 쌓인 스트레스 수치가 일정 수치를 넘으면(한 해 2백점 이상)병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커지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스트레스 관리의 첫번째 지침은 스트레스 유발 요인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예컨대 승진한 해에는 주택구입을 미룬다거나, 배우자를 사별 혹은 이혼한 경우라면 재혼은 다음해로 미루는 게 좋다.부득불 일이 몰리는 상황에선 주변 사람과 일을 나눠서 처리하자. 특히 평상시 모든 일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챙기거나 완벽하게 처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강박 성격 소유자는 일의 중요성에 따라 순서를 정해 일정기간을 두고 처리하거나 남에게 맡기는 여유가 필요하다.◇ 스트레스 요인과 점수자식 사망(74), 배우자 사망(73), 부모 사망(66), 이혼(63), 형제자매 사망(60), 해고나 파면(50), 친한 친구의 사망(50), 결혼(50), 결혼 약속(44), 중병이나 중상(44), 정년퇴직(41), 유산(38), 임신(37), 입학이나 취직 실패(37), 가출하거나 군대 간 자식의 귀가(36), 새로운 가족의 등장(36), 가족 내 환자 발생(35), 주택이나 부동산 구입(35), 시댁이나 처가.일가친척과의 불화(34), 학업의 시작이나 중단(34)자료:서울대병원 정신과(한 해에 2백점이 넘는 사람은 질병에 걸릴 확률이 아주 높아짐)
봉사하는 삶 면역물질 솟아
15년째 봉사활동을 하는 김정옥(82.서울 반포동) 할머니. 월요일엔 수녀원에서 마음을 닦는 수련활동을 하고, 화요일엔 성당 교우들과 임종을 앞둔 분들을 찾아 영혼을 위로한다.그리고 수요일엔 강남성모병원에서 가제를 접거나 수술에 필요한 소모품들을 지원하는 봉사를 하고, 금요일엔 노인 급식소를 찾아 식당일을 돕는다. 젊은이들 못지않게 활동적인 김 할머니는 바쁜 일과에도 불구하고 감기 한번 앓은 적이 없을 정도로 건강하다.봉사하는 사람이 오래 사는 것은 경험 속에서 알 수 있다. 인도 캘커타 빈민촌에서 봉사로 생을 마친 마더 데레사 수녀가 대표적인 인물이다.그녀는 86세로 사망했지만 사인은 엉뚱하게도 말라리아였다. 감염질환만 아니었더라도 그는 더 오랜 세월을 '빈자의 어머니'로 남았을 것이다. 그가 죽은 뒤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는 '봉사와 선한 일을 생각하거나 보기만 해도 우리 마음은 착해지고, 몸 또한 영향을 받아 인체 내에서 바이러스와 싸우는 면역물질이 생긴다'고 발표했다.최근 미국 미시간대학 사회연구소의 스테파니 브라운 박사는 심리과학이라는 잡지에서 "자신만 아끼고 남을 돕지 않는 사람은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보다 일찍 죽을 가능성이 두 배나 높다"고 밝혔다.무작위로 선정한 4백23명의 노인 부부를 대상으로 5년간에 걸쳐 면담 조사한 결과 장수하는 노인 남성 중 75%, 여성은 72%가 친구나 이웃.친척들을 아무런 대가없이 도와주고 있었다는 것.남에게 베푸는 삶이 건강한 것은 정신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마음의 여유와 안정 때문에 심장병이나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사망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 질환은 경쟁적인 성격이나 조급증.분노심을 가진 사람에게서 흔히 나타난다.또 하나는 충만된 기쁨이 질병에 대항하는 면역력을 높여준다. 강남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이재호 교수는 "마음이 어둡고 우울한 사람이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것과는 반대로 남에게 베푸는 과정에서 생기는 삶의 보람과 기쁨은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와 불안을 이기는 보약"이라고 말했다.
