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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성을 아시나요?
20-06-23 09:39


의과대학교수 시절 전립선수술을 받기 위해 기다리시는 80대 할아버지께 수술 전에 하실 말씀 없으시냐고 여쭈었더니 갑자기 큰소리로 하시는 말, "이젠 마누라 맛도 끝장이야!" 그 당시 나에게는 한편으론 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커다란 충격이었다. 60대도 아니시고, 수술 전에 대부분의 환자분들이 수술을 안전하게 잘 해달라고 부탁을 하거나 겁에 질려 아무 소리 하지 않는 것이 대다수이기 때문이었다. 당시 40대였던 나는 수술, 논문, 강의 등으로 스트레스가 많아 나 자신도 성에 그리 자신감이 충만치 못했고, 더구나 비뇨기과의사이기도 하지만 노인의 성문제에 관하여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충격적이었다. 외래에서 발기부전환자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의사들에게 성문제를 조심스럽게 꺼냈다가 면박을 당하고 서러워서 하소연하는 환자들도 꽤나 많다.


 '그 나이에 적당히 지내세요!, '지금 이런 질환으로 그런 걱정하실 때입니까?, 아니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 의사들도 부지기수다. 비뇨기과 의사인 경우에도 외래환자에 시달리다 보면 환자의 성문제를 자상히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심지어 타과 선생님들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요즘 과학기술 및 수술기술의 발달로 전립선수술로 성기능을 잃어버리는 일은 거의 없다. 설령 광범위한 전립선암 수술로 인하여 발기부전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발생 이후의 치료방편은 얼마든지 있어 걱정하지 않는다. 비단 고령의 환자에서뿐만 아니라 신경질환을 앓는 환자들과 장애인들에게도 발기 문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는 훨씬 심각한 문제임에 틀림이 없다. 일반적으로 노년에 성관계를 자주하면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특히 심장질환이나 고혈압 등 다른 질환이 있을 경우 더 걱정이 될 수 있겠다. 그러나 오르가슴을 느낄 때의 산소소모량을 보면 골프 칠 때 소모량 정도이며 보통의 성행위는 정원손질이나 유리창을 닦을 때의 소모량과 같다고 한다. 또한 성행위는 화를 내거나 극심한 활동을 할 때보다도 낮은 0.9%의 심장마비 율을 보이므로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부부간의 성관계는 벌어진 틈을 메워 주는 강력한 접착제일 뿐 아니라 생활의 활력소도 된다. 과학적으로도 성행위 동안에는 '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기분도 황홀하게 하지만 모든 통증도 사라지게 하며 성장호르몬 및 '면역 글로불린'이라는 단백질이 분비되어 감염에 잘 견디도록 도와준다. 성관계를 위한 건강의 정도를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1Km의 평지를 15분에 걸은 후 또는 10초안에 20계단을 오른 후 가슴에 통증이나 호흡곤란이 없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 약물치료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처방 받는 것을 꺼리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비아그라와 같은 약물은 애초 심장 약으로 개발되었으며 특정심장질환이나 말초혈관장애가 있는 경우 소아에서도 사용되는 안전한 약물이다. 질산염계통의 심장약과 혼용만 하지 않는다면 안전하며, 정상적인 발기현상을 도와주는 약물로 복용 후 적절한 성적자극을 받아야 효과가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노인인구가 점차 증가하면서 '실버(silver) 산업'이 각광을 받고 노인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 소외되기 쉽고 특히 성문제에서도 무시당하기 쉽다. 한국영화 '죽어도 좋아'라는 노년의 성문제를 다룬 영화가 두 가지 상반된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재미있는 사실이다. 우리는 그 현상이 가져다 주는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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