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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음식 이야기] 하엽반
20-06-24 10:15


날이 더워지니 문득 전에 외국 출장 길에 맛보았던 하엽반 생각이 난다.
중국 요리라면 모두 거창해보이지만 거기도 삼빡한 음식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연잎에 싼 밥, 하엽반이다. 죽엽에 싼 밥이 청정한 느낌을 준다면, 연잎으로 쌀을 싸서 찐 하엽반은 향긋하고 보들보들하다.
하엽반은 남북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치는 부패하고 사회는 타락했다. 야심가들은 정권을 잡기 위해 아귀다툼에 여념이 없었고, 의식 있는 사람들은 냉담한 시선으로 정치를 바라보던 때였다. 그때 회계 지방 태수 진패선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전투가 벌어졌는데 진패선의 군대가 수세에 몰렸다. 양식까지 떨어져 전멸할 위기에 처한 진패선 군대를 향해 성 밖 백성들은 연잎으로 밥을 싸서 던져주었고, 결국 승리를 거두었다. 그 후 백성들 성원을 받은 진패선은 진나라 태조가 되었다. 하엽반이야말로 진나라 개국의 1등 공신인 셈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이고, 천하의 미식가인 중국인들이 굳이 연잎에 밥을 싼 것은 연잎 향기를 즐기자는 것일 터이다. 하엽반에는 찹쌀을 주로 쓴다. 찹쌀을 물에 불렸다, 미리 데쳐놓은 연잎에 얹어 모양 있게 싸서 찐다. 고기나 야채로 소를 넣기도 한다. 납작한 주먹밥이라고 상상하면 되겠다. 찹쌀의 쫀득쫀득한 찰기에 연잎 향이 스민데다, 살짝 간을 해서 그냥 먹기에도 좋다.
쌀 뿐 아니라 고기나 버섯, 죽순, 채소, 혹은 전복이나 새우 같은 고급 재료도 연잎으로 싸서 요리한다. 아쉬운 것은, 지금 우리 나라에선 이같은 음식들 먹어볼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 홍콩의 얌차(음차)에서는 하엽반이 인기 종목으로 첫손 꼽힌다. 아침 식사에 들기도 하고, 낮이나 저녁에는 요리를 먹은 후 식사로 가볍게 들기도 하는 메뉴다. 조리법이 복잡한 것도 아니고 재료값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요리 축에 못드는지 모르겠지만, 판에 박은 듯 그게 그것 같은 음식만 내놓는 우리 나라 중국 식당들의 창의성과 분발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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