명약 찾지말고 해로운 약 안 먹는게 중요
살다 보면 크고 작은 병에 걸리게 마련이다. 이때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게 약이다. 그러나 약도 꼭 필요할 때, 꼭 필요한 만큼만 써야 건강 장수에 도움이 된다.약물 오.남용이 건강에 해로운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약을 선물하는 문화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선 '몸에 좋다'혹은 '○○병에 효험을 봤다'는 말에 현혹돼 복용하는 민간요법이나 성분미상의 약 복용이 심각한 수준이다.약의 오.남용이 가장 문제되는 병은 간 질환이다. 간은 약을 포함해 몸에 들어온 모든 물질이 대사(代謝)되는 통로이기 때문. 따라서 간 질환은 좋다는 1백가지 명약보다 한가지 해로운 약을 먹지 않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대학병원 응급실에선 풍문에 따른 처방으로 성분 미상의 약을 먹다가 간 기능이 나빠져 혼수에 빠지거나 배에 물이 차서 오는 만성 간 질환자를 종종 본다.노인들의 약물 오.남용도 건강한 노후를 방해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실제로 약 사용이 엄격한 선진국에서도 처방된 약의 30%이상을 65세 이상의 노인층이 소비하며, 불필요하게 처방된 약이 일반 성인층에 비해 7배 이상인 것으로 추정한다.처방약, 비처방약, 민간요법, 몸에 좋다고 선전하는 약 등 온갖 약 복용을 즐기는 우리나라는 문제가 이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통상 노인층 다섯명 중 네명은 한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또 노인은 병이 들어도 증상이 모호해 진단과 치료가 쉽지 않다.자연히 노인 환자들은 주변의 풍문에 휩쓸려 약을 오.남용하기 쉽고, 또 부작용도 젊은 사람보다 심하지만 그 사실조차 모른 채 지나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꼭 필요한 약도 복용법.복용시간을 제대로 알고 먹는 게 중요하다. 특히 시력과 청력이 나쁜 노인이 약을 처방받을 땐 이에 대한 주의가 더욱 필요하다.병이 들었지만 병원에서 속시원한 해결책을 못들을 때, 노화와 더불어 체력 감소가 느껴질 때 약에 의존하려는 마음이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질환이 있을수록, 나이가 들수록 과학적 근거없는 불필요한 약 복용을 삼가는 게 건강한 삶을 사는 지혜다.
매일 차 두잔씩…심장병 예방 도움
심장병 환자라면 하루에 차(녹차.홍차 등)를 두잔 이상 마시는 것이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미국 하버드대 의대 케네스 무카멀 교수팀은 1천9백명의 심장병 환자를 4년 이상 면접조사한 뒤 그 결과를 미국심장학회지(올해 5월 28일자)에 발표했다.이에 따르면 조사기간 중 3백명이 숨졌는데(이중 75%가 심장병으로 사망) 매주 차를 19잔 가량 마시는 사람들의 사망률이 차를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44%나 낮았다.조사팀은 차의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나쁜'콜레스테롤로 알려진 저밀도지단백(LDL)이 동맥 벽에 붙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으로 잠정 분석했다.결론은 심장병 환자가 차를 즐겨 마시면 4년 이상 수명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었다(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의약산업단 한병현 박사).호주의 국립심장재단도 홍차의 규칙적 섭취가 심장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한달 동안 매일 홍차를 다섯컵씩 마신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혈전(血栓)이 덜 생겨 심장병 발생 위험이 낮아진다는 것.녹차에 든 칼로타닌이 뇌경색 등 뇌 손상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UCSF) 스완슨 교수팀은 녹차 성분이 뇌세포의 죽음을 유발하는 유해 산소를 제거한다고 밝혔다(PNAS지 지난해 98호).차는 고혈압.당뇨병.비만.암.동맥경화.간 질환 등 각종 성인병 예방.치료에 도움을 줘 수명을 연장시킨다.차의 약효성분인 카테킨 등 폴리페놀은 혈액을 맑게 한다. 특히 녹차에 들어있는 사포닌은 명약으로 알려진 인삼이나 대추의 사포닌보다 효과가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차는 당뇨병 치료에도 유용하다. 차를 즐겨 마시는 당뇨병 환자들은 갈증.입마름이 줄어들고 소변을 시원하게 볼 수 있으며 얼굴에 부기가 줄어든다고 말한다.녹차의 카테킨 성분은 당질의 소화.흡수를 지연시켜 혈당치가 급격히 상승하지 않도록 한다. 당뇨병으로 인한 두통.어지럼증까지 없애준다.녹차는 암 예방식품으로도 기대를 받고 있다. 녹차를 즐겨 마시는 일본 시오즈카현의 암 발생률이 전국 평균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는 연구결과(1978년)가